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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우영우’ 하윤경, ‘햇살’ 연기로 봄날…이런 ‘찐친’ 있었으면

등록 2022-09-09 15:45수정 2022-09-09 16:09

[추석이 즐거울 스타들①] 하윤경 인터뷰
2015년 데뷔 뒤 ‘우영우’로 인기몰이
시청자들 “이런 친구 있었으면”
‘간장통 쓰담쓰담’ 등 즉흥연기로 캐릭터 살찌워
“권민우 고백신은 멜로보다 동료애로 연기”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년에 빛난 배우들은 명절이 기다려지지 않았을까요. 가족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을 테니까요. 이번 추석이 즐거울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목표를 향해 묵묵하게 달려왔고, 그리고 이뤄냈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연휴 뒤 시작할 하반기를 우리가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에 관한 메시지도 읽을 수 있습니다.

① 독립영화로 차곡차곡 대표 캐릭터 만든 하윤경

② 악녀에서 착한 손녀로 목표 이뤄낸 오승아▶ 10일 공개

③ 감초에서 주연까지 스펙트럼 넓힌 강기영▶ 11일 공개

④ 10년 만에 우뚝 솟은 놀라운 강태오▶ 12일 공개

<우영우>의 한 장면. ENA채널 제공
<우영우>의 한 장면. ENA채널 제공

눈물 한 방울 등장하지 않지만,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 있다. 나도 모르게 ‘되감기’하며 보고 또 보게 되는 장면. 많은 시청자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엔에이채널, 이하 <우영우>)에서 명장면으로 꼽는 ‘봄날의 햇살’신이 그렇다.

5회에서 “별명을 만들어달라”는 최수연(하윤경)에게 우영우(박은빈)는 이런 말로 운을 뗀다.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 영우는 왜 수연이 ‘봄날의 햇살’인지 줄줄이 설명한다. 최수연 역할을 맡은 하윤경은 대사 한 마디 없이 눈시울이 붉어진 표정 연기만으로 감동을 표현해냈다.

지난달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윤경은 ‘봄날의 햇살’ 장면에 대해 “대본을 처음 읽을 때부터 (어떤 장면이 될지) 상상이 됐다. 은빈이가 어떻게 (연기)해줄지가 연상되면서, 이미 수연이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실제 촬영할 때도 한 번에 ‘오케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순간이 배우들에게 흔히 찾아오는 건 아니다”라며, 해당 장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은빈이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제 마음을 딱 울릴 정도로 연기했고. 저도 눈물이 흐르지는 않을 정도지만 벅찬 감동, 고마움 그런 걸 표현했죠. ‘내가 생각했던 감정만큼만 적절하게 표현해야지’라는 게 참 어렵거든요. 그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고, 시청자들도 느껴준 것 같아요.”

&lt;우영우&gt;에서 수연이 간장통을 쓰다듬는 모습. 드라마 갈무리
<우영우>에서 수연이 간장통을 쓰다듬는 모습. 드라마 갈무리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연기의 강약을 조절하기. 하윤경이 빚은 최수연이 납작하거나 심심하지 않은, 입체적인 캐릭터로 빛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최수연 역할은 자칫 ‘장애인 친구·동료를 돕는 착한 사람’에만 머무르기 쉬운데, 하윤경의 능숙한 생활 연기를 만나 ‘현실 찐친’이 됐다. 최수연은 우영우가 따기 어려워하는 물병 뚜껑을 열어주는 등 일상적 지원을 하면서도, 우영우의 끝없는 고래 이야기는 “듣기 싫다”고 선을 긋는다. 일방적 희생이나 헌신 대신,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움직이며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편을 택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개인적으로 찾아보고 공부했는데, 그렇게 해도 정작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더라고요. 어떤 게 적절한 도움이고 적절한 다가감일까,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수연이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한 친구란 느낌이 들었어요. 시청자들이 수연이의 그런 적절함을 좋아해주셨던 것 같은데, 그게 처음부터 그렇게 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수연은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영우의 로스쿨 재학 시기를 함께 했다. 하윤경은 자폐성 장애에 대해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부닥친 어려움을 수연도 거쳤을 것이라 상상했다. “(드라마에 나온 수연의 적절함이) 처음부터 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영우한테 필요 없는 도움인 건데 쓸데 없이 도와줬을 때도 있을 거고, 그걸 뒤늦게 알아차리고 하이킥하기도 했을 거고. (웃음)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통해서 영우의 친구로 거듭났을 수연인 거 같아요.”

최수연(하윤경)은 ‘메인 남자 주인공’ 이준호(강태오)만큼 우영우(박은빈)를 섬세하게 챙겨서 ‘서브 남주’ 역할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엔에이채널 제공
최수연(하윤경)은 ‘메인 남자 주인공’ 이준호(강태오)만큼 우영우(박은빈)를 섬세하게 챙겨서 ‘서브 남주’ 역할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엔에이채널 제공

드라마 팬들은 하윤경의 손짓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의미를 알아챘다. 11회에서 수연은 영우가 변호사의 비밀 유지 의무를 지키느라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워하자, 식당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양념통들을 의인화해서 소금 군, 후추 양, 간장 변호사로 상황극을 만든다. 영우의 고민을 다 들은 수연은 간장 변호사(=우영우)를 위로하며 간장통을 쓰담쓰담 어루만진다. 대본에 없는 하윤경의 즉흥연기(애드리브)다. “영우 대신 간장통에 스킨십을 해본 건데, 감독님이 그 장면을 좋아하며 살려서 쓰셨더라고요. 수연이가 영우에게 하는 스킨십도 대부분 대본에는 없었는데 현장에서 만들어 넣었어요. 수연이가 말로는 영우에게 다정하기보다 툭툭거려서, 대본대로만 해버리면 조금은 불친절 할 수 있겠다 생각했거든요.”

하윤경의 스킨십 애드리브는 영우가 큰 소리에 놀라는 등 감각 과부하로 불안해할 때 손을 뻗어 영우를 보호하고자 하는 형태로 드라마 곳곳에 등장한다. “친구니까, 나도 모르게 막아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순간적인 반응에서 수연이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 싶었고, 다정한 말을 직접적으로 안 하더라도 속마음이 그렇게 드러나는 게 밸런스가 맞겠다 싶었어요.” 이렇듯 우영우를 섬세하게 챙기는 ‘츤데레’ 최수연을, 드라마 팬들은 “서브 남주였으면 큰일 날뻔했던 캐릭터”로 꼽기도 했다. ‘메인 남주’ 이준호(강태오)만큼 설렘과 멋짐이 넘치는 장면이 많았다는 의미다.

영우가 물병 뚜껑을 열기 어려워하자, 수연이 대신 열어주는 모습. 드라마 갈무리
영우가 물병 뚜껑을 열기 어려워하자, 수연이 대신 열어주는 모습. 드라마 갈무리

하윤경은 최수연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으로, 7회에서 수연이 영우의 자기 비하적 발언에 분노하는 모습을 꼽았다. 해당 장면에서 영우는 수연에게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건 쉽지 않아”라며, “나도 그 정도는 알아. 너는 선녀지만 나는 자폐인이잖아”라고 말한다. 수연은 벌컥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나버린다.

“준호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영우라는 걸 알았잖아요. 수연이는 여느 사람처럼 질투도 하고 자격지심도 느끼지만 그걸 인정할 줄도 알아요. 내 친구가 자기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면서 말할 때 속상하고 답답하면서도,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거죠. 그 한순간에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었어서, 수연이를 딱 표현하는 장면이라고 봐요.”

그렇게 ‘멋진 친구’ 최수연이, 영우를 심하게 공격한 권민우와 러브라인을 형성할 거란 사실은 언제 알았을까? 하윤경은 “(촬영) 중반부 쯤에 민우와 라인이 생길 것 같다는 언질을 받았다. 하지만 거기에 얽매이진 않고 연기했다. 사건이 펼쳐질 게 많았다”고 말했다. 여러 시청자들이 ‘캐붕’(캐릭터 붕괴의 줄임말)이라고 지적한 15회 수연의 고백 장면도, 순도 100% 애정신이 아닌 나름의 복합적인 해석을 곁들여 연기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올리기엔 부족한 부분도 있겠다 싶어서 그 대사(“나는 그런 남자를 좋아하니까요”)를 볼 때 갑작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한 사랑 고백으로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았어요. 고백 직전에 민우와 언쟁하면서 “바보 같을 수도 있고 손해 볼 수도 있지 않냐”고 하는데 민우가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반문하잖아요. 그때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에 대한 진심을 담은 호소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동료로서. ‘멜로눈깔’(사랑에 빠진 눈빛 연기) 빼고 진지하게 뱉으려고 했어요.”

하윤경은 2015년 데뷔 이후 영화, 드라마, 연극 등을 넘나드는 연기를 꾸준히 해왔다. 왼쪽 위는 드라마 &lt;슬기로운 의사생활&gt;, 아래는 단편영화 &lt;우산을 안 가지고 와서&gt;의 한 장면 갈무리. 오른쪽은 영화 &lt;경아의 딸&gt; 포스터.
하윤경은 2015년 데뷔 이후 영화, 드라마, 연극 등을 넘나드는 연기를 꾸준히 해왔다. 왼쪽 위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아래는 단편영화 <우산을 안 가지고 와서>의 한 장면 갈무리. 오른쪽은 영화 <경아의 딸> 포스터.

그는 <우영우>를 “지칠 때 만난 소중한 작품”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우영우>는 하윤경이 2015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오디션 없이 캐스팅된 작품이다. “그동안 열심히 하는데 왜 제자리에 있는 것 같지? 좀 막막하고, 언제쯤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캐릭터가 사랑 받는 날이 올까? 그런 고민들을 했어요. 배우들은 돈을 못 벌고 유명세를 못 얻어서라기보다, (연기에 대한)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을 때 외로운 것 같아요. (<우영우>를 통해) 제가 나름대로 짠 최수연 캐릭터를 이해하고 제가 고민한 흔적을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는 감사함이 컸어요. 그동안 나름대로 노력해온 게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지금의 인기가 잠잠해지더라도 이 기억이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윤경은 2015년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로 데뷔해 영화 <소셜포비아>(2015) <울보>(2016) <고백>(2021) <경아의 딸>(2022) 등에 출연했다. 2018년 <추리의 여왕>(한국방송2) 시즌2, <최고의 이혼>(한국방송2) 등을 시작으로 드라마 출연도 병행해왔다. 최근 영화배급사 필름다빈은 하윤경이 출연한 단편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하윤경 배우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오는 17일 열릴 예정인 ‘하윤경 배우전’은 전석 매진 상태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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