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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소설가 137명 “우리는 정권교체를 원합니다”

등록 2012-12-13 16:39수정 2012-12-13 17:33

박민규·김애란·김경주·김민정 등 젊은 시인·소설가 137명이 13일 정권교체를 바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정권교체를 원합니다-그로써 자유의 영토가 한 뼘 더 자라나리라 믿습니다’라는 제목의 선언문에서 “지난 5년간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처에서 절망과 죽음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그가 진보적인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약자의 신음에 더 잘 귀 기울일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 세계에 절망하여 이 세계를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버려야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시대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 답은 정권교대가 아닌 정권교체입니다”라고 밝혔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젊은 시인·소설가 137명’ 명의의 선언문에는 권여선·김연수·손홍규·전성태·천명관·하성란·황정은 등 소설가 56명과 김근·김선우·김소연·나희덕·박형준·손택수·신용목·장석남 등 시인 81명이 참여했다. 선언에 참여한 소설가 손홍규씨는 “젊은 시인과 소설가들이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12월 초부터 논의를 해 왔다”면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바라는 나라를 만드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선언에 참가한 문인들은 14일치 일간신문에 선언문과 참여 문인 명단 등을 담은 광고를 게재하기로 했다. 이 광고에 문인들은 선언문과 별개로 ‘강은 결코 역류하지 않습니다-우리의 역사도 강처럼 흘러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담았다. 이 글에서 문인들은 “기적 같은 경제발전의 주체는 독재자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민주화의 주체도 어떤 특정세력이 아닌 바로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또 말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그것입니다. 우리는 위대한 국민이라는 사실, 그러므로 우리에겐 스스로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광고 비용은 참여 문인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충당했다.

선언문 전문

우리는 정권교체를 원합니다

-그로써 자유의 영토가 한 뼘 더 자라나리라 믿습니다.

지난 5년간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삶의 고통이 더해지고 삶의 가치가 몰락하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철거민들은 망루에서 검은 연기로 타올랐고 노동자들은 철탑 위에 둥지를 틀어야 했으며 누천년을 휘돌아가던 강은 혼탁한 수로가 되었습니다. 유례없는 언론탄압이 자행되었고 사라진 줄만 알았던 민간인 사찰이 폭로되어 우리 모두를 경악케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쌍용차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으며 아름답기 그지없던 갯바위는 전쟁의 기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처에서 절망과 죽음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젊은 시인과 소설가들은 조금이라도 삶의 고통이 덜어질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조금이라도 삶의 가치가 높아지는 세상을 바랍니다. 우리는 그 출발이 정권교체에 있음을 절실히 공감하며 그것을 위해 잠시나마 각자의 작업실에서 나와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시와 소설을 쓰던 손으로 선언문을 써야할 때의 열패감을 감수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이 세계의 몰락을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그가 진보적인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약자의 신음에 더 잘 귀 기울일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 세계에 절망하여 이 세계를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버려야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시대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세계에 절망이 아닌 희망을 파종하는 대통령을 간절히 희망합니다. 그 답은 정권교대가 아닌 정권교체입니다.

2012년 12월 14일

정권교체를 바라는 젊은 시인·소설가 137명

4. 선언 참여자 명단

강윤화, 구경미, 구병모, 권여선, 김경은, 김나정, 김도연, 김서령, 김선재, 김숨, 김애란, 김연수, 김유진, 김이설, 김종광, 김태용, 노희준, 박민규, 박성원, 박현욱, 배지영, 백가흠, 손홍규, 송경아, 심윤경, 안보윤, 안성호, 염승숙, 옥노욱, 원종국, 윤고은, 이기호, 이동욱, 이만교, 이연희, 이은선, 이재웅, 임수현, 전성태, 전아리, 정용준, 정한아, 조해진, 조헌용, 천명관, 천재강, 최용탁, 최은미, 최진영, 태기수, 하성란, 하재영, 한지혜, 해이수, 홍명진, 황정은 이상 소설가 56명

강성은, 고영, 고영서, 고찬규, 길상호, 김경주, 김경후, 김근, 김민정, 김민철, 김사이, 김산, 김선우, 김성규, 김소연, 김안, 김영산, 김은경, 김일영, 김주대, 김중일, 김지유, 김태형, 김학중, 김현, 나희덕, 문동만, 박경희, 박성우, 박소란, 박순호, 박시우, 박시하, 박연준, 박준, 박찬세, 박형준, 박후기, 백상웅, 서대경, 서효인, 손병걸, 손택수, 송진권, 신동옥, 신용목, 신철규, 안주철, 유종인, 유현아, 윤석정, 이기성, 이명희, 이민호, 이설야, 이성미, 이영주, 이용한, 이우성, 이은규, 이재훈, 이종수, 이지호, 이진희, 이현호, 이혜미, 임경섭, 임희구, 장석남, 장시우, 장이지, 정영효, 정우성, 주하림, 채상우, 천수호, 최금진, 최명진, 함기석, 함순례, 휘민 이상 시인 81명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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