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질문으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끝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강력계 형사들의 범인 추적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배정훈 피디는 ‘왜 오티티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국수본>은 15년 간 <그것이 알고 싶다>(에스비에스)의 여러 화제작을 연출한 배정훈 피디가 오티티로 무대를 옮겨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22일 서울 여의도 웨이브 사무실에서 만난 배 피디는 “(사건의 끝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티브이 파일럿을 완성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리는 데 비해 이번 작품은 1년 걸려 완성했다. 다큐 제작자로서 해오던 관습적 선택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론적 고민을 녹여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범죄 다큐멘터리에서 관습을 벗어나는 선택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국수본>은 경찰의 피의자 심문 영상을 담아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왔다. 또 부산 양정동 모녀살인 사건을 다룬 1·2회에서는 피의자 심문 영상으로 대역배우가 연기하는 재연장면을 쓰면서 해당 장면에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비윤리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배 피디는 “피해자의 인권만큼 피의자 인권도 중요한 이슈라고 본다”며 “오티티에는 방송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어떤 표현까지 허용될 것인가에 대한 합의도 없고 지금은 제작자 각자의 보도윤리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표현의 자유와 윤리라는) ‘양날의 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 보도할 때에는 수갑 등에 묶이거나 수의복 등을 입은 상태를 정면으로 근접촬영한 장면 등을 통해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인격을 지나치게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방송심의 규정 제23조)는 방송법이 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지만 오티티 콘텐츠는 비디오물로 분류돼 이런 규정을 적용 받지 않는다.

<국수본>에서는 기소 뒤 1심 판결 유죄를 받은 피고인에 대해서만 심문 영상을 공개한다는 기준을 세웠다고 한다. 양정동 모녀살인 사건 피의자의 경우 판결이 나오지 않았고 피의자도 범행을 부인해 대역 재연을 썼다는 게 배 피디의 설명이다. 배 피디는 표현의 자유가 큰 오티티라고 노골적인 연출을 추구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배정훈 피디는 “1·2회를 보면 카메라가 사건 현장을 훑는데 피 색깔이 없다. 현장의 참혹함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선정적으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배 피디는 1·2회만 직접 연출했고 전체 13회의 기획을 총괄했다. 7개 팀이 전국으로 흩어져 각각 작품을 완성했다. 연출자가 다르니 각 에피소드마다 스타일도 이야기의 톤도 달라 산만하다는 지적도 있다. 배 피디는 “최대한 많은 지역의 다양한 모습이 담기길 바랐다”고 했다. “전국의 경찰관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지역마다 생각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다. 이런 차이들도 국가수사본부라는 거대한 조직을 구성하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고 또 우리 주변의 평범한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다”라고 그는 말했다.

<국수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와 같은 날인 지난 3일 공개됐다. 두 작품은 지상파 소속 시사교양피디가 만든 첫 오티티 다큐멘터리라는 점, 화제를 부른 만큼 표현의 윤리에 대한 논란을 낳았다는 점 등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배 피디에게 <나는 신이다>를 보았는지, 어땠는지 물었다. 그는 평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공개된 날 봤다. 그날 전편 다 봤다”며 웃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웨이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