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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피의자 조사 영상 OTT 다큐에…경찰·제작진 ‘인권침해’ 논란

등록 2023-03-14 06:00수정 2023-03-14 12:31

웨이브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
형 확정 안 된 피의자 신문 영상 여러 차례 삽입
경찰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
“개인정보보호법에 초상권 침해”
웨이브 다큐멘터리 &lt;국가수사본부&gt; 3화와 5화에 나온 피의자 신문 장면. &lt;국가수사본부&gt; 갈무리
웨이브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 3화와 5화에 나온 피의자 신문 장면. <국가수사본부> 갈무리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가 경찰서 내부에서 피의자가 조사받는 영상을 다수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 조사 장면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지적으로 언론 보도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만큼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3일 공개된 <국가수사본부>는 ‘리얼 탐사 추적극’을 표방하며 체포부터 수사, 구속, 송치까지 형사들의 실제 수사 과정을 밀착해 보여준다.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 배정훈 피디(PD)가 기획·연출했으며, 공개된 뒤 시사교양 부문 신규 유료가입견인 콘텐츠 및 시청시간 1위에 올랐다.

공개된 영상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 부분은 형사사건 피의자들의 신문(조사) 영상이다. 13일까지 공개된 5화 중 3화는 실제 피의자를 조사한 장면이 담겼다. 경찰이 녹화한 피의자 신문 영상과 제작진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 모두 사용됐다. 경찰의 전적인 협조 하에 피의자 촬영 및 영상 제공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들 모두 여전히 재판이 끝나지 않아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lt;국가수사본부&gt;. 웨이브 제공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 웨이브 제공

공개된 영상에서 피의자들의 얼굴은 흐릿하게 가려져 있고, 음성 변조도 돼있다. 그러나 진술하는 모습과 음성 높낮이 등은 그대로 영상에 담겨있다. 피의자 체형과 말투 등을 아는 지인이라면 특정할 가능성이 크다. 촬영 당시 피의자 동의를 얻었는지에 대해서 경찰과 웨이브 쪽은 “모른다”고 답했다. 배정훈 피디는 “기획초기부터 해당기관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작했음을 알려드린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는 언론이 피의자가 조사받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이 인격권 침해라고 본 법원 판단과 배치된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언론에 피의자 촬영을 허용한 경찰의 조처가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고, 2019년 서울중앙지법 역시 같은 사건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후 피의자들이 웅크린채 조사 받는 장면은 방송 뉴스에서 퇴출됐다.

<국가수사본부> 촬영에 협조한 경찰 간부들과 촬영 대상이 된 경찰들은 서로 책임을 미뤘다. 프로그램 기획 시점인 2021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과 수사기획계장 등은 <한겨레>에 “경찰청 대변인실 등과 관련 회의를 열었을 당시 피의사실 공표에 유의하라는 대원칙만 준 것이 기억난다”, “세부 내용은 제작팀과 말하라”고 했다. 3화에 출연한 당시 평택경찰서 형사과장은 “혐의가 확실한 사람들만 (영상에)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작진과 협의가 됐으니 촬영에 협조하라는 국수본 쪽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5화 사건을 담당한 수원남부경찰서 강력계장도 “공익이 더 크면 공개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일부는 ‘100% 리얼’이라는 제작진 고지와 다르게 연출된 영상이기도 했다. 1∼2화에 나온 부산 양정동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신문 영상은 대역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웨이브 관계자는 “영상 내부에는 재연이라는 표시가 없으나 영상을 설명하는 상세정보에 ‘피의자 대역 일부 포함’이라는 정보가 적혀 있다”고 해명했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녹화된 피의자 신문 영상을 규정된 목적에서 벗어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며, 방송사 카메라를 통해 피의자 신문 장면을 찍은 것 역시 민사상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 여지가 커 보인다”며 “피의자 신문 영상이 나가야 하는 공익적 목적도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일부 영상에서는 경찰이 체포·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청 수사인권보호계 관계자는 “영상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보통 수사 과정에서 반말과 욕설은 감찰 대상”이라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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