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알렉스 웹은 남미와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을 주로 다뤄왔다. 발랄하고 다채로운 색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여러 매그넘 회원들 중에서도 생활사진가들이 가장 본받을 만한 방식으로 사진을 찍는다.
“내가 아는 유일한 현장 접근 방식은 걷는 것밖에 없다. 거리의 사진가라면 모름지기 늘 걸어라. 그리고 보라. 그리고 기다렸다가 말을 건네고 또 보고 또 기다려라.”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진을 “시각적, 육체적, 정서적, 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탐험 그 자체”라고 부른다. 중요한 사진 취재에 앞서 그는 가야 할 곳의 기본적인 사실에 대해 ‘조금만, 너무 많지 않게’ 읽고 간다고 한다. 사진을 찍기 전에 미리 많이 알고 가면 자신의 지식을 ‘시각적으로 설명하려는’ 사진을 찾아 헤매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은 직관에 주로 의존하며, 충분히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상에 즉흥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웹은 “사진을 다 찍은 뒤 프로젝트의 마무리 단계, 혹은 편집과정에서 충분히 연구하고 상황을 숙지해 보완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의 사진은 구성의 측면에서도 대단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사진은 그림과 달라 작가가 맘먹은 대로 그리지 못하고 존재하는 세상의 한 단면을 네모 안에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따라서 사진에 들어가는 요소가 많을수록 전체의 통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사진 찍기는 세상과 더불어 노는 것이다. 사진은 훈육이자 놀이이며 구조적 작업이자 혼란인 것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사진엔 대단히 많은 요소들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깔끔한 프레임 구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웹은 한국에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맡았고 주택가, 놀이터, 시장 등 평범한 생활공간을 탐험했다. 남미에서 즐겨 사용하던 원색적인 빛깔을 아직 쌀쌀한 4월의 서울에선 찾기 어려웠던지 술집 간판과 마네킹, 거리 좌판의 딸기 바구니와 소녀의 머리핀에서 발견한 빨간색이 앙증맞게 우리 눈에 들어온다. “내가 누구를 위해서 일하든지 나는 순수한 사진적 의미에서 발견의 여지를 늘 남겨둔다”는 대가의 배려가 정겹게 와 닿는다. 전시장에 걸려 있는 웹의 사진에서 뭔가를 발견해보자.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7월 4일~8월 24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magnu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