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올해도 보석처럼 빛난 케이(K)컬처 작품과 예술가들이 우리를 웃게 하고 울게 했기에 행복했다. <한겨레> 문화팀 각 분야 담당 기자들이 2022년 문화계를 빛낸 올해의 작품 또는 인물을 꼽아봤다.
■ 올해의 영화 <헤어질 결심>
새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취향을 타는 박찬욱 작품세계에서 호불호 없이 거의 만장일치로 올해 최고작으로 꼽히는 영화. 냉정할 정도로 정교하게 짜인 박찬욱 스타일에 흔들리고 무너지는 사랑의 불균질한 감정을 담아내며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얻었다. 개봉 초반 <탑건: 매버릭> 등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치여 흥행이 부진했지만, 열혈 팬들의 엔(n)차 관람 붐이 일면서 뒷심을 발휘했다. 박 감독은 이 영화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최근 골든글로브와 오스카 예비후보에 오르면서 할리우드의 심장을 겨눌 준비를 하고 있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 영웅 클래스1> 스틸컷. 웨이브 제공
■ 올해의 OTT 시리즈 <약한 영웅 클래스1>
올해 지지부진했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발군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 웨이브에서 11월 공개됐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각색한 8부작 학원액션물로, 장르적 재미에 더해 청소년기의 불안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호평받았다. 특히 박지훈·최현욱·홍경 주인공 3인방은 젊은 배우 가운데 최고의 기대주 반열에 올랐다. 웹드라마로 데뷔해 <라켓소년단>(SBS)으로 얼굴을 알린 최현욱(20)은 <약한 영웅>에서 뛰어난 순발력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소년 특유의 생기를 보여줬다. 그는 최근 그룹 뉴진스의 ‘디토’ 뮤직비디오에 10대 시절 첫사랑 같은 남자주인공으로도 출연했다. 독립영화 등에서 경력을 쌓은 홍경(26)은 흰 도화지 같은 외모에 정교하고 섬세한 연기로 괴물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 올해의 가수 뉴진스
데뷔는 여름이었다. 이른바 ‘민희진 걸그룹’이라고 불리는 5인조 걸그룹 뉴진스는 7월22일 뮤직비디오를 앨범보다 먼저 공개하며 세상에 나왔다. 뉴진스는 기존 케이팝 공식을 깨면서 등장해 신선함으로 대중에게 다가섰다. 케이팝의 특징인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역동적인 리듬, 힘찬 고음은 그들 노래에서 찾기 힘들었다. 각 잡힌 칼군무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뉴진스는 10대의 풋풋한 감성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엠제트(MZ) 세대에게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컴백은 겨울이었다. 지난 19일 선보인 신곡 ‘디토’는 겨울에 어울리는 애틋한 감성을 담았다. 공개하자마자 음원사이트 주간차트 1위를 장악했다. 청량한 매력으로 여름을 접수한 뉴진스는 겨울에 또 다른 매력으로 대중에게 다가오고 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결선에서 마린 올솝의 지휘로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 올해의 연주자 임윤찬
‘임윤찬 신드롬’은 과장도, 거품도 아니다. 그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가’로 단숨에 올라섰다. 케이비에스(KBS) 클래식 에프엠(FM) 연말 설문조사에서 1위로 꼽혔다.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 이후 6개월 만이다. 그에 대한 관심은 일본과 미국,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콩쿠르 결선 동영상은 920만 조회수를 웃돈다. <뉴욕 타임스>는 이 연주를 ‘올해 10대 클래식 공연’에 선정했다.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도 잡혔다. 연주력뿐만 아니라 음악을 향한 그의 열정과 헌신에도 대중은 열광한다. 콩쿠르 우승 기념 연주회를 손에 익은 곡 대신 새로 연마한 곡들로 모두 채운 게 단적인 사례다. 그는 아직 18살. 예술적 주관이 뚜렷한 면모에서 ‘일회성 반짝 스타’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감하게 된다.
한겨레 문화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