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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피2’ 악역 지진희, 웃으며 툭툭 찌른다…“신인처럼 연기했다”

등록 2023-08-01 07:00수정 2023-08-01 23:34

‘블러드’ 뱀파이어 외 일상 악역은 처음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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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 서은 중령이 발포 명령을 못하고 주춤하자, 그가 들릴 듯 툭 내뱉고 지나갔다. 이 사람, 조금 전 차 뒷좌석에서 온화한 표정으로 날씨를 걱정하지 않았었나? 기자회견 중에는 누군가 군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자 혼잣말로 읊조린다. “별 같잖은 것들이 뭐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지난 28일 공개한 드라마 ‘디피’(D.P.) 시즌2에서 이른바 ‘웃으며 찌르는’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 준장이다.

군대 내 부조리를 까발리는 ‘디피’는 시즌2에 서은(김지현)과 오민우(정석용) 준위 등 새 얼굴을 투입했다. 그중에서 구자운은 ‘군검사 도베르만’(2020, tvN) 같은 군대가 배경인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악역 간부들과 다르다. 폭력성과 야비함이 명확했던 것과 달리 구자운은 매너를 갖춰 행동하고, 원칙을 지켜 상대를 구렁텅이에 몰아넣는다. 군에서 은폐한 부대원 사망 사건을 그와 친했던 임지섭(손석구) 대위한테 재조사를 맡긴 뒤 폭로할 수 없는 괴로운 진실과 마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쐐기를 박는다. “까불지 말라”고. 한준희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구자운은 군대 내 시스템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등장시켰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이런 구자운을 뜻밖의 인물이 연기해 더욱 눈길을 끈다. 한 감독이 “구자운을 가장 잘 표현해줄 것 같았다”고 말한 지진희다. 1999년 데뷔해 사극, 코미디, 멜로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는데 판타지물을 제외하면 악역은 사실상 처음이다. 2015년 드라마 ‘블러드’에서 냉혈한 뱀파이어로 나왔지만, 결이 조금 달랐다. 지진희는 최근 한겨레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 “감독이 나를 보면서 구자운을 떠올렸다는 게 정말 고마웠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모습은 사실 다 비슷비슷한데, 그는 새로운 모습을 보고 창출해내려고 해줬다. 배우는 기회를 얻어야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피’는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매번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지만 사이코패스 같은 대놓고 악역은 잘 들어오지 않았다. 멜로드라마(‘애인있어요’) 남자 주인공부터 대통령(‘60일 지정생존자’)까지 맡는 등 연기 폭은 넓지만, 그의 말처럼 대체로 선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한 감독한테 계속 물어보면서 현장에서 정말 많이 배우며 신인처럼 연기했다”고 했다. 사실 구자운 역할은 매력적이지만 배우로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지진희도 “악역이라 생각하지 않고 군대를 위해 움직이는 인물로 해석했다”며 “전형적이지 않은 것이 좋으면서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표정과 말투들을 깨야 하는데 처음엔 불편한 거죠. 스스로 어색하면 보는 사람도 어색할 수 있으니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깨나가려고 했어요.” ‘60일 지정생존자’에서 갑자기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혼란스러움을 넥타이를 풀어헤치는 것으로 표현하는 등 디테일로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왔다. 이번에는 “인상 쓰지 않으면서 툭툭 던지는 한마디로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느낌을 내려고 특히 신경 썼다”고 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등장하는 구자운의 칼날 같은 한마디는 시즌2의 맛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특별출연인데도 그가 구자운이 된 것은 이 드라마의 취지가 좋아서이기도 하다. ‘디피’ 시즌1 공개 이후 군대는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시즌2의 내용처럼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이라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바라봤다. “폭력이나 부조리 등은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있어요. 구자운 같은 사람도 주변에 있을 수 있죠. 군대를 빌렸을 뿐 어느 사회에서나 똑같다고 생각해요.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특공대 출신인 그도 20~21살이던 1990년대 초반에 입대해 온갖 일을 겪었다고 한다. “시대가 시대였으니까요. 훈련도 힘들었고. 그런데 밥은 좋았어요. 고기가 자주 나왔죠.(웃음)” 가끔 기사로 안 좋은 소식을 접할 때면 아직도 군대에서 이런 일들이 있나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단다.

그래도 ‘디피’가 드라마로 나왔듯이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다. “바뀐 부분도 있고 또 지금도 바뀌고 있으니 모두가 노력하면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전 희망의 힘을 믿습니다.” 시즌2도 군 간부들이 각성해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모습 등으로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었다. 배우로서 희망했던 악역도 ‘디피’로 경험한 지진희는 다음 작품인 ‘멜로하우스’(가제)에서도 또 새로운 인물을 연기한다. “야구 선수 출신 이혼남인데 아내한테 다시 결혼하자고 계속 매달립니다. 아주 지질하죠.” 지질남 지진희를 만나기 전까지는 웃으며 찌르는 구자운에 조금 더 머물러도 좋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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