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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4년 25억달러 투자, 정말 “파격적”일까?

등록 2023-04-25 11:41수정 2023-04-26 02:41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첫 일정으로 만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4년간 케이(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375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서랜도스는 이번에 발표한 투자금액이 “2016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 창작물에 집행한 투자액(약 1조5000억원)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방미 일정 중 처음 만난 기업인이 넷플릭스 대표라는 건 나날이 커지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규모와 높아진 케이콘텐츠의 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날 발표가 실제로 케이콘텐츠의 도약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단 윤대통령이 “넷플릭스의 파격적인 투자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한 투자 규모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시작으로 2019년 드라마 <킹덤>을 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작품 투자를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밝힌 2021년 한국작품 투자 규모는 5000억원으로 오리지널 시리즈 15편을 제작했다. 이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25편을 내놓은 지난해 투자규모가 8000억원 규모에 이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는 28편의 오리지널을 내놓는다. 이미 한 해 8000억원 이상을 한국 작품에 투자하고 있는 터여서,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만 4년간 투자해도 총투자액은 3조2000억원이 되는 셈이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한국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오징어 게임> 이후 주요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이 글로벌 시청시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데다 여전히 ‘가성비’라는 측면에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 때 ‘재주는 제작사가 넘고 돈은 넷플릭스가 가져간다’는 비판이 나왔던 콘텐츠 아이피(지적재산권·IP) 문제도 여전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대는 대신 모든 지적재산권을 넷플릭스가 가져간다. 당장 제작비가 궁한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에 줄을 설 수밖에 없지만 부가적인 수익창출은 기대할 수 없다. 영상물뿐 아니라 책, 캐릭터 사업 등 갈수록 다양해지는 부가사업의 판권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제작을 병행하는 한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한 작품이 성공하면 출연배우의 전작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이런 것들이 적지 않게 부가수익을 내는데 넷플릭스에 판매하면 이런 장기적인 수익 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작은 아씨들>등 주요 인기 드라마들은 케이블 채널에서 선공개 뒤 넷플릭스에 공개하는 식으로 아이피를 유지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쏠림 현상이 커지면서 티빙, 웨이브 등 국내 토종 오티티(OTT)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티빙은 매출 2476억원을 거둬 전년보다 갑절 가까이 늘었지만 영업손실도 1192억원으로 전년 762억원에 견줘 50% 가까이 늘었다. 가입자 정체를 겪고 있는 웨이브의 영업손실은 1217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가 넘는 적자폭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후발주자로 아직 투자단계라고는 하지만 당장 오리지널 작품 제작 편수가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오티티 공개를 염두에 둔 작품을 준비할 때 넷플릭스 우선 순위 기류가 더 강해졌다. 특히 제작비 규모가 제법 되는 작품을 준비할 때 다른 오티티는 아예 제안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줄서기’가 갈수록 심해질 경우 판매 협상에서 넷플릭스가 ‘슈퍼갑’이 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이전에는 어떤 작품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게 제작사의 결정이었고 이걸 넷플릭스로 가져갈지 개봉작으로 가져갈지도 제작사 몫이었지만 지금처럼 한국영화시장이 어려워지고 넷플릭스 쏠림이 심해지면 제작 방식에 대한 결정에도 넷플릭스가 영향을 미치는 슈퍼갑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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