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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임시완 “해킹 우월감 느끼며 마치 게임처럼…더 섬뜩했어요”

등록 2023-02-21 08:00수정 2023-02-21 14:51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에서 악역 연기
배우 임시완. 넷플릭스 제공
배우 임시완.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미생>(tvN)의 선하고 반듯한 청년 장그래는 어디 갔을까? 배우 임시완의 최근 작품 속 눈빛과 기운은 하나같이 서늘하고 섬뜩하다. 지난해 개봉작 <비상선언>에서 비행기 안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테러리스트 역으로 관객들을 오싹하게 하더니,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선 끔찍한 연쇄살인마를 연기했다. 그동안 내면 저 깊숙한 곳에 또 다른 자아라도 숨겨왔던 걸까?

“어쩌다 보니 두 작품의 공개 시기가 맞물렸는데, 제가 악역을 선호하는 건 아니에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시완이 조곤조곤한 말투로 항변했다. 투명한 눈빛에 말간 얼굴은 영락없는 장그래의 현현이었다.

드라마 &lt;미생&gt; 한 장면. 티브이엔(tvN) 제공
드라마 <미생> 한 장면. 티브이엔(tvN) 제공

<스마트폰을…>에서 준영(임시완)은 나미(천우희)가 흘린 스마트폰을 줍는다. 준영은 전화기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파악한 뒤 나미를 주변인들로부터 고립시키는 동시에 그에게 접근한다. 나미 앞에선 건실한 청년인 척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살인. 준영은 이미 같은 방식으로 여럿의 목숨을 빼앗았다.

“배우로서 악역을 맡는 건 축복이라고 들었어요. 왜 그런가 직접 겪어보니, 선역에는 응당 지켜야 하는 사회적 약속이 있는 데 반해 악역은 그 틀에서 자유롭더라고요. 그래서 더 신나게 연기할 수 있었죠.”

영화 &lt;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그가 처음부터 악역 연기를 신나게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첫 악역과의 만남은 10여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ZE:A)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우연히 도전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MBC)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연기도 겸하게 됐다. 2012년 연기 데뷔작 <해를 품은 달>에서 허염(송재희)의 해사한 아역으로 주목받은 직후 택한 작품은 <적도의 남자>(KBS2). 그가 연기한 어린 이장일(이준혁)은 출세를 위해 각목으로 친구를 후려쳐 바다에 수장시키는 냉혈한이다.

“연기자로 갓 데뷔했을 때라 악역 연기는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하게 됐어요. 하기로 결정된 날부터 살인자의 정서를 품고 다녔죠. 요령도 없고 하니 평상시에도 웃지 않고 어두운 생각만 했어요. 당시 압박감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영화 &lt;비상선언&gt;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제공

하지만 이번 악역 연기는 그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는 발상 전환이 가능해진 거죠. <비상선언>에선 바이러스 테러를 스스로 숭고한 정화작용이라 믿는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고요, <스마트폰을…>에선 ‘장난’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어요. 해킹 기술과 심리전에 능한 데서 우월감을 느끼며 마치 게임처럼 즐기는 감정을 따라간 거죠. 그게 더 섬뜩할 거라고 봤어요.”

데뷔 전 가수의 꿈은 꿨어도 연기자가 될 생각은 해본 적 없다는 그는 이제 연기에 더 큰 재미를 느끼고 있다. “아이돌 가수로서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 봐야 할 땐 너무 어색했는데, 연기자로서 처음 카메라 앞에 서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어요. 계속 새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재밌고 성취감도 커요. 지금은 연기를 엄청 즐기고 있어서 더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임시완. 넷플릭스 제공
배우 임시완. 넷플릭스 제공

그렇다고 가수의 길을 버린 건 아니다. 그는 지난 11일 직접 기획·연출까지 맡은 팬 콘서트를 열었다. “주변에선 제가 이제 가수를 안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가수를 포기하겠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팬 미팅 대신 콘서트를 기획한 이유입니다. 단독 콘서트는 처음이었는데, 제 노래가 몇곡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혁오의 ‘톰보이’ 등 다른 노래를 커버했죠. 올해 안에 솔로 앨범을 내는 게 목표인데요, ‘톰보이’ 같은 밴드 음악을 좀 해보고 싶어요.”

“시키는 그대로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배우”보다는 “임시완이라서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낼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의 차기작은 올해 개봉 예정인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이다. 실존했던 마라톤 선수 서윤복을 연기했다. “그다음 작품에선 선역을 하려고 해요. 너무 악역으로만 고정될까 봐서요.” 선역과 악역을 오가며 진중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임시완의 얼굴에서, 어떤 어려움에도 절망하지 않고 ‘완생’을 향해 나아가는 장그래의 부드럽지만 굳센 결기가 피어나는 듯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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