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윌 스미스(오른쪽)가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자의 뺨을 때린 배우 윌 스미스가 10년간 이 시상식 참가가 금지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지난 8일(현지시각)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윌 스미스는 지난달 27일 열린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갑자기 무대에 난입해 시상자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렸다. 크리스 록이 자신의 아내 제이다 핑킷 스미스의 민머리 헤어스타일을 빗대 농담한 것에 분개했기 때문이다. 제이다 핑킷 스미스는 병으로 탈모증을 겪고 있다. 이후 윌 스미스는 자신의 폭행 행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아카데미 회원 자격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아카데미는 이사회 뒤 성명을 내어 “오스카 시상식은 지난 한해 동안 놀라운 일을 해낸 우리 업계의 많은 이들을 축하하는 자리였다”며 “하지만 윌 스미스의 용납할 수 없고 해를 끼치는 행동이 시상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징계 결정 이유를 밝혔다.
아카데미는 다만 윌 스미스가 지난 시상식에서 영화 <킹 리차드>로 받은 남우주연상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아카데미의 이번 조치에도 윌 스미스의 과거 수상자 지위는 인정되며, 앞으로도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자로 선정될 수는 있다고 <에이피> 통신은 보도했다. 하지만 내년 시상식에서 이전 해 수상자가 시상자로 오르는 전통은 따를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윌 스미스는 “아카데미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한편, 아카데미는 폭행 사태 때 윌 스미스를 바로 퇴장시키지 못했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윌 스미스는 폭행 사태 이후에도 시상식 내내 자리에 앉아 있었고, 약 1시간 뒤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아카데미는 “티브이(TV) 방송 중 우리는 그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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