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무더기 등장은 선정적 드라마의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사진은 ‘막장 드라마’ 논란을 빚었던 ‘아내의 유혹’(왼쪽)과 ‘조강지처클럽’(오른쪽).
방송인들이 보는 종편 전망
교양 외치다 생존 위해 예능·오락 치우칠듯
벌써부터 ‘스타’ 입도선매로 몸값 폭등시켜
시청률 경쟁으로 기존방송까지 질저하 우려
교양 외치다 생존 위해 예능·오락 치우칠듯
벌써부터 ‘스타’ 입도선매로 몸값 폭등시켜
시청률 경쟁으로 기존방송까지 질저하 우려
“균형 잡힌 편성” “고품격 방송” “교양 위주 편성”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가 내세우고 있는 자사 종편의 청사진이다. 이들은 그간 지면을 통해 지상파 프로그램의 획일성·선정성을 비판해왔다. 다양성과 질로 무장한 콘텐츠로 예능과 오락 위주인 기존 방송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종편 도입의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로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통한 시청자의 선택권 확대를 내세웠다.
■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수는 종편의 약속이 구두선에 그치고 오히려 기존 방송 콘텐츠의 획일성과 선정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초기에 반짝 ‘의미있는 실험’이 있을지 모르지만, 종국적으로는 험악한 생존 경쟁의 파고를 넘기 위해 시청률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능과 오락 비중이 늘어나면서 기존 방송 콘텐츠의 질까지 떨어뜨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스타 배우·작가의 몸값 폭증도 전반적인 제작 여건의 악화로 이어지리라고 봤다.
■ 새로운 형식 도입? “종편들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교양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다. 교양 프로에 집중해선 수익을 내지 못한다.” 박건식 <문화방송>(MBC) 피디의 설명이다. 그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드라마보다는 스타군단에 의존하는 예능에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라마는 출연료가 제작비의 60~70%를 차지하고 작가 고료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최근엔 시청률도 줄고 있다. 반면, 특급 예능 진행자들의 출연료는 회당 1천만원에 불과하고 시청률과 광고도 뒷받침된다. 비용대비 효과가 높은 셈이다. 방송가에선 벌써 종편 사업자들이 스타 연예인 동원이 가능한 드라마나 예능 쪽 책임피디에게 10억원, 스타급 피디에게 백지수표를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지상파 쪽 한 관계자는 “(종편의 입도선매에 맞서) 예능 출연진과 기획사와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거나 계약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 피디인 이창섭 한국피디연합회 회장은 “종편 초기엔 에스비에스의 ‘모래시계’처럼 화제를 일으킬 수 있는 좋은 드라마를 간판으로 내세울 수 있으나 (재정 부담 때문에)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2~3년 뒤부터는 미드, 일드 등 케이블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드라마나 다큐 등을 싼값에 들여오는 데 치중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개국 초기 예상되는 종편의 과감한 ‘베팅’은 기존 콘텐츠 산업에 득보다는 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드라마와 예능분야 현업 제작진들은 벌써부터 연기자 출연료 인상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파 쪽 한 총괄피디는 “종편 관련해 연기자들까지 입도선매식 섭외가 감지되면서 출연료의 상한선 룰이 무너진 것 같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거품이 낀 주연 몸값이 올라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조연급 확보가 어렵게 됐다는 우려다. 드라마 제작 여건 악화는 작품 속 간접광고 범람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작품 내용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불륜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의 작품이 더욱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보기 힘든 의미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 설 공간이 더욱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유선영 성공회대 교수는 “재벌가의 자식 사랑, 혼맥, 고소득자나 전문직의 소비생활 등을 보여주며 자본권력을 미화한다거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외주업체와 상생? 종편 사업자들은 지상파가 외주 독립제작사를 ‘노예’ 취급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대등한 관계를 구축해 상생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주제작업체의 반응은 엇갈린다. 초록뱀미디어의 길경진 대표는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는 “방송사와 외주사가 논란을 빚던 저작권 배분은 조금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방송은 젊은 작가 등 신인을 쓰기가 쉽지 않은 구조여서 종편이 과감한 시도를 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로운 형식보다는 시청률에 의존해 예능의 획일화나 선정적 드라마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판미디어홀딩스 이창수 대표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종편 쪽의 상생 약속은) 외주제작사가 생긴 지 20년 동안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 때마다 거론되는 이야기”라며 “종편 등장으로 올라간 출연료와 작가료를 외주사에 떠넘겨 저가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종편은 새로운 형태의 포맷보다는 ‘19금’이나 ‘막장’ 드라마를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종편 사업자 쪽의 한 핵심 관계자는 “창의력과 추진력 있는 인력을 확보해 풍부한 아이디어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MB “주유소 행태 묘하다” 한마디에 업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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