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음, 독특한 색감에 담아
11살 때 가족과 저녁을 먹다가 사진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신문 배달을 해서 모은 돈으로 중고 라이카 카메라를 산 데이비드 앨런 하비는 이때부터 가족과 이웃을 찍기 시작했다. 20살에 버지니아 노퍽의 흑인 거주지역으로 이사해 흑인들의 삶을 기록한 책을 만들고 전시회를 열었고, 수익금을 지역 침례교회에 기부하는 등 사회활동을 겸한 사진작업을 했다.
“당시 나는 이웃을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사진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웃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다녔다. 그러나 지금 그곳은 여전히 게토이며 그들의 삶에 질적 변화는 없다. 정말 순진한 청년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순수성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는 로버트 프랭크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한테서 자신이 걸어갈 길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일하는 방식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다. 곧, 큰 사건이나 사고 같은 것이 없는 일상, 매일 보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모습들을 찍는 것을 말한다.
하비는 1974년부터 13년 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위해 40여편의 포토 에세이를 제작하면서 빛과 색감에 탁월하다고 인정받았다. 그는 모르는 지역을 방문하기에 앞서 특별한 방식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 나라의 배경을 이해하려고 신문도 읽고 안내서도 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나라에 대한 소설을 읽어 둔다는 것이다. “비록 그 내용이 신문 기사와는 달리 저널리즘적이진 않지만 역사와 사실이 들어 있고 또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페인을 방문할 땐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를 읽으며 준비했다고 한다.
매그넘 현역 작가들 중에서도 유난히 열성적으로 후진 양성에 힘을 쏟는 하비는 세계 곳곳에서 워크숍을 진행해왔고, 지난해에는 한국에서도 학생과 일반인을 상대로 워크숍을 열었다. 그의 홈페이지(www.davidalanharvey.com)를 찾아가면 그가 각지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며 뽑은 사진에 대해 평한 내용을 읽어볼 수 있다.
그는 한국에서 ‘젊음’을 주제로 삼아 길거리보다는 주로 실내에서 작업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베테랑이 평범한 색깔과 빛을 남겼을 리가 없다. 하비가 이 땅의 젊은이들과 문화를 찍으면서 인공조명을 통해 읽어낸 색감과 브라질, 쿠바, 멕시코 등에서 발견한 색감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싶다.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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