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고민은 이제 그만! 매주 수요일 11시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평가단’이 최근 시작한 기대작을 파헤칩니다. 주말에 몰아볼 작품 수요일쯤에 결정해야겠죠?
8부작 드라마 <파친코>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 애플티브이플러스(애플TV+)에서 지난 25일 1~3부를 선보인 뒤, 금요일마다 한편씩 공개하고 있다.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 대하드라마다. ‘선자’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의 어린 시절(전유나)과 젊은 시절(김민하), 노년 시절(윤여정)을 오가며 한국사를 들여다보고, 고향을 떠나 타국을 전전하며 살아온 이민자의 파란만장한 삶도 이야기한다. 우리에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윤여정이 출연해 관심을 끌었다. 이민호, 진 하, 김민하 등 출연. 코고나다, 저스틴 전 연출, 수휴 극본.
[남지은 기자] 다른 걸 떠나 우선 ‘선자’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김민하 배우 이야기부터 하고 싶다. 연기도 좋았지만, 주근깨 가득한 마스크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 주근깨가 역할 자체를 생동감 있게 살린다고 할까. 남다른 총명함과 일본 순사들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당당한 인물과 잘 맞다. 처음엔 메이크업을 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김민하 배우가 패션지와 인터뷰한 걸 찾아보니 주근깨를 없앨 생각을 한 적이 없단다. 나만의 매력을 찾고 지킬 줄 아는 배우. 그래서 더 마음이 갔다.
[정덕현 평론가] 김민하, 정인지 등은 신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런 대작에서 신인을 과감하게 캐스팅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신인이라도 배역과 맞는다면 캐스팅을 주저하지 않는 제작 방식은 우리도 배워야 한다. 이민호 배우도 잘하고. 윤여정 배우와 선자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운명적 만남이란 생각도 든다. 이민자의 삶도 경험했다.
[남지은 기자] 선자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전유나 배우는 또 어떻고. 어른도 소화하기 힘든 사투리 연기에 감정신까지 똑 부러지더라. <파친코>는 어부, 순사 등 대부분이 자기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그래서 누리꾼들은 <파친코>를 두고 ‘배우들이 연기 전쟁을 벌인다’고 표현하더라.
[남지은 기자] 이제 작품 얘기 시작.
[정덕현 평론가] <파친코>는 오랜만에 보는 시대를 담은 대작드라마다. 첫 회부터 부산 영도와 미국 뉴욕,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오가고, 시대적으로도 1915년과 1989년을 오가는 구성으로 시공간을 확장함으로써 남다른 스케일을 실감하게 한다. 1년 전 촬영을 끝내고 후반 작업에 공을 들였고, 아낌없이 투자할 자본이 되는 해외 오티티가 아니라면 이런 드라마를 만나기 힘들다는 점에서 씁쓸하면서도 반갑다.
[남지은 기자] 비슷한 시대를 담은 드라마는 많았지만 <파친코>는 색다른 느낌이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서인지 카메라 등 촬영 기법이나 세트 등 일단 화면 자체가 다르다. 영도 선창 어시장이나 일본 가정집, 파친코 가게 등 미술이 아름답다. 집과 파친코는 세트장이다. 대부분 한국과 밴쿠버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100% 한국인이 아닌 이들의 시선으로 우리 역사를 들여다본다는 점이 다소 낯설면서도 궁금하게 만든다. 한국 역사를 담고 있지만 원작은 한국계 미국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코고나다 감독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일본에서 성장했다 .
[정덕현 평론가] 다른 낯선 느낌이 장점이면서 단점일 수 있다. 영화에 가까운 색감과 한국의 풍광들은 아름답지만, 아무래도 외국인의 시선으로 봐서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파친코>에서 조선이 아닌 외국 작품의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수(이민호)가 처음 등장할 때 어시장에서 바다 쪽으로 바라보는 뒷모습은 옛 뉴욕을 배경으로 삼은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러한 낯섦은 보는 이에 따라 새롭다는 의미에서 좋게 보일 수도, 이질적이라는 의미에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남지은 기자] 드라마 구성을 소설과 달리한 게 좋다. 원작 소설 자체가 너무 방대해 대본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과연 어떻게 나올까 내내 궁금했다. 소설은 시간순에 따라 전개되는데 드라마는 어린 선자, 젊은 선자, 나이 든 선자 이야기를 엇갈려 보여주며 현재와 과거의 어떤 사건들을 연결짓는다. 복잡한 전개를 드러내고 한 여자의 삶에 초점을 맞춰 그 속에 시대의 비극을 어우러지게 한 점도 시청자들을 쉽게 이해하게 했다.
[정덕현 평론가] 초반에 인상적인 건 1915년 일제강점이 막 시작된 시기에 영도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조선인들의 모습이다. 하숙집을 하는 선자네 집에 머물며 어부 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저녁에 막걸리 한 잔을 하며 ‘뱃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깃든 흥과 한은 어딘가 우리가 잃어버렸던 자화상을 찾아낸 듯한 느낌이 든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고 개발시대를 통과해 자본화가 급격히 되면서 잃어버린 자존감이나 당당함 같은 것들이 그게 아니었나 싶은데, 가난해도 정이 있어 서로 나누고 총칼 앞에 핍박받는 두려움이 존재하지만 그러면서도 꼿꼿한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런 질깃한 생명력 같은 게 그 노동자들의 얼굴에서 느껴진다. 특히 선자는 한국의 한 세기 동안 이어진 역사의 질곡 앞에 한국인들이 버텨낸 저력을 상징한다.
[남지은 기자] 관건은 한국의 이야기가 전 세계인들한테 스며들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인기를 얻는다고는 하지만 역사의 문제는 또 다르다. 또한 우리에게 살짝 낯선 그림인 것도 장면에 따라서는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감독은 <파친코>는 한국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 것은 맞지만 격동기의 시련에 맞서는 삶은 글로벌한 이야기여서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 선을 잘 지켜야 할 것 같다.
[정덕현 평론가] 이런 경계 선상에 서 있다는 지점이 <파친코>가 가진 가치다. 이 작품은 결국 한국인을 다루곤 있지만, 그중에서도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그 경계를 넘나든 이민자들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작품이 가진 ‘경계성’이 현시대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던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8부작 마지막까지 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볼까말까>
[정덕현 평론가] 한 가족의 시대 생존기, 여성 서사 중심이란 점에서 볼 가치는 충분하다!
보자!
[남지은 기자] ‘선자’의 삶을 지켜보고, ‘선자’가 된 세 배우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보자!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