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시각’으로 스타 포착
아주 어렵게 신문사 사진기자가 될 수 있었던 일라이 리드는 매그넘 사진가 중 유일한 흑인이다. 1970년부터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신문사가 창간될 때마다 이력서를 보냈지만, 이력서에 흑인이란 사실을 밝혔더니 무려 7년간 한 군데서도 연락을 받지 못했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가 미국 흑인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이런 개인적인 이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리드는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탄자니아에 있는 르완다 난민의 참상, 미국 10대 임산부의 애환, 수단 내전으로 고통받는 2만여명의 전쟁고아 이야기,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등 세계 곳곳의 소수자들을 사진으로 찍어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다른 사진가들처럼 그도 ‘인간가족’ 전시를 보면서 사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인간가족’은 1957년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를 거치면서 1천만명 가까운 관람객을 끌어 모았던 세기의 사진 전시회다. 사진가이자 현대미술관의 사진부 책임자였던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인간의 생로병사를 주제로 삼아 전세계에서 200만장의 사진을 모은 뒤 그 가운데 엄선한 503장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리드는 “‘인간가족’ 사진은 세계 곳곳에 사는 지구촌의 다른 인류들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베이루트의 분쟁지역에서 사진을 찍을 때 흑백 필름이 든 카메라도 함께 휴대했는데, 일을 위해선 컬러로 기록했지만 틈틈이 개인적인 메모 차원이나 마음을 달래는 용도로 흑백 필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컬러 작업은 절제된 방식으로, 흑백은 내키는 대로 찍었다는 얘기다. 아무리 긴박한 상황이라도 늘 여유를 지녀야 한다는 그의 사진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리드는 한국에서 영화와 연예산업 전반을 다뤘다. 1991년부터 할리우드에서 배우 사진과 영화 스틸 사진을 촬영해온 그의 경력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되는 주제다. 전시장에선 이명세 감독, 영화배우 송혜교·강동원·하정우 등의 사진과 함께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그는 한국의 생활사진가들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많이 찍을 것, 베끼지 말 것, 가까이 가는 것을 두려워 말 것, 좌우 앞뒤로 움직일 것,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시각을 가질 것. 큰 발전을 위해선 당신만의 시각을 갖는 것이 필수.”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