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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내 사주팔자는 의사…음악으로 마음 치유”

등록 2010-04-29 19:57

김도향씨는 이번 데뷔 40돌 공연에서 <리듬 오브 더 레인>을 빗소리에 얹어 부르고 <봄날은 간다>를 새소리 리듬에 실어 부른다. 자연음을 배경음이 아니라 주리듬으로 삼는 유례없는 형식이다. 너무 새로워 청중이 낯설어하지 않을까 걱정하자 “아닙니다. 엉뚱한 발상이지만, 확실히 필이 와서 하는 겁니다. 경험상 제가 오면 청중도 옵니다”라며 공연의 성공을 자신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김도향씨는 이번 데뷔 40돌 공연에서 <리듬 오브 더 레인>을 빗소리에 얹어 부르고 <봄날은 간다>를 새소리 리듬에 실어 부른다. 자연음을 배경음이 아니라 주리듬으로 삼는 유례없는 형식이다. 너무 새로워 청중이 낯설어하지 않을까 걱정하자 “아닙니다. 엉뚱한 발상이지만, 확실히 필이 와서 하는 겁니다. 경험상 제가 오면 청중도 옵니다”라며 공연의 성공을 자신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가 만난 사람] ‘데뷔 40주년 공연’하는 가수 김도향




대중가요 역사가 80여년에 이르면서 이미자, 패티김, 윤복희 처럼 50년 넘게 무대에 서는 ‘국민가수’들이 늘고 있다. 축하할 만한 일이다. 그러니 데뷔 40돌 공연이 무슨 큰 뉴스일까만, 무릇 별은 다 저마다 찬란하다. 하물며 노래 잘하는 가수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엠송으로 온 세대를 하나로 이어준 작곡가로, 그것도 모자라 명상가로, 태교음악으로, 기 수련가로 기인의 얼굴을 여럿 보여주기도 했으니, 국민에게 준 ‘즐거움’으로 따지자면 그 어떤 ‘예인’ 못지않을 것이다. 가수 김도향. 그를 찾아간 곳은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 자리잡은 조그만 사무실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내 생애 최고의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공연 제목은 ‘숨’. 그는 이번 공연에서 일종의 힐링뮤직(치유음악)을 선보인다. 빗소리, 바람 소리, 파도 소리 같은 자연음을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가요와 섞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친환경, 무공해의 특별한 감흥을 선사하겠다고 한다.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의 심신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겠다.” 지금보다 80살 때가 훨씬 더 노래를 잘할 것이라는 만 예순다섯의 ‘젊은 가수’는 그렇게 호언했다. 그의 특별공연은 30일부터 5월3일까지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열린다.

벽오동 심은 뜻은 치유음악을 하란 뜻?

가수 된 지 40년, 65살의 ‘늙은 가수’ 김도향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제가 80년대 초에 기 수련을 한답시고 가요계를 떠났다가 2001년에 컴백했어요. 그 무렵 산에서 내려와 있을 때였는데 아는 사람이 제주도 노인요양원 위문공연을 하는데 가수가 펑크났다고 사정을 해왔어요. 그래서 20년 만에 노래를 부르게 됐는데, 한 할머니가 갑자기 김도향이다 하고 소리치는 겁니다. 그 노인이 10년간 치매였답니다. 말 한마디 못하다가 제가 노래하는 순간에 탁, 터졌다는거예요. 물론 여러 가지 치료 요소가 작용했겠지만 저로서는 노래가 가지는 놀라운 힘을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 노래라는 게 단순한 딴따라만은 아닌 무엇이 있구나…. 그길로 다시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김도향에게 음악은, 노래는 이제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치유의 행위입니다. 힐링뮤직(healing music),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 그걸 선언하는 게 이번 공연의 개인적인 의의이기도 합니다. 콘서트 제목이 ‘숨’인 것도 노래를 통해 도시의 삶에 지친 심신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자, 이런 뜻이죠.” 원래 가수가 꿈이었나요? “아니요. 음악을 좋아했지만, 가수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지. 중학교 때 옆집이 극장(옛 종로 우미관)이었습니다. 우미관이 그때 이미 삼류극장이어서 하루에 3편을 틀었는데 ‘기도’ 보는 형이 매일 극장에 넣어줬어요. 덕분에 한 천편은 봤을걸요. 중2 때 벌써 나름대로 영화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다 보였어요. 의대 떨어지고 연극영화과 간 것(그는 경기고를 나와 서라벌예대(현 중앙대)를 졸업했다)도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였지요.” 그럼 가수는 어떻게 됐나요? “대학 졸업하고 영화판에 들어가 조감독을 하는데, 그곳이 밥 굶는 곳이에요. 월급도 없고. 노래는 생활 때문에 했어요. 약간의 재능은 있던 터라, 밤업소에서 노래를 했죠. 그때 업소 개런티가 일반공무원 월급의 서너배는 됐으니 수입이 꽤 괜찮았지요. 그 맛에 하다가 이미자씨 소개로 한국방송(KBS)까지 나가게 된 거죠.”

데뷔곡이 <벽오동 심은 뜻은>인데, 당시 어린 제게도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와뜨뜨뜨뜨…. “하하하. 군악대 시절 친구(손창철·미국 이민)하고 <투코리언즈>란 듀엣으로 방송 나가 부른 게 그 노래입니다. 그게 1970년 9월1일인데 다음날로 스타가 돼버렸습니다. 황진이 시조에다 멜로디 붙여서 방송출연용으로 급조한 노래인데 그게 글쎄 대박이 난 거예요. 웃기는 거죠. 하하하.” 그 노래의 어떤 점이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 같습니까? “나중에 사람들이 하는 말이, 통쾌했대요. 트로트와 미국식 가요와 트윈폴리오(송창식·윤형주 듀엣) 같은 예쁜 선율의 노래가 주종일 때에 웬 젊은이 둘이 통기타 치며 ‘하늘아 무너져라’고 소리치는 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는 거지요.” 당시가 군사정권 치하라는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듯도 싶네요. 요즘 젊은이들 음악은 어떻습니까? “지나치게 분노적이고 극단적이에요. 음악이란 게 죄다 단순한 리피트 아니면 샤우팅입니다. 일종의 나쁜 중독인데 큰일이다 싶어요. 가정, 학교 등 사회의 여러 기능들이 제 노릇을 못하면 음악이라도 좋은 약이 돼줘야 하는데… 악마 같은 놈도 노래할 때만은 착해지잖아요? 그게 인간이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선(善)인데 이런 정서적 가치가 다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40년 전 데뷔해 지금도 가수이니 가수가 천직이겠지요?


“노. 내 사주팔자는 의사예요. 부지불식간에 내가 음악에서 치유의 길을 찾고 있는 걸 보면 그래요. 의대에 떨어지니 결국 다른 걸로 의사 하는 겁니다.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사람 치료해 주는 음악 만들고 싶다 이런 쪽으로 자꾸 마음이 끌려가요. 사람은 사주팔자대로 살면 행복한데, 아니면 나처럼 왔다갔다하는 거구. 하하하.” 앞으로의 음악도 그럼 치유음악 쪽이겠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이제 다른 거는 잘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요. 지금 기공수련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소리로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몇 년 지나 내가 아, 한 번 하면 아픈 사람이 싹 나을지도 몰라요. 하하하.”

가수·CM송 작곡가·기 수행자 ‘노래하는 기인’
비·바람 소리 반주삼아 무공해 음악 콘서트
“요즘 대중가요 지나치게 분노적이고 극단적”

돈의 위력인가 천재의 영감인가

영화감독이 꿈이다가 돈 벌려고 가수가 됐는데, 시엠송도 그래서 시작한 건가요?

“투코리언즈로 활동하던 1973년 어느날 한 제과업체가 ‘줄줄이 사탕’이란 시엠송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몇 개 만들어 보냈는데, 아 그게 그렇게 히트를 치는 거예요. 아빠 오실 때 줄줄이 엄마 오실 때 줄줄이. 그때부터 줄을 서는 거예요. 그냥 돈을 싸들고 오다시피 했지요.” 현찰 박치기란 말씀이죠? “그래서 75년인가부터는 아예 사무실을 차렸어요. 가수 노릇 작파할 정도로 정신없이 만들었어요. 하루에 50곡도 쓴 적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3000곡이 넘었습니다. <오란씨> <아카시아껌> <월드콘> <맛동산> 등등. 지금은 대부분 기억도 못합니다만.” 3000곡! 그 많은 시엠송을 어떻게 다 만들었을까요? 천재란 소리 많이 들었겠습니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구요, 나중에 보니 중학교 때 본 영화들이 내 창조력의 원천이었더라구요. 영화 속의 음악들이, 음들이 내 안에 쌓여 있다가 필요할 때 슬슬 나오는 거더라구. 그땐 몰랐는데 공부 안 하고 영화관에서 죽친 게 진짜 공부였던 거죠.”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때 100만원 내고 주주가 된 건 투자였나요?(웃음) “그런 건 아니구요, 그때 우리 국민들이 성금을 많이 냈잖아요. 나도 가만있을 수 없어 조금 썼지요.” 이런 인연 때문에 인터뷰하는 건 아니지만, ‘한겨레신문사의 노래’ 만들어서 부른 것 기억하시나요? “물론이죠. 이왕 버린 몸 노래까지 부탁하길래 만들어줬는데 좀 겁도 났어요. 나중에 끌려가서 혼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왜 그런 시절이었잖아요. 그때가.”

(1987년 10월30일 3342명의 각계인사들이 참여해 서울 명동 YWCA강당에서 열린 한겨레신문 창간발기인대회 때 김도향씨가 만들어 부른 노래는 이랬다. “그게 정말입니까/ 온 겨레의 땀내 묻은 돈을 모아/ 괜찮은 신문 하나 만든다는 말/ 거짓과 진실 밝힐 겨레의 신문/ 겨레의 뜨거운 마음 하나로 모아/ 일어서서 외쳐보자/ 진정한 자유를 진정한 평화를)

돈 많이 버셨죠? “꽤 벌었죠. 하지만 태교음악 한다고 다 날리고 아직도 빚이 있어요. 그때 일본 음향기술자 인건비로만 한해에 40억~50억원을 썼으니 대충 따져보세요. 얼마나 벌고 얼마나 까먹었는지.” 그게 20년 전쯤인데, 지금껏 그때 빚이? “조금. 이것도 운명인가 봐요. 빚이 없었으면 지금도 산에서 도 닦고 있겠죠? 다 하늘의 안배라고 생각해요. 남의 빚이 있으니 그걸 갚으려구 노래도 하고 공연도 하구… 그래서 로또도 열심히 사는데 아, 그건 안 되데. 로또 되기만 하면 바로 산으로 갈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네. 하하하.”


가수 김도향
가수 김도향

허무냐 깨달음이냐

한때 명상가, 기 수행자, 도인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지금도 김도향 하면 흰 수염에 한복 자락 휘날리는 기인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가 많습니다.

“그렇죠. 한 20년 수행도 해봤고, 연구도 많이 했지요.” 한창 잘나갈 때 산으로 간 건 뭔가 극단적인 계기가 있었기 때문인가요? “보통의 사람에겐 죽음이나 큰 실패 같은 것일 텐데, 저는 그런 건 아니고, 작품 속에서 헤매고 있는 ‘극단적인 나’를 본거죠. 어느 순간에 저를 보니 뭔가 늘 쓰고 있어요. 하루에 50곡도 썼듯이. 근데 이게 죽음 같은 고통이에요. 사람들은 다 날 보고 천재라고 했지만, 내겐 거기가 의문의 시작이었어요. 머릿속을 지나가는 영감을 내가 탁 잡아서 쓰는데, 그게 진짜 내 것인가? 영감은 내 것이 아니고 그걸 써먹는 나도 내가 아니면 나는 누구냐? 그 화두가 극단적으로 나간 거죠. 그래서 <난 바보처럼 살았군요> 같은 노래도 나오고. 그러다가 좋다, 그럼 내가 누군지 확실히 알아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산으로 갔죠. 갔다가 내려왔다가 못 견디면 다시 가고…. 그렇게 한 20년이 가더군요.”

수행 생활을 접고 세상으로 돌아온 건 답을 찾았다는 말씀? “어디요. 아, 그걸 찾았으면 해탈이게. 그러나 어렴풋이는 알게 되죠. 이렇게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수행이고 길이구나 하는. 우리가 그걸 잊고 사니 자꾸 세상이 극단적이 되고 망가지는 거고. 인간이면 당연히 내가 누구인가 하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살죠. 사실 내가 누구이고, 어디로 가느냐를 생각하는 게 바로 도를 닦는 겁니다.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수행이지요.”

그는 기 수련을 하는 과정에서 믿기 어려운 신비체험도 많이 했다고 한다. 몇가지만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그런 걸 쓰면 기자님도 미친놈 소리 듣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일단 들어나 보자고 졸랐더니, 그는 진지하게 용 다섯 마리를 몰고 도력 높은 수련자와 결투를 벌인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었다. “다 사도(邪道)죠. 마음공부가 부족한 채 기능공부에만 치우친 자들이 벌이는. 저는 다행스럽게도 더 높은 차원의 분들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순수한 인간공부로 돌아오게 된 것이죠. 산에서 하는 것보다 대중 속에서 하는 게 더 어려운 공분데 왜 그런 시건방을 떨었나 하는 작은 깨달음에 이른 거지요. 근데 이런 거 써도 괜찮겠어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특별한 기운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보통사람도 다 가능해요. 누구나 그 경지는 얻을 수 있는데 눈앞의 현실에 묶여 나를 못 보고, 돈이나 권력 같은 나를 건드리는 건만 보니까 안되는 겁니다. 저는 가톨릭이지만, 부처님 말씀에 마음의 고개만 돌리면 피안이다, 이런 말씀이 있어요. 그거예요. 내 안을 보기 시작하면 거기가 천국으로 가는 문이다, 이겁니다.” 말하자면 그게 도네요. “그렇죠, 도. 저는 쉬운 말로 ‘정신 차린다’고 하죠. 어떤 순간에도 나를 잊지 않는 것. 지금 기자님도 제 얘기 듣다가 넋이 나갔잖아요? 하하하. 재밌으니까. 그게 정신 잃은 거예요.” 어떻게 한순간도 안 잃을 수가 있겠어요? “사실 저도 계속 정신 잃어요.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정신 잃죠. 물론 얼른 돌아오지만 말이죠. 옛날보다 컴백이 조금씩 빨라지는 게 성숙이구. 뭐, 완전히 정신 차리고 있으면 그게 예수님이나 부처님이지, 사람이겠어요? 하하하.”

87년 끌려갈 것 각오하고 ‘한겨레 노래’ 작곡
매일 건강관리 하며 ‘80살 공연’까지 기획중
“돈 벌면 다시 기 수행하러 산 가야지, 하하하”

내 노래는 80살 때가 진짜다

이번 공연은 자연의 소리를 주 리듬으로 삼은 ‘세계 최초의 공연’이라고 자랑하던데요.

“빗소리, 새소리, 파도 소리 같은 순수 자연음을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노래의 주체적 요소로 도입한 것이 이번 공연의 최대 특징입니다. 도시인들에게 순수한 자연음은 의외로 심리적인 치료효과가 매우 높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입증된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연음의 치료적 효과를 어떻게 하면 배가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대중과 친숙한 가요에 맞게 자연의 소리를 리듬화하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뻐꾸기, 종달새 소리로 만든 리듬에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이렇게 나가는 겁니다. 자연음이 여기서는 주가 되고 그 위에 악기 덮고 그 위에 다시 노래를 입히는 겁니다. 전혀 다른 콘셉트입니다.”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매일 10㎞ 가볍게 달리고, 2시간 정도 기공훈련 하고, 2시간은 노래 연습. 노래도 운동이에요. 그렇게 6시간 정도를 나한테 써요.” 스스로 보기에 노래는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80살까지 무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80이라고 해봐야 몇 년 안 남았어요. 지금 예순여섯이니 14년, 금세 가요.” 80살 공연에 꼭 인터뷰 가겠습니다. “진짜로 빈말이 아니라 그때는 지금보다 노래를 더 잘할 수 있어요. 지금 내가 연습하는 걸 보면, 이 페이스라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저는 압니다.” 지금보다 80살에 노래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그게 국보 아닙니까? 모름지기 가수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죠. 90이면 더 좋고.” 100살이면 더 좋겠네요. “물론이죠. 근데 그건 좀 욕심이긴 한데, 하늘하고 타협 좀 잘 해봐야겠네요. 제 100살 공연 보시려면 기자님도 건강하십시오. 하하하. 우리 다 같이 건강하게 삽시다.”

인터뷰는 두 남자의 서로의 대한 축수로 끝났다. 영화를 좋아했던 재기 넘치는 소년이 가수가 되어 떼돈을 벌기도 하고 빚쟁이가 되기도 하고 산에 들어가서 ‘용 다섯 마리를 모는 도력’도 얻어봤지만, 결국 자기 안에 길이 있더라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깨달음에 이른 뒤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흰 수염 날리며 용맹정진 중이다. 매주 로또 사는 것도 빼놓지 않으면서. 이번 공연은 그의 표현대로 하면 오랜 축지와 우회의 길찾기 끝에 얻은 한 ‘각’(覺)이다. 강호의 뜻있는 처사들은 꼭 한번 가서 감상하시길.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었다 안 오시뇨/ 하늘아 무너져라 와뜨뜨뜨/ 잔별아 쏟아져라 와뜨뜨뜨… 인터뷰를 마치고 거리로 나서는데 나도 모르게 유쾌한 웃음이 쏟아진다. 하하하, 하하하.

인터뷰/이인우 기획위원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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