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마욜리는 사진을 찍은 곳과 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매그넘, 이 작가를 주목하라 - ③ 알렉스 마욜리(37·이탈리아)
알렉스 마욜리(37·이탈리아)
어린 시절 먹을 것이 없어 음식물을 훔치기도 했던 소년은, 요리사의 길을 밟고 있던 15살의 어느 날 토마토를 썰다가 갑자기 주방을 뛰쳐나간다. 문득 사진가가 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매그넘의 ‘젊은 피’ 알렉스 마욜리가 꼽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하루다. 이후 18살 때부터 사진기자 일을 시작한 마욜리가 매그넘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 당시 그는 “그냥 조언 좀 해주세요” 하는 기분으로 매그넘에 사진을 보냈다가 답이 없자 실망감에 카메라를 전당포에 맡기고 술에 파묻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석 달 만에 연락을 받고는 곧바로 전당포로 달려가 카메라를 찾았다. 콩고,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의 전쟁 현장에서 활약했고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서 일했다. 그는 콤팩트카메라로 전쟁터를 취재했다. 심도가 깊고 무게가 가볍고, 특히 밤에 강하다는 장점 때문이었는데, 셔터 반응이 느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동으로 초점을 미리 맞춰두는 방식을 썼다. 즉, 두 개의 콤팩트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면서 번갈아 세 컷씩 누르는 방법으로 연사가 느린 점을 보완했다. 마욜리의 사진엔 솔직함이 넘친다. “나에겐 사회적 소명 같은 것은 없다. 왜냐하면 내가 밑바닥 인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지도 않고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그런 핵심적 위치에 설 생각도 없다. 나는 기억을 기록하는 일에 한몫 거들고 있을 뿐이고 그래도 행복하다.”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에서 마욜리는 ‘암흑 속의 인물 사진’과 ‘밤 풍경’ 사진의 병렬배치 작업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 작업들은 그가 2005년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같은 방식으로 작업했던 바이오 포지션 시스템(BPS-사회 변모에 관한 기록) 사진들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 사진들은 아름다움과 힘과 시각적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것들은 마욜리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객관적이 되려고 하는 데서 생산된 사진들이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주변에서 보이는 것을 해석했다”고 밝혔다. 평범한 주변을 특이하게 담은 풍경 사진들을 감상하는 것은 그만의 해석 방식을 엿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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