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송해 선생께서 ‘내 뜻 잇고자 애쓰는구나’ 하시겠지요”

등록 2022-07-28 05:00수정 2022-07-28 18:32

[짬] 추억을파는극장 김은주대표
지난 26일 ‘송해 49재 추모공연’ 마련
후배 대중문화인 12명 눈물어린 회고

2016년 축제 출연 섭외하며 첫 인연
별세 전날도 함께 점심 먹으며 ‘건강’
“욕실에서 미끄러진 게 원인…갑자기 떠난듯”
낙상방지 ‘밤새안녕매트’ 캠페인 진행
‘청춘은 바로 지금이다’ 축제에 출연한 송해 선생의 모습. 사진 추억을파는극장 제공
‘청춘은 바로 지금이다’ 축제에 출연한 송해 선생의 모습. 사진 추억을파는극장 제공

“김 대표, 내가 후배 희극인들을 위해 무대 공연을 만들고 싶어. 내가 직접 출연료도 주고, 사회도 보고. 특히 악극단 이런 건 내가 전문이잖아. 허허허.”

‘영원한 딴따라’ 송해 선생이 떠난 지 어느덧 50일째. 서울 종로 모두의극장(옛 허리우드극장)을 운영하는 김은주 추억을파는극장 대표는 생전의 선생과 나눴던 이 대화를 잊지 못한다.

지난 26일 모두의극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김 대표는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날인 지난달 7일에도 저와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공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늘 후배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주며 살고 싶어하셨다”면서 “오래도록 생각해온 그 바람이 이제 현실이 될 시점이었는데, 갑자기 떠나셔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9년 ‘청춘가요제’에 출연한 송해(왼쪽) 선생과 함께한 김은주(오른쪽) 대표. 사진 추억을파는극장 제공
2019년 ‘청춘가요제’에 출연한 송해(왼쪽) 선생과 함께한 김은주(오른쪽) 대표. 사진 추억을파는극장 제공

이날 오후 2시 모두의극장에서 열린 ‘송해 49재 추모 공연’은 송해를 기억하는 날이자,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모여 선생의 뜻을 이어나가겠다는 ‘약속의 날’이기도 했다.

이날 ‘송해 49재 추모 공연’에 참가한 대중문화인 12명은 저마다 무대에 올라 고인과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이상벽, 조영남, 전원주, 김성환, 박일준, 현숙, 배일호, 조항조, 이용식, 심형래가 노래와 사연으로 고인의 추억을 소개할 때마다 관객 수백명이 눈물과 웃음으로 함께 추모했다.

공연 현장과 대기실에서 만난 이들이 가장 많이 애석해 한 것은 송해 선생이 평소 입버릇처럼 말했던 ‘100살까지 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코미디언 심형래는 “100살까지 산다고 했는데, 살 줄 알았는데, 늘 그때까지는 거뜬하다 하셨는데”라며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18년 서울 탑골공원에서 고인과 가상 전통 혼례식을 올린 인연이 있는 배우 전원주는 무대 위에서 일화를 얘기하다 그만 눈시울을 붉혔다. “제가 선생님께 약주 따라드리며 ‘100살까지 건강하세요’ 했다가 혼났던 적이 있어요. ‘몇 년 있다가 죽으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인생 누구나 한번 왔다 가는 건데, 송해 선생님을 생각하면 왜 이렇게 울컥할까요.”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던 현숙은 “저한테 늘 우리 현숙이 결혼할 때 내가 손잡고 가야지 하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26일 가수 현숙이 ‘송해 49재 추모 공연’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 추억을파는극장 제공
지난 26일 가수 현숙이 ‘송해 49재 추모 공연’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 추억을파는극장 제공

김 대표의 말대로라면, 송해 선생은 전날까지도 건강했다. 그는 “거의 매일 만난 ‘밥 친구’였기 때문에 평소 선생의 건강상태를 잘 안다. 전날에도 함께 식사했다. 내일 점심 메뉴를 생각했을 정도로 건강했는데. 욕실에서 미끄러진 게 원인이 되어 이렇게 되신 것으로 안다. 그래서 더 사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갑자기 떠나지 않았다면 선생이 생전에 기획한 공연이 오늘도 모두의극장에서 막을 올렸을 것이라는 생각도 후배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악극 배우로 시작한 선생에게 무대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그가 가장 빛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는 모두의극장에서도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공연을 해왔다. 김 대표는, 2부 사회자였던 선생이 1부 사회의 빈 곳을 즉석에서 메워주기도 했다고 한다. 선생은 그 정도로 무대에 진심이고, 열정적인 ‘예인’이였다.

지난 26일 코미디언 심형래가 ‘송해 49재 추모 공연’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추억을파는극장 제공
지난 26일 코미디언 심형래가 ‘송해 49재 추모 공연’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추억을파는극장 제공

김 대표는 송해 선생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어가려고 다짐했다. 우선 매주 월요일 모두의극장을 무료 대관하기로 했다. 송해 선생이 사비를 털어 후배들한테 무대를 마련해주려고 했던 것처럼, 대관료 부담을 덜어줘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추모 행사에 참여한 후배들도 송해 선생은 후배를 양성하며 양질의 무대를 만드는 일에 힘써온 분이라며 그 뜻을 이어가는 일은 의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관료 대신 사용료 개념으로 10만원을 받는데 이는 어르신 관객들에게 ‘밤새 안녕 매트’(미끄럼 방지 매트)를 제공하는 캠페인에 사용된다. 김 대표는 “고 이주일 선생이 폐암으로 고통받은 모습을 공개하며 흡연율을 낮추는 데 기여한 것처럼, 어르신들을 위해 낙상사고 예방을 위한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송해 49재 추모 행사’에서도 관객 약 300명이 5000원씩 기부를 했다. 주최 쪽은 총 87만7천원이 모였다고 27일 밝혔다. ‘밤새 안녕 매트’ 첫 번째 대상자로 선정된 서울 강동구의 임아무개 어르신은 주최 쪽에 “송해 선생의 부고를 듣고 깜짝 놀랐었다. 낙상사고 예방 캠페인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매트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가수 조영남이 ‘송해 49재 추모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추억을파는극장 제공
지난 26일 가수 조영남이 ‘송해 49재 추모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추억을파는극장 제공

이날 추모 무대 한쪽에서는 1년 전 송해가 사회를 맡았던 <청춘은 바로 지금이다>(‘청바지’) 축제 영상이 내내 상영되고 있었다. 지금도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면서 불쑥 등장할 것처럼 생생했다.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지만, 송해 선생의 뜻은 후배들의 보호막으로 순조롭게 시작됐다.

지난 2016년 종로 지역축제인 <효자손 대축제>를 준비하면서 송해 선생을 섭외해 처음 인연을 맺은 김 대표는 2019년 ‘청바지’를 공동기획하는 등 고인의 말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했다. 송해 선생이 떠나고 49일 동안 검은색 옷만 입었다는 김 대표는 말했다. “그냥 선생님이 하늘에서 ‘아이구 우리 김 대표가 그래도 내 뜻을 잊지 않고 이어가려고 애쓰는구나’ 하시면 좋겠어요.” 송해를 그리는 사람들이, 그가 남겨둔 꿈을 이뤄나가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1.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윤석열 수호’ JK김동욱, 고발되자 “표현의 자유 억압” 2.

‘윤석열 수호’ JK김동욱, 고발되자 “표현의 자유 억압”

탄핵시위 나간 응원봉…계엄 이틀 뒤 나온 케이팝 책 보니 [.txt] 3.

탄핵시위 나간 응원봉…계엄 이틀 뒤 나온 케이팝 책 보니 [.txt]

60년 저항의 비평가 “요즘 비평, 논문꼴 아니면 작가 뒤만 쫓아” [.txt] 4.

60년 저항의 비평가 “요즘 비평, 논문꼴 아니면 작가 뒤만 쫓아” [.txt]

‘오징어게임2’ 영희 교체설에 제작진 “사실은…바뀌지 않았죠” 5.

‘오징어게임2’ 영희 교체설에 제작진 “사실은…바뀌지 않았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