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거머쥐는 통신자본
문화산업 거머쥐는 통신자본
한국 문화산업에 ‘통신자본 시대’가 열렸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기반한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가 2005년께 문화산업에 뛰어든 지 2년 만에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할 단계에 왔다. 이에 따라 음악에서는 작곡 스타일 등 창작양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영화계에서도 우려반 기대반의 엇갈린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음악 분야에서는 유료 음악사이트인 멜론(www.melon.com·에스케이텔레콤)과 도시락(www.dosirak.com·케이티에프)을 통해 디지털 음악시장을 장악한 통신회사들이 오프라인 음악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음반 제작·유통회사인 서울음반을 인수했고, 서울음반은 최근 워너뮤직과 합작으로 더블유에스엔터테인먼트를 세워 음악 매니지먼트사업까지 진출했다.
케이티는 국내 음반·음원 유통시장 1위 업체인 씨제이뮤직 등과 함께 100억원대의 음악펀드를 조성했다. 씨제이뮤직은 지난 1월 에스지워너비, 씨야 등이 소속된 엠넷미디어와 합병한 상태다.
통신회사의 진출 이후 음악 양식의 변화가 구체화하고 있다.
콘텐츠 생산서 유통까지 수직계열화 체제 갖춰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 진출 시장장악 가속화
장르 획일화하고 작은 제작사들 고사할 우려 우선, 디지털 시장 확장과 맞물려 디지털 싱글 형태로 노래를 선보이는 방식이 점점 늘고 있다. 노래 멜로디 자체도 온라인 유통에 맞게 바뀌고 있다. 특히 후렴구의 경우 벨소리나 컬러링 시간(40초 남짓)에 맞게 과거의 단순한 리듬의 반복이 아닌, 강약과 음의 높낮이 등을 다양화해 후렴구만으로 노래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든 곡들이 크게 늘었다. 에스지워너비가 이런 흐름으로 인기를 끈 뒤 씨야, 에프티아일랜드 등이 비슷한 노래를 잇따라 내놓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온라인 음악사이트 ‘뮤즈’ 김상엽 콘텐츠기획제작실장은 이런 흐름이 대중음악의 ‘쏠림현상’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른바 ‘소몰이 창법’이 유행하니, 노래들이 다 그런 분위기의 곡들만 나온다. 얼마 전 사이트에서 가장 인기있는 곡 1위부터 10위까지 들은 적이 있는데, 모두 다 한 곡인 줄 알았다.” 음악계에서는 이런 현상으로 다양한 음악 장르가 고루 발전하지 못하고 유능한 뮤지션 발굴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제이케이김동욱과 윤도현 솔로 1집 음반에서 작곡과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작곡가 김신일(35)씨는 “통신자본이 진출한 뒤 음악이 없어졌다”며 “오프라인 음반보다는 디지털, 특히 벨소리와 컬러링 등 모바일 소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싹이 꺾였다”고 했다. 멜론과 도시락이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면서, 오프라인 음반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도 음악계의 시름을 깊게 한다. 일례로, 멜론의 ‘쇼케이스’와 도시락의 ‘최신공개앨범’에선 발매되지 않은 곡들을 먼저 들을 수 있다. 최근 멜론은 〈개와 늑대의 시간 오에스티〉와 김사랑 3집, 와이비와 솔리드의 앨범 등을 독점적으로 먼저 공개했는데, 이 음악을 온라인에서 구입한 이들이 오프라인 음반을 재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강태규 뮤직팜 이사는 “통신회사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지 않고는 더이상 유능한 뮤지션을 발굴해 음반으로 소개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아티스트를 한두 명 갖고 있는 군소 음반 제작자들이 음반 등에서 수익을 내지 못해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 진출 시장장악 가속화
장르 획일화하고 작은 제작사들 고사할 우려 우선, 디지털 시장 확장과 맞물려 디지털 싱글 형태로 노래를 선보이는 방식이 점점 늘고 있다. 노래 멜로디 자체도 온라인 유통에 맞게 바뀌고 있다. 특히 후렴구의 경우 벨소리나 컬러링 시간(40초 남짓)에 맞게 과거의 단순한 리듬의 반복이 아닌, 강약과 음의 높낮이 등을 다양화해 후렴구만으로 노래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든 곡들이 크게 늘었다. 에스지워너비가 이런 흐름으로 인기를 끈 뒤 씨야, 에프티아일랜드 등이 비슷한 노래를 잇따라 내놓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온라인 음악사이트 ‘뮤즈’ 김상엽 콘텐츠기획제작실장은 이런 흐름이 대중음악의 ‘쏠림현상’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른바 ‘소몰이 창법’이 유행하니, 노래들이 다 그런 분위기의 곡들만 나온다. 얼마 전 사이트에서 가장 인기있는 곡 1위부터 10위까지 들은 적이 있는데, 모두 다 한 곡인 줄 알았다.” 음악계에서는 이런 현상으로 다양한 음악 장르가 고루 발전하지 못하고 유능한 뮤지션 발굴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제이케이김동욱과 윤도현 솔로 1집 음반에서 작곡과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작곡가 김신일(35)씨는 “통신자본이 진출한 뒤 음악이 없어졌다”며 “오프라인 음반보다는 디지털, 특히 벨소리와 컬러링 등 모바일 소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싹이 꺾였다”고 했다. 멜론과 도시락이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면서, 오프라인 음반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도 음악계의 시름을 깊게 한다. 일례로, 멜론의 ‘쇼케이스’와 도시락의 ‘최신공개앨범’에선 발매되지 않은 곡들을 먼저 들을 수 있다. 최근 멜론은 〈개와 늑대의 시간 오에스티〉와 김사랑 3집, 와이비와 솔리드의 앨범 등을 독점적으로 먼저 공개했는데, 이 음악을 온라인에서 구입한 이들이 오프라인 음반을 재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강태규 뮤직팜 이사는 “통신회사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지 않고는 더이상 유능한 뮤지션을 발굴해 음반으로 소개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아티스트를 한두 명 갖고 있는 군소 음반 제작자들이 음반 등에서 수익을 내지 못해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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