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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소년심판, 어땠어] 이번엔 ‘소년법’…드라마가 던지는 울림

등록 2022-03-02 16:24수정 2022-03-02 20:41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넷플릭스 지난 25일 공개…<디피> 이은 사회 화두 담은 작품
소년법 폐지만이 답일까? 부모, 법원, 국가 모두 돌아보게 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볼까말까 고민은 이제 그만! 매주 수요일 11시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평가단’이 최근 시작한 기대작을 파헤칩니다. 주말에 몰아볼 작품 수요일쯤에 결정해야겠죠?

지난달 25일 공개한 넷플릭스 국내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10부작)은 소년을 혐오하는 심은석(김혜수) 판사가 극 중 연화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가 차태주(김무열) 판사와 다양한 소년범죄를 해결해가는 모습을 통해 현실에서 진행형인 소년법 폐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타당한지 생각하게 한다. 소년범죄를 중점적으로 파고 들고, 초등생 유괴 살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망 등 최근 10년 사이 일어난 실제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엮었다. <라이프> <디어 마이 프렌즈> 홍종찬 피디가 연출했다. 김민석 작가의 데뷔작이다.

처벌이냐 훈육이냐, 요즘 화두 소년범죄 진지한 접근

[남지은 기자]  소년범죄를 범죄드라마의 사건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자체로 깊게 파고든 게 의미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년법 폐지’를 검색하면 대략 6천여건이 나온다. 대다수가 폐지나 처벌 연령대를 낮춰달라는 요구다. 갈수록 잔혹해지는 범죄를 보면 성인과 같은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 싶다가도, 그런다고 달라질까 생각하면 처벌 강화만이 답은 아니다 싶다. <소년심판> 속 여러 판사들과 다양한 사건을 접하면서 어느정도 생각이 정리된다.

[정덕현 평론가]  소년범죄는 드라마에서 시청자의 분노를 일으키는 소재로 등장하곤 했다. 그래서 그 잔혹함을 강조해왔다. <소년심판>은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소년범죄를 무거운 형량을 받게 하는 처벌의 관점으로 보느냐, 미성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훈육의 관점으로 보느냐를 진지하게 묻는다. 촉법소년에 갖게 되는 이 양면적 관점들을 드라마로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처벌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현실의 문제가 공허한 사이다 판타지로 소비되고, 훈육의 관점은 현실의 무게에 눌린 고구마 작품이 될 수 있어서다. <소년심판>은 시원시원한 일갈의 사이다를 주면서도 소년범죄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질문을 잃지 않는 남다른 완성도가 느껴진다. 충분히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이 사안에 대한 진지함을 잃지 않는다.

[남지은 기자]  소년  판사라는 직업도 흥미로웠다. 소년법 폐지 등을 이야기할 때 법 자체에 주목했지 소년 판사라는 직업을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흔한 법정물이자 범죄물인데도 이 드라마가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드라마에서 소개한 것처럼 소년 판사는 처분 이후에도 아이들이 또 범죄를 저지르는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챙기기 때문에 드라마 소재로 충분히 매력적인데 왜 이제야 등장했을까? 물론 아지트까지 들어가 1대1 싸움까지 하지는 않겠지만. 

[김민석 작가]  소년범의 경우 일반적인 형사나 민사처럼 재판이 끝나면 끝이 아니라 처분 이후에도 범죄를 또 저지르는지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 지켜보는데 그 과정이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드라마에 꼭 담고 싶었다. 드라마적 재미도 중요하겠지만 실제로 현장에 근무하는 분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이야기를 쓸 때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했다. 내가 피해자 입장에 몰입하진 않았나, 가해자의 편에서 변론하진 않았나 경계하면서 글을 썼다.(제작발표회 당시)

[남지은 기자]  넷플릭스 국내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 모처럼 의미 있는 작품을 만났다. <오징어 게임> 이후 국내 오리지널 드라마가 ‘자극적+신파’로 대표되는 것이 불편했는데, <소년심판>이 “노”라고 답하는 것 같다. 군대 폭력을 고발한 <디.피>(D.P)가 <오징어 게임>으로 너무 빨리 묻힌 것도 아쉬웠는데, <소년심판>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실화 바탕 소재, 현실 되새김

[김민석 작가]  소년 형사합의부는 드라마적 효과를 위해 만든 가상의 부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가정법원과 각 지방법원에 소년 부서가 있고 단독 재판으로 판사 한 분이 재판장이 되어서 아이들의 처분을 결정한다. 드라마에서 이 과정을 그대로 가져가기에는 인물들의 관계가 모여지지 않았다. 조언을 해준 판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소년 형사합의부를 설정했다.(제작발표회 당시)

[남지은 기자]  공간을 빌렸는데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데는 극중 사건의 힘이 크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건은 작가가 4년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실화다.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 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중학생 렌터카 운행 추돌사고, 아파트 벽돌 투척 사망 사건, 집단 성폭력 사건 등 각색은 했지만 모두 최근 10년 사이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연출도 좋았다. 신 넘김이 매끄러웠다. 편집이 이렇게 깔끔하고 부드러운 작품이 오랜만이다. 사건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보다, 판사들의 대사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풀어내는 부분이 많은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긴장감 있게 잘 살렸다.

[정덕현 평론가]  작가의 고민은 에피소드 전개, 구성에서도 잘 드러난다. 1회가 8살 초등학생을 살해한 13살 아이의 사건으로, 촉법소년 사건의 불편한 지점을 꺼내놓은 이후 이러한 소년범죄가 만들어지는 원인으로서 가정폭력을 다루고, 그 후에는 소년들을 보호하는 보호센터의 현실적 문제를 다룬 후 마지막에는 판사들의 재판이 야기하는 문제들까지 나간다. 즉 소년범죄가 그 아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과 이들을 대하는 사회 나아가 이 범죄를 대하고 재판하는 판사들이 모두 ‘유죄’인 문제라는 걸 드라마는 에피소드 전개를 통해 담아낸다.

[남지은 기자]  결국 이 모든 것은 국가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소년심판> 초반부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판사 3300여명 중 소년부 판사는 약 20여명. 이들이 매년 3만명 이상의 소년범들을 만난다. 나근희(이정은) 부장판사가 “소년범 재판은 속도전”이라고 믿게 된 건 누구 때문일까. 모든 미성년자 범죄는 다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하는 지점도 좋았다. 

‘와~’ 김혜수

[정덕현 평론가]  심은석 판사를 연기한 김혜수가 보여준 카리스마가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동력이자 긴장감이 된다는 점에서 그의 연기는 독보적이다. “저는 소년들을 혐오합니다”라며 등장하는데 거의 웃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에게 냉정한 일갈을 던진다. 대중들의 반감과 분노가 투영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김무열부터, 이성민, 이정은 등의 연기도 좋다. 심은석 판사가 그토록 냉정하게 소년범죄를 대했던 이유가 뒷부분에 등장한다. 실제 판결은 적게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소년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고, 그것이 어떤 피해자를 만들었는지를 분명히 알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그래서 촉법소년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갖게 하는 사안에 대한 공감 가는 관점으로 읽힌다. 김혜수의 연기 덕에 그 감정은 제대로 살아난다. 

[남지은 기자]  심은석 판사가 현실적이어서 좋았다. 보통 드라마였다면 차태주 판사처럼 소년범들을 사랑으로 감싸는 인물이 주인공이었을 텐데. 감정을 풍부하게 드러내지 않는 심은석을 표현하려는 김혜수의 섬세한 표정 연기도 좋았다. 단호한 감정을 드러내려고 오른쪽 눈썹만 치켜드는 장면에서 ‘와~’ 했다. 초등학생 살인범 백성우로 나오는 이연의 연기도 눈에 띈다. 실화 바탕이어서 피해자들에게 사전 허락을 받았을까는 궁금하다. 등급이 18살 이상인데, 초등생 살해사건에서 화장실 장면이나, 성폭력 사건에서 남자의 적나라한 진술 장면 등 일부 장면들을 제외하고 등급을 낮춰 오히려 청소년들도 보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대사만으로 찔려 ‘맵지만 깊은 명대사 맛집’

폐부를 찌르는데, 여운이 남는 명대사가 유독 많다. 각각 몇 개씩 골라봤다.

[정덕현 평론가]

1. “소년사건은 해도 해도 적응이 안 돼. 늘 찝찝하지. 처분은 분명 소년범한테 내리지만 때론 그 십자가는 엉뚱한 사람이 지거든.”

2. “그걸 바꿔 말하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오직 개인의 희생에 기대고 있다는 뜻이 되는 거고. 그런 의미에서는 법원도 유죄야.”

3.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이를 거꾸로 말하면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뜻도 돼. 과연 피해자 강선아에게 가해자가 저 아이들뿐일까? 누구도 비난할 자격 없어. 모두가 가해자야.”

[남지은 기자]

1. 나중에 재판 다 끝나고 나서 ‘법 참 쉽네!’우습게 여기면 그땐 어떡합니까. 쟤들 커서 더 큰 범죄로 지우 같은 피해자들 계속 생겨나면 그땐 누가 책임집니까. 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사람을 해하면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제 새끼 아깝다고 부모가 감싸고 돌면 국가가 법원이 제대로 나서야죠.”

2. “예은은 시간이 지난다고 달라지지 않겠죠? 그런 아이에게 교도소가 최선일까요?” “아무리 판사라도 근본까지 바꿔줄 순 없어” “걱정돼서요. 모든 처분 받고 어른이 돼서 그다음요.” “본인 잘못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해주는 건 부모 역할이지. 근데 없을 거야. 그다음은. 그 악랄한 범죄를 자기 자식이 저질렀는데 부모는 참석조차 안 했어. 부모가 노력하지 않으면 자식은 변하지 않아.”

3.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

<그래서 볼까말까>

[정덕현 평론가] 넷플릭스 시리즈 중에는 장르를 활용한 판타지가 아닌 민감한 현실을 과감하게 담은 드라마들도 존재한다. <인간수업>이나 <D.P.> 같은 작품이 그렇다. 이들 웰메이드 수작들을 재밌게 본 본들이라면 무조건 봐야 할 작품이다. 무조건 보길!

[남지은 기자]  “오티티니까 가능했다”는 말의 의미가 <오징어 게임>보단 <디.피.>에 조금 더 가깝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소년심판>이 꺼낸 화두에 모두가 귀 기울여 제대로 고민할 시간을 가져봤으면. 꼭 보고 생각하기!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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