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4·19 혁명 및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목록에 올랐다.

유네스코는 1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집행이사회를 열어 ‘4·19혁명 기록물’과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승인했다고 문화재청이 밝혔다. 한국 문화유산이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린 건 2017년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과 ‘조선통신사 기록물’ 이후 6년여 만이다. 두 기록물은 지난 2017년 신청 대상으로 확정됐지만 유네스코가 4년간 관련 절차를 중단하고 제도 개선작업을 벌이면서 뒤늦은 등재가 이뤄졌다. 이로써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모두 18건으로 늘었다.

이번에 세계기록유산이 된 4·19 혁명 기록물은, 1960년 이승만 정부의 3·15 부정선거에 맞서 학생 주도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자료 1019점을 모은 것이다. 이 기록물은 4·19 혁명의 원인과 전개 과정, 혁명 직후 처리 과정 등을 보여주는 국가기관·국회·정당 자료, 언론 기사, 개인 기록, 수습조사서, 사진·영상 등으로 구성된 기록유산이다. 무고한 학생과 시민 186명이 사망하고 6천여명이 부상한 4·19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은 4월26일 하야를 발표하고 자유당 정권이 몰락한 데 이어 6·15 개헌을 거쳐 제2공화국이 출범했다. 4·19 혁명은 제3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비폭력 시민혁명이자 유럽 68혁명, 미국 반전운동, 일본의 안보투쟁 등 1960년대 세계 학생운동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 받았다.

모두 185점으로 이뤄진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1894∼1895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조선 정부와 동학농민군, 농민군 진압에 참여한 민간인, 일본공사관 등이 생산한 자료로 이뤄졌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심사 당시 이 기록물은 조선 백성이 주체가 되어 자유·평등·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한 ‘기억의 저장소’로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은 1997년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처음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킨 뒤 승정원일기와 직지심체요절(이상 2001년), 조선왕조 의궤와 해인사 대장경판·제경판(이상 2007년) 등을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올렸다. 북한은 이번에 ‘혼천전도’(渾天全圖)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됨으로써 1790년에 간행된 무예교본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와 함께 세계기록유산 2종을 보유하게 됐다.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전 세계에 있는 책·문서·편지 등 중요 기록물을 보존·활용하기 위해 1997년부터 2년마다 선정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