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페스티벌 봄’ 준비 중인 안은미 예술감독
[한겨레가 만난 사람]
‘하이서울페스티벌 봄’ 준비 중인 안은미 예술감독
‘하이서울페스티벌 봄’ 준비 중인 안은미 예술감독
현대무용가 안은미(46)를 처음 본 사람은 세번 놀란다. 처음엔 삭발한 그의 머리에, 두번째는 화려한 원색의상에, 마지막으로 호탕한 웃음소리에. 20년이 다 되도록 같은 스타일을 지키고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사람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킨다.
최근엔 하이서울페스티벌 봄 축제(5월 4~11일) 예술감독이 돼서 화제다. 큰 규모의 지방자치단체 축제 감독을 여성이, 그것도 무용가가 맡은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난해 11월 그는 이를 두고 “서울 거리를 온갖 이상한 애들로 뒤덮어버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지난 20일 그를 다시 만나 ‘이상한 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다.
여성·무용가 출신 드문 기용 “시민 주인공인 공연”에 방점
거대한 ‘궁’ 하늘에 띄우고 시청~청계천 ‘즐거운 그물망’
“나는 축제 향해 가는 마차 애정과 활기 싣고 달릴 것” “갖가지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로 자유로움을 표현해보자는 건데요. ‘만민대로락’이라고 이름붙였어요. 당신이 왕이라면 어떤 옷을 입고 나오겠느냐는 거죠.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느냐가 중요한데, 유시시 응모전이 관건이 될 거에요.” 그는 손과 발을 다 동원해가며, 춤추는 것처럼 역동적으로 말했다. 시민들의 참여는 이번 축제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고리다. 지금까지의 서울 축제에도 시민들이 다녀갔지만, 주인공이 아니라 구경꾼으로서였다.
-기존 축제와 다른 점은. “일방적인 공연이 거의 없다는 점이죠. 시청앞 광장에서 매일 열리는 ‘팔색무도회’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일단 좌석이 없어요. 무대에서 꼭지점댄스를 가르쳐주면 시민들이 따라 하도록 하는 식이죠. 스타는 중간에 흥을 돋우는 구실만 하죠. 그런 프로그램이 10~15분 간격으로 쉴새 없이 돌아가요. 시청앞 광장에서 청계천까지 ‘축제의 그물망’을 쳐놓는 거죠. 바빠서 축제를 즐길 수 없다는 말이 핑계가 되도록 만들 거에요.” -‘관’에서 주도하는 행사인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나. “예전 거리행진은 왕의 행차를 재현한 행사였어요. 그런데 그런 건 사진 한두 번 찍으면 끝나요. 시민들이 주인공이 돼야 해요. 결국 몸으로 뛰는 수밖에 없어요. 유시시 접수받고, 골라내는 것도 다 몸으로 뛰는 거에요. 저는 원래 현장 싸움에 강하거든요.” -축제의 주제가 ‘궁’인데 너무 낡은 주제 아닌가. “처음에 누가 ‘궁’ 얘기를 하길래, 내가 ‘지루한 궁 얘기 좀 그만하라’고 했죠. 새로운 게 없을까 찾아헤맸는데, 정확히 한달이 지나니까 궁이 새롭게 다가오는 거 있죠. ‘아, 궁이 있었지.’ 늘 우리 곁에 있어서 잘 몰랐던 거죠. 서울은 전통과 역사가 있는 도시잖아요. 축제는 시간과 장소가 딱 맞아야 해요. 브라질의 삼바 축제는 그 나라의 뜨거운 태양과 열정적인 민족성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뮌헨의 맥주 축제에 가보세요. 넓은 광장에 테이블 깔아놓고 맥주 마시는 게 전부에요. 유럽 사람들은 검소하고 화려하지 않아요. 축제도 그렇죠.”
-궁에서 뭘 할 수 있나.
=“텐트도 칠 수 없고, 못도 못박죠. 그래서 ‘5월의 궁’이 탄생한 거에요. 건축가 조민석(43)이 시안을 만들었어요. 요즘 엘이디(LED·발광다이오드)를 넣어서 하는 건축이 하나의 흐름이거든요. 지름 7짜리 인공 지붕이 하늘에 떠 있는 거에요. 우린 그걸 ‘미디어 클라우드’라고 불러요. 그리고 높이 10m, 길이 90m짜리 ‘워터 커튼’을 만들어요. 낮에는 놀이터가 되고, 밤에는 스크린이 되죠. 관광객들이 봤을 때 (깜짝 놀란 표정으로) ‘헉~’ 해야 돼요. 아이티 강국이라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시청 앞을 지나가는 차들이 축제를 느낄 수 있도록 덕수궁과 서울광장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거에요.”
-축제 공부를 많이 했나.
“주로 인터넷으로 했죠. 축제에서는 현실에 없는 유희들이 펼쳐져야 해요. 거기서 생성되는 에너지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해요. 스페인의 토마토축제는 농민들이 화가 나서 던진 게 시작이잖아요. 사고가 축제가 된 거죠. 조용하면 화제가 안돼요. 짧고 굵게 쳐야 돼.”
-축제 예술감독 제의를 받아들인 이유는 뭔가.
“나는 맨날 비상용이에요. 그렇게라도 쓰임새가 있으니 기뻐요. 남들 즐겁게 하는 디엔에이를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춤을 추게 된 건지도 모르죠. 평생 해온 ‘아트축제’보다는 ‘시민축제’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서울이 고향은 아니지만 1살 때 올라와서 아현동 고개, 불광동, 신촌, 망원동까지 서울을 훑으면서 살아온 나의 과거가 도움이 된다면 좋겠어요.”
-잠은 얼마나 자나.
“5시간 정도. 무용단 할 때보다 일이 10배, 20배는 많아졌죠. 잘못하면 정신분열 일어나겠더라고요. 엄청난 밸런스가 필요해요. 수많은 정보를 읽어내야 하고. 한번 회의 하면 7~8시간 정도 해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진을 빼거든.
-유럽에서 러브콜도 많을 텐데, 작가로서 공백기간이 긴 것 아닌가.
“오히려 작품이 더 깊어질 기회죠. 작가로서 보폭도 커질 거에요.”
이번 축제의 색깔은 “핑크”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비롯해 모든 걸 분홍색으로 칠할 계획이다. “흑백티브이 시대에서 컬러티브이 시대를 연 무대의 아티스트”로서 당연한 선택이다. “핑크는 애정과 활기의 빛깔이고, 판타지를 떠올리게 해” 안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다.
그는 지난 2000년에도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된 적이 있다. 파격과 도발로 대표되는 작품세계로 무용계의 이단아 취급을 받던 그가 국공립 단체의 책임자가 됐을 때 사람들은 적잖이 놀랐다. 결과는 괜찮았다. 3년 임기를 마쳤을 때, 보수적인 도시 대구가 그의 신명에 감염되었다는 평도 나왔다. “나는 지금 축제를 향해 달리는 마차”라고 말하는 안은미. 그는 지금 “마음 졸이며 5월을 기다리고 있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거대한 ‘궁’ 하늘에 띄우고 시청~청계천 ‘즐거운 그물망’
“나는 축제 향해 가는 마차 애정과 활기 싣고 달릴 것” “갖가지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로 자유로움을 표현해보자는 건데요. ‘만민대로락’이라고 이름붙였어요. 당신이 왕이라면 어떤 옷을 입고 나오겠느냐는 거죠.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느냐가 중요한데, 유시시 응모전이 관건이 될 거에요.” 그는 손과 발을 다 동원해가며, 춤추는 것처럼 역동적으로 말했다. 시민들의 참여는 이번 축제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고리다. 지금까지의 서울 축제에도 시민들이 다녀갔지만, 주인공이 아니라 구경꾼으로서였다.
-기존 축제와 다른 점은. “일방적인 공연이 거의 없다는 점이죠. 시청앞 광장에서 매일 열리는 ‘팔색무도회’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일단 좌석이 없어요. 무대에서 꼭지점댄스를 가르쳐주면 시민들이 따라 하도록 하는 식이죠. 스타는 중간에 흥을 돋우는 구실만 하죠. 그런 프로그램이 10~15분 간격으로 쉴새 없이 돌아가요. 시청앞 광장에서 청계천까지 ‘축제의 그물망’을 쳐놓는 거죠. 바빠서 축제를 즐길 수 없다는 말이 핑계가 되도록 만들 거에요.” -‘관’에서 주도하는 행사인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나. “예전 거리행진은 왕의 행차를 재현한 행사였어요. 그런데 그런 건 사진 한두 번 찍으면 끝나요. 시민들이 주인공이 돼야 해요. 결국 몸으로 뛰는 수밖에 없어요. 유시시 접수받고, 골라내는 것도 다 몸으로 뛰는 거에요. 저는 원래 현장 싸움에 강하거든요.” -축제의 주제가 ‘궁’인데 너무 낡은 주제 아닌가. “처음에 누가 ‘궁’ 얘기를 하길래, 내가 ‘지루한 궁 얘기 좀 그만하라’고 했죠. 새로운 게 없을까 찾아헤맸는데, 정확히 한달이 지나니까 궁이 새롭게 다가오는 거 있죠. ‘아, 궁이 있었지.’ 늘 우리 곁에 있어서 잘 몰랐던 거죠. 서울은 전통과 역사가 있는 도시잖아요. 축제는 시간과 장소가 딱 맞아야 해요. 브라질의 삼바 축제는 그 나라의 뜨거운 태양과 열정적인 민족성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뮌헨의 맥주 축제에 가보세요. 넓은 광장에 테이블 깔아놓고 맥주 마시는 게 전부에요. 유럽 사람들은 검소하고 화려하지 않아요. 축제도 그렇죠.”
안은미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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