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는 인생의 마스터 키, 돈 있는 여자가 아름다워, 이기적인 여자가 되자고… 바야흐로 ‘여성 자기 개발서’ 시대다. 그림은 <서른살 여자가 스무살 여자에게> 표지 일러스트.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 대리만족 벗어나
현실적인 삶의 요령 드러내놓고 조언
“콕콕 짚어줘 좋다” “일회용 책” 반응 극과 극
현실적인 삶의 요령 드러내놓고 조언
“콕콕 짚어줘 좋다” “일회용 책” 반응 극과 극
커버스토리/노골적인 ‘여성 처세서’ 봇물 올 상반기, 출판사 랜덤하우스중앙은 지난 2004년 7월에 나온 책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남인숙 지음)를 대대적으로 ‘띄우기’ 시작했다. 출간 당시에는 광고조차 하지 않았던 책을 1년 반이 지난 뒤에 마케팅으로 밀어붙이기로 한 것이다. 애초 이책은 처음 나왔을 때 랜덤하우스중앙 내부의 마케팅 우선순위에서 밀린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마케팅 대상에 들지도 않았었다. 그랬던 책을 랜덤하우스중앙이 본격적으로 광고와 판촉으로 띄운 이유는-올 상반기 뚜렷한 다른 베스트셀러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무엇보다도 이 책의 판매추이가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여자의 모든~>은 별다른 마케팅 없이 1년 동안 18만부가 팔려나가는 ‘대박’을 터뜨렸다. 더욱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들이 발간 초기에 인기를 끌다가 급격하게 판매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달리 이 판매량이 꾸준하게 유지되면서 스테디셀러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 주목해 판매 여지가 더 남아있다고 판단한 랜덤하우스중앙은 올해 초부터 사은품까지 끼워주면서 마케팅에 돌입했고, 이미 18만부나 팔렸음에도 다시 한번 판매량을 끌어올려 다시 10만부 이상을 더 팔 수 있었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부수는 30만부. 최근 나온 여성용 자기계발서 가운데 최고 히트상품이 됐다. ‘여자생활백서’ 10주만에 5만부
해냄출판사도 최근 베스트셀러 <여자생활백서>의 판매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이 책을 기획할 당시 해냄 편집진의 기대 수준은 ‘1만부만 팔리면 좋겠다’ 정도였다. 그런데 반응이 예상 이상이어서 출간 10주만에 판매 5만부를 돌파했다. 새로 잡은 목표는 10만부. <여자생활백서>는 현재 주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자기계발서 부문이 아니라 전체 비소설부문 1위에 올라있어 무난히 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 자기계발서’ 시장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 출판시장에서 ‘처세’ 코드의 책이나 자기계발용 실용서는 대부분 남성 직장인을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대 여성이 또다른 자기계발서 독자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들을 겨냥한 자기계발서들이 새로운 출판 분야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능력있는 여자는 스캔들을 꿈꾼다>(자유로운상상) <여자의 카리스마는 따로 있다>(명진출판) <서른살 여자가 스무살 여자에게>(토네이도) <성공하는 여자는 당당하게 때론 뻔뻔하게>(나래울)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휴먼비즈니스) <착한 여자는 부자가 될 수 없다>(해냄) 등 다양한 여성용 자기계발서들이 최근 줄지어 나왔다. 90년대까지 여성들에게 자기계발, 자기관리 메시지를 전하는 책들은 대부분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여성들의 사회진출 자체가 힘든 시절이었으므로 남성 중심의 공고한 벽을 뚫고 사회에 진출해 성공한 여성들의 성공담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각종 전문직 분야에서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낸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꿈꾸는 젊은 여성들의 ‘역할 모델’로서 제시되는 책들이 많았다. 조안 리의 <스물 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1994년), 아나운서 백지연씨의 <앵커는 닻을 내리지 않는다>(1998년), 번역서로는 헬렌 브라운의 <나는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1995년)이 이 시기 대표적인 책들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꿈이나 이상을 대리충족 시켜주던 전문직 여성들의 자전적 에세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사라졌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는 현실속에서 여성들이 ‘생존’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4년 베스트셀러가 된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 같은 여성용 재테크 책들이 이런 경향을 잘 보여준다. 또한 10만부 넘게 팔린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게일 에반스 지음·2000년)도 당시 가장 각광받은 여성용 지침서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해 최근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란 책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흐름이 최근 1~2년 사이에는 완전히 다른 흐름으로 바뀌었다. 더욱 현실적으로 삶의 요령을 가르쳐 주는 책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시장 전체로 볼 때 본격적으로 여성용 자기계발서란 장르로 특화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이런 류의 책은 있었지만, 요즘처럼 여성 독자들만을 대상으로하는 별도의 분야로 자리잡지는 못했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두 책 <여자생활백서>와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는 새로운 여성 자기계발서의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들이다. 이 두 책의 공통점은 ‘잡지 아이템의 단행본화’다. 기존 여성잡지에서 기사로 다루던 종류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다는 것이 출판 기획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남자처럼 일하라’는 말은 옛말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