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허가 때와 달라
“심사위원 2차 대조” 해명
“심사위원 2차 대조” 해명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승인 심사위원회’의 심사 절차 마무리 전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업자 당락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위 활동이 끝난 뒤 점수를 확인했던 과거 방송사업자 허가 때와도 중대한 차이를 보여 ‘납득하기 힘든 심사’란 비판이 일고 있다.
13일 종편·보도채널 심사위원들과 방통위 말을 종합하면, 애초 심사 종료 예정일이던 지난달 30일 저녁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매긴 심사 항목별 점수에 1차 서명한 뒤 방통위에 채점표를 넘겼다. 한 심사위원은 “각자의 육필 채점표를 간사 위원을 통해 방통위 심사지원단에 일괄 제출했고, 지원단 10여명 중 간부 3명이 엑셀 프로그램에 점수를 입력해 누계를 냈다”며 “31일 오전 방통위가 엑셀 입력표와 육필 채점표를 되돌려준 뒤 위원들이 양쪽을 다시 대조해 일치하면 최종 사인을 했고 이후 함께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심사위원은 “위원들이 최종 점수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선정 결과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석연찮은 심사’ 논란은 ‘심사 종결 전 방통위의 채점표 확인’에서 비롯된다. 심사 절차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통위가 하룻밤 동안 엑셀 작업을 하며 각 사업자의 총점과 순위 및 당락 사실을 봤다는 뜻이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심사에 마침표를 찍기 전에 방통위가 채점 결과를 확인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심사위 의결 전 점수 조정 가능성까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의 종편 심사 절차는 과거 방송사업자 허가 때와도 달랐다. 옛 방송위 시절 심사위원들은 최종 서명(한 차례)한 각자의 점수 위에 투명 테이프를 붙여 밀봉한 뒤 방송위 쪽 제출과 동시에 심사장을 떠났다. 방송위의 엑셀 입력은 그 뒤에 이뤄졌으며, 심사위원들은 사업자 선정 결과도 알지 못했다. 또다른 방송계 관계자는 “과거 채점표를 제출하는 순간 심사위 활동이 끝나도록 한 건 ‘허가 당국의 심사 종료 전 당락 확인’ 가능성과 심사위원-기관 사이의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 자체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도 상임위원회 의결 전 심사 결과 누설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방통위 심사에선 채점표 테이프 부착과 밀봉도 하지 않았다.
이효성 전 방송위 부위원장은 “<티유미디어>, 지상파 디엠비, <오비에스> 허가와 각종 재허가 심사 때 최종 마무리에 앞서 방송위가 점수를 확인한 적은 없었다. 방통위 종편 심사 절차는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비에스 선정(2006년)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신태섭 동의대 교수도 “심사 완료 전에 채점표를 가져가 총점을 확인했다는 것은 방통위 스스로가 의구심을 자초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방통위 ‘종편·보도채널 승인 태스크포스팀’ 관계자는 ‘채점표 1차 서명→방통위 제출→엑셀 입력→2차 서명’의 과정을 거친 이유는 ‘심사공정성·투명성 강화’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심사는 채점표 제출 때 이미 끝났다”며 “심사위원들이 채점표와 엑셀 내용 일치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더 의혹을 살 수 있어 굳이 이튿날 대조작업 절차를 둔 것”이라고 밝혔다. “심사위가 최종 점수까지 의결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는 걸로 안다”며 “방통위의 ‘사전 점수 확인에 따른 불공정 심사 가능성’ 지적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두 차례나 점수를 확인한 방통위는 사업자 선정 결과 발표 당일(31일) 밤 동아일보사 종편 점수에 오류가 있다며 정정 자료를 냈다. 방통위 내에서도 “있을 수 없는 실수”란 평가가 많았다. 야당 추천 양문석 위원은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에 앞서 청와대가 사업자들에 선정 결과를 통보해준 사실을 지적하며 ‘사전 유출 문제’와 ‘정권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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