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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언니야 톡 까놓고 말해서…

등록 2006-06-22 21:57수정 2006-06-23 16:30

미모는 인생의 마스터 키, 돈 있는 여자가 아름다워, 이기적인 여자가 되자고… 바야흐로 ‘여성 자기 개발서’ 시대다. 그림은 <서른살 여자가 스무살 여자에게> 표지 일러스트.
미모는 인생의 마스터 키, 돈 있는 여자가 아름다워, 이기적인 여자가 되자고… 바야흐로 ‘여성 자기 개발서’ 시대다. 그림은 <서른살 여자가 스무살 여자에게> 표지 일러스트.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 대리만족 벗어나
현실적인 삶의 요령 드러내놓고 조언
“콕콕 짚어줘 좋다” “일회용 책” 반응 극과 극

커버스토리/노골적인 ‘여성 처세서’ 봇물

올 상반기, 출판사 랜덤하우스중앙은 지난 2004년 7월에 나온 책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남인숙 지음)를 대대적으로 ‘띄우기’ 시작했다. 출간 당시에는 광고조차 하지 않았던 책을 1년 반이 지난 뒤에 마케팅으로 밀어붙이기로 한 것이다.

애초 이책은 처음 나왔을 때 랜덤하우스중앙 내부의 마케팅 우선순위에서 밀린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마케팅 대상에 들지도 않았었다. 그랬던 책을 랜덤하우스중앙이 본격적으로 광고와 판촉으로 띄운 이유는-올 상반기 뚜렷한 다른 베스트셀러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무엇보다도 이 책의 판매추이가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여자의 모든~>은 별다른 마케팅 없이 1년 동안 18만부가 팔려나가는 ‘대박’을 터뜨렸다. 더욱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들이 발간 초기에 인기를 끌다가 급격하게 판매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달리 이 판매량이 꾸준하게 유지되면서 스테디셀러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 주목해 판매 여지가 더 남아있다고 판단한 랜덤하우스중앙은 올해 초부터 사은품까지 끼워주면서 마케팅에 돌입했고, 이미 18만부나 팔렸음에도 다시 한번 판매량을 끌어올려 다시 10만부 이상을 더 팔 수 있었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부수는 30만부. 최근 나온 여성용 자기계발서 가운데 최고 히트상품이 됐다.

‘여자생활백서’ 10주만에 5만부


해냄출판사도 최근 베스트셀러 <여자생활백서>의 판매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이 책을 기획할 당시 해냄 편집진의 기대 수준은 ‘1만부만 팔리면 좋겠다’ 정도였다. 그런데 반응이 예상 이상이어서 출간 10주만에 판매 5만부를 돌파했다. 새로 잡은 목표는 10만부. <여자생활백서>는 현재 주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자기계발서 부문이 아니라 전체 비소설부문 1위에 올라있어 무난히 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 자기계발서’ 시장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 출판시장에서 ‘처세’ 코드의 책이나 자기계발용 실용서는 대부분 남성 직장인을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대 여성이 또다른 자기계발서 독자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들을 겨냥한 자기계발서들이 새로운 출판 분야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능력있는 여자는 스캔들을 꿈꾼다>(자유로운상상) <여자의 카리스마는 따로 있다>(명진출판) <서른살 여자가 스무살 여자에게>(토네이도) <성공하는 여자는 당당하게 때론 뻔뻔하게>(나래울)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휴먼비즈니스) <착한 여자는 부자가 될 수 없다>(해냄) 등 다양한 여성용 자기계발서들이 최근 줄지어 나왔다.

90년대까지 여성들에게 자기계발, 자기관리 메시지를 전하는 책들은 대부분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여성들의 사회진출 자체가 힘든 시절이었으므로 남성 중심의 공고한 벽을 뚫고 사회에 진출해 성공한 여성들의 성공담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각종 전문직 분야에서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낸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꿈꾸는 젊은 여성들의 ‘역할 모델’로서 제시되는 책들이 많았다. 조안 리의 <스물 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1994년), 아나운서 백지연씨의 <앵커는 닻을 내리지 않는다>(1998년), 번역서로는 헬렌 브라운의 <나는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1995년)이 이 시기 대표적인 책들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꿈이나 이상을 대리충족 시켜주던 전문직 여성들의 자전적 에세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사라졌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는 현실속에서 여성들이 ‘생존’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4년 베스트셀러가 된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 같은 여성용 재테크 책들이 이런 경향을 잘 보여준다. 또한 10만부 넘게 팔린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게일 에반스 지음·2000년)도 당시 가장 각광받은 여성용 지침서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해 최근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란 책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흐름이 최근 1~2년 사이에는 완전히 다른 흐름으로 바뀌었다. 더욱 현실적으로 삶의 요령을 가르쳐 주는 책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시장 전체로 볼 때 본격적으로 여성용 자기계발서란 장르로 특화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이런 류의 책은 있었지만, 요즘처럼 여성 독자들만을 대상으로하는 별도의 분야로 자리잡지는 못했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두 책 <여자생활백서>와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는 새로운 여성 자기계발서의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들이다. 이 두 책의 공통점은 ‘잡지 아이템의 단행본화’다. 기존 여성잡지에서 기사로 다루던 종류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다는 것이 출판 기획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남자처럼 일하라’는 말은 옛말

이 두 책은 모두 ‘30대’인 지은이가 ‘20대’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 그 메시지는 그동안 현실적으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여성끼리 ‘수다’란 형식으로 전할 뿐 진짜 ‘충고’의 형식으로는 말하지 않던 것들을 ‘드러내놓고’ 전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충고의 내용이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같다.

두 책의 목차를 보면 그런 변화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작업 기간은 2주를 넘기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맨살 보이는 걸 부끄러워 말라’ ‘예쁘고 성능좋은 콘돔을 준비하라’ ‘절대 술 먹고 전화하지 말라’ ‘다리털만 밀지 말고 다른 털도 관리하라’ ‘배고픈 상태에서 쇼핑하지 말라’…(이상 <여자생활백서>). ‘20대에 속물이 되어야 30대에 고단하지 않다’ ‘20대, 노는 물의 수질관리를 시작하라’ ‘미모는 인생의 마스터 키’ ‘돈 있는 여자는 아름답다’…(이상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물론 그 사이 여성을 겨냥한 비소설 단행본들이 간간이 나와 이런 변화의 전조를 보여준 적은 있었다. 여성들에게 성과 사랑의 구체적인 관심을 채워주는 책으로는 2002년 <나에게는 두 남자가 필요하다>가 있었고, 성공지침서로는 <백만장자가 된 여성들의 아주 특별한 원칙>(2000년)이 있었다. 여성의 성생활을 위한 좀더 인문교양적인 책으로는 <네 안에 아마존을 키워라>(2001년)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게일 에빈스의 히트작 <남자처럼 일하고~>가 보여주듯 이 때까지만 해도 여성용 자기계발서들은 어차피 직장이나 비즈니스 세계는 남자들이 규칙을 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현실로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대세였다. 반면 최근 나오는 여성 자기계발서들은 이처럼 여성의 언어를 버리고 남성의 언어를 익히라는 조언은 아예 하지 않는다. 대신 여성성을 최고의 무기로 삼으라고 역설한다. 또한 이전 책들이 ‘사랑과 성공’이란 두가지 주제를 변주해왔다면 최근 책들은 이 두가지 말고도 여자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 있다고 설파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사회통념상 책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생활의 방식으로는 ‘섹스’나 ‘쇼핑’같은 것들, 그리고 삶의 태도에 있어서는 ‘속물주의’ ‘이기주의’ 같은 것들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책들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양분된다. 긍정적인 평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라 실제 선배 언니들이 수다떨면서 콕콕 짚어서 이야기해주듯 사소한 것들을 명쾌하고 분명하게 이야기 해주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거나 또는 “직장생활 등에 있어서 여성들이 간과하기 쉬운 것들을 점검해주는 측면이 있다”는 실용적인 평가다. 반면 “책이 새우깡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혹평도 많다. 충고의 내용이 너무 노골적이고 1회용이며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존 정보를 모아 재구성한 것 이상의 새로움은 없다는 지적이다.

여성잡지 아이템의 단행본화

이런 극히 현실적인 여성용 자기계발서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아직은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앞으로 더욱 이런 책들이 많아질 것이며 대상 연령층도 지금의 20대 위주에서 10대 후반부터 40대 이상까지로 넓어질 것이란 분석한다. 반면 2006년을 앞뒤로 해서 잠깐 뜨거워졌다가 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언제나 20대 여성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책들은 있어왔는데, 지금은 이런 지극히 현실적인 자기계발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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