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횝커는 1960년 통일 전 서독의 한 잡지사에서 사진기자를 시작한 이래 반 세기 세월 동안 카메라를 들고 세계의 현장을 누벼왔다. 1964년엔 시사주간지 <슈테른> 기자로서 세계 권투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의 포토스토리를 찍었고, 1974년엔 동독에서 3년간 머물며 베를린 장벽 너머 사람들의 삶을 서방에 소개했다.
14살 때 학교 선생님들의 인물사진을 찍는 것으로 사진과 인연을 맺은 그는 애초 ‘번듯한’ 직업을 원하는 부모의 뜻에 따라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박물관 유물보다 관람객 사진찍기를 더 즐길 정도로 사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사진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횝커의 아버지는 언론인인데도 아들이 잡지 사진을 찍는 것을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것”처럼 취급했지만, 횝커는 당시엔 드물었던 해외여행 기회가 주어지는 사진기자의 일에 푹 빠져들었다.
횝커는 포토저널리즘은 호기심의 발동, 그 자체라고 말한다. 일단 현장에 나가 거기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직접 보는 것이 사진의 본질이란 것.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라를 방문했을 땐 첫 아침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서 산과 들로 자동차를 몰고 나간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다. 그것이 발견이고 신나는 순간이다.”
횝커는 이번 한국 전시회에서 교육을 주 테마로 삼았다. 자원이 부족한데도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는 한국에서 교육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촬영현장에선 좌절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교실 한가득 모인 학생들에게서 좀처럼 그림이 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가길 원하고 있었고 학생들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청춘의 대부분을 희생하고 있었다. 인생에서 높은 학력과 좋은 직장은 중요하겠지만 젊은이들에게 더 높은 가치는 꿈과 즐거움과 모험일 텐데 그게 부족한 것 같았다.”
횝커가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남기고 간 사진 중 활기찬 모습보다는 지치고 고개 숙인 젊은이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987년부터 3년간 <슈테른> 아트디렉터를 역임했고 2003~2006년 매그넘 회장을 지냈다.
그는 말한다. “일생 동안 포토저널리즘만 바라보고 살았을 뿐, 다른 종류의 사진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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