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민 엠시’ 송해 발인식. 운구하는 후배 코미디언들. 연합뉴스
송해가 “전국~”을 선창하자 후배들이 화답했다. “노래자랑.”
10일 오전 5시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지난 34년을 통틀어 가장 구슬픈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지난 8일 세상을 떠난 송해의 영결식이 고인의 생전 육성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엄수됐다. 다큐 <송해 1927>에서 발췌한 고인의 상징 같은 목소리에 참석한 이들은 반가우면서도 그립고 또 아픈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송해의 발인식에는 임하룡, 엄영수 등 후배 80여명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특히 유재석과 강호동이 장례위원을 맡는 등 수많은 코미디언이 참여했다. 한동안 얼굴을 볼 수 없던 선후배들은 누군가와 이별의 자리에서 오랜만의 만남을 가졌다. 누군가 내가 떠나는 자리가 남은 이들에겐 축제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 말처럼, 송해는 끝까지 후배들에게 뭔가를 남기고 떠났다.
영결식 사회를 맡은 김학래는 “마음이 슬프더라도 오늘만큼은 즐겁게 보내드리자”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어머니를 사고로 잃어 이 자리에 올 수 없었던 코미디언 김병만은 <한겨레>에 “송해 선생님은 코미디라는 나라의 리더 같은 존재”라며 “우리가 늘 함께하지 못해도 송해 선생님을 떠올리면 코미디언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해는 후배들과 함께 마지막 길을 걸었다. 고인이 생전에 자주 찾았던 종로 낙원동 ‘송해길’을 찾았다. 국밥집, 이발소, 사우나 등에서 정겨웠던 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원로 연예인들의 사랑방으로 삼았던 연예인 상록회 사무실과 송해 흉상 앞에 마련된 임시분향소를 차례로 들렀다. 마지막으로 명예 사원증까지 받았던 수십년을 몸담았던 <한국방송>을 찾았다. 송해와 <전국노래자랑>을 함께 해온 신재동 악단이 그를 위한 진혼곡을 연주했다.
이자연 대한가수협회 회장은 “끝없이 변신을 거듭하며 우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신 만인의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을 보내드릴 수 없다.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코미디언 이용식은 “47년 전 엠비시 방송국에서 국내 최초로 코미디언을 뽑는 날 심사위원으로 맨 끝자리에 앉아계시던 송해 선생님을 지금도 기억한다. 동해, 서해, 남해 그리고 송해. 그 어른은 바다였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엄영수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 회장은 “남들은 은퇴할 61살에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아 방송사에 빛날 최고의 기록을 남기셨다”며 “큐시트도 없는 하늘나라에서는 편안히 자유롭게 쉬십시오. 존경하고 사랑한다”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후배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고인은 생전에 ‘제 2의 고향’으로 여겼던 대구로 향했다. 고인의 유해는 대구 달성군 송해 공원에 안장된 부인 석옥이씨 곁에 안치됐다. 후배들은 “이곳에서 많은 이들과 ‘전국노래자랑’을 외친 것처럼, 이제는 수많은 별과 ‘천국 노래자랑'을 외쳐달라”고 말하며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송해공원으로 보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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