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고민은 이제 그만! 매주 수요일 11시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평가단’이 최근 시작한 기대작을 파헤칩니다. 주말에 몰아볼 작품 수요일쯤에 결정해야겠죠?
아, 결국 정승네트워크가 두 팀으로 분리됐다. 지난달 시작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의 대표 드라마 <좋좋소> 시즌4에서는 정승네트워크에 있던 백진상 차장(김경민)과 이길 과장이 백인터내셔널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차리면서 두 팀의 대결이 시작됐다. 7화까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어디든 다 똑같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이 대목에서 혹 찔리시는 분 손?
<좋좋소>는 웹드라마로 시작했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활동명)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중소기업 경험담을 풀어놓던 유튜버 이과장(활동명)과 여차여차 만든 것이 시작이다. 5회까지만 하고 끝낼 계획이었는데, 1회가 나가자마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곳곳에서 제작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고, 그중에서 왓챠가 시즌2와 시즌3의 제작비를 보탰다. 시즌4는 아예 왓챠가 사들여 직접 제작에 나섰다. 배우들은 “시즌4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새로운 <좋좋소>의 시작”이라고 했다. '수요 드라마톡' 평가단의 수다에, 지난해 연말 시즌4 방영 전, <한겨레>와 만난 <좋좋소> 배우들과의 인터뷰를 중간중간 녹였다.
[남지은 기자] 이번 아이템으로 <좋좋소>(좋소좋소좋소기업)를 먼저 추천하셨어요.
[정덕현 평론가] 왓챠에서 시즌4를 하기에, 이전 시즌을 몰아서 봤어요. 늦게 본 편인데, 마치 폐회로텔레비전(시시티브이)으로 한 중소기업 사무실을 찍은 뒤, 재미있는 몇몇 상황들만 추려 편집한 것 같더라고요. 시즌 초반 어딘가 조악한 영상마저 사실적으로 다가왔어요.
[남지은 기자] 평론가님이 먼저 제안한 걸 굳이 밝히는 이유는, 시즌4 시작 전에 제가 <좋좋소> 팬임을 주변에 알렸기 때문이에요. 극중 정승네트워크 직원들이 <한겨레> 사옥까지 와서 단체 인터뷰도 했고. 그런데 또 소개하려니 혹시 사심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까 조심스러워서요…. 음
[정덕현 평론가] 음... 제안하자마자 바로 오케이 하시던데. 전 이런 작품은 더 많이 소개되어야 한다고 봐요. 웹드라마와 왓챠에서만 방영돼 대중성이 약한 게 아쉬워요. 드라마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충분한 공감대만 있다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좋은 드라마라는 걸 <좋좋소>가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남지은 기자] 저도 비슷한 점에서 의미를 찾았어요. 2021년 1월 유튜브 소규모 웹드라마로 시작했는데 아이디어 하나로 토종 오티티 왓챠의 대표 드라마가 됐잖아요. 규모 면에서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어떻게 보면 2021년 9월 선보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콘텐츠 아이디어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봐요. 그만큼 <좋좋소>가 오티티 시대에 콘텐츠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이죠.
[정덕현 평론가] ‘중소기업판 <미생>’이라 부르지만 <좋좋소>는 중소기업이라 하기에도 뭐한 조악한 영세업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 현실 자체가 코미디죠. 특별히 웃기려 하지 않고 진지하게 그 상황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주는 독특한 지점이 생겨났어요. 조충범(남현우)이 정승네트워크에 입사할 때 면접 중 노래를 시키는 장면이나 계약서를 요구하자 ‘신뢰 운운’ 하며 대충 넘어가려는 사장의 뻔뻔함, 출근과 동시에 청소하기는 물론이고, 근로기준법상의 규제 조항을 피하려고 회사를 두 개로 쪼개 5인 미만 사업자인 것처럼 꾸미는 식의 일부 영세사업장의 리얼함이 폭로의 쾌감과 함께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해요.
[남지은 기자] 배우들도 시즌 초반 보다 오히려 시즌4와 시즌5를 촬영하면서 인물에 빠져 극중 상황이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게 많았다더라고요. 정말 화도 났다고 해요. 이건 배우한테 직접 들어봐야 해요.
지난해 연말 인터뷰했던 진아진(이예영)씨를 소환할게요. 아진씨~
[예영역 진아진] 시즌2와 시즌3 때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느낄 겨를이 없었는데, 시즌4와 시즌5를 촬영하면서는 회사 일에 적응하면서 처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촬영이 아니라 이게 실제 상황이면 나 정말 머리가 터져버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었죠.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 때문에 할 수 없지만,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본업 말고 다른 일을 아무렇지 않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막 시키는 것. 왜그러는 거죠?
[정덕현 평론가] 직원들의 근무 태도나 상사를 대하는 이중적인 면도 큰 공감 포인트죠. “차 좀 가져와” 같은 성차별적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놓는 데도 별 대꾸 없이 해주고, 뒤에서는 쌍욕을 하는 이미나 대리(김태영). 월급 주니까 다니지 언제든 나가면 그만이라는 태도에서 어떤 의욕도 발견하기 어렵죠. 어눌할 정도로 상사의 명령에 따르지만 입사 후 결국 도망쳤다가 갈 곳이 없어 재출근을 반복하는 조충범(남현우)의 어쩔 수 없는 선택도 지금의 취업 현실을 잘 보여주는 공감대가 있어요.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이길 과장이 명절 때 자기 돈으로 한우세트를 사고 아내한테 회사에서 받았다고 통화하는 장면은 짠내 나는 영세업체 중간관리자의 현실을 아주 잘 담아냈다고 봐요.
[남지은 기자] 그게 이길 과장을 연기하는 유튜버 이과장의 실제 경험담에서 비롯됐어요. 100%라고 할 순 없지만, 시즌3까지는 대부분 이과장이 실제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버무렸죠. 그러니 사실적일 수밖에요. 이과장은 연기도 너무 잘하죠. 그런데 이과장만 직업이 배우가 아니에요. 유튜버죠. <좋좋소> 방영 이후 지금은 화제작이 된 오티티의 한 드라마에서 섭외 요청도 받았는데, 배우가 아니라며 거절했다지 뭐예요. 그것도 참 재미있어요. 여기서 이과장을 한번 소환해볼까요.
[이길역의 이과장] 그 드라마가 이렇게 잘 될 줄 알았으면 할 걸 그랬어요. 휴~. 배우가 아닌 저만 중소기업 근무 경험이 있어요. 시즌3까지는 그 경험담을 많이 녹였어요. 회사에 들어온 선물을 가위바위보 해서 나눠 가진 것도 실화에요. 그래서 직접 선물을 사서 회사에서 받은 것처럼 집에 들고갔죠. 그 회차는 전부 다 저의 경험담이라고 보면 되어요. <좋좋소> 이후 옛 회사에 한 번씩 가면, 동료, 선후배들이 우리 회사 이야기가 다 나와서 소름 돋으며 봤다고들 했어요. 사장님하고는 명절 때 안부도 주고받고 했는데 <좋좋소> 이후에는 아예 연락이 없으시더라고요. 왓챠에서 투자와 제작을 도맡는 시즌4부터는 담당 작가가 세분이나 붙었어요. 작가님들이 직접 취재해서 대본을 쓰기 때문에 제 경험담은 아니에요.
[남지은 기자] 시즌4는 정승네트워크와 백인터내셔널의 경쟁 이야기가 중심이에요. 백진상 차장은 사장이 되고, 이길 과장과 함께 일하고, 조충범은 정승네트워크에 다시 들어가죠. 정승네트워크에서 영업왕이었던 백진상 사장이 정승네트워크의 거래처를 가져 오면서 한바탕 전쟁이 시작되고 있어요. 한정된 시장 안에서 벌어지는 영세업체들의 제 살 파먹기 식의 치열한 현장도 사실적으로 담아내죠. 그래서 정필돈 사장(강성훈)이 얄밉다가도, 시즌4에서는 젊은 피에 밀리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또 소환해야겠어요. 정필돈 사장님~
[정필돈역 강성훈] 정필돈 짠해요. 현실에도 수많은 정필돈이 있어요. 저도 처음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시즌이 계속되면서,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 마음이 느껴지잖아요. 그래서인지 이길 과장이 나간다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정말 서운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정필돈은 이길을 진짜 신뢰했거든요. 부산에서 시즌3 마지막 장을면 촬영할 때도, 조충범이 “사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하는 데 서로 보며 울었죠. 이유는 모르겠어요. 모두 각자의 역할에 빠져들었고, 그 인물을 깊이 이해하게 된 거죠. 개인적으로는 정필돈한테 너무 고마워요.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었어요. 시즌1 할 때도 이것만 하고 관두려고했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기고,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정필돈 그리고 <좋좋소> 때문에 저도 달라졌죠.
[정덕현 평론가] 이과장의 작은 유튜브 웹드라마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토종 오티티 왓챠에 탑재된 후 시즌4부터 본격적인 시즌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드라마 제작의 새로운 물꼬를 연 작품으로 주목됩니다. 개인 유튜버가 제작한 소규모 웹드라마도 화제가 되면 이제 오티티 등의 투자를 받아 좀 더 규모가 커진 작품으로 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좋좋소>가 보여준 것이죠. 이런 단계별 접근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콘텐츠 시장에서 리스크를 줄이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이 될 수도 있죠.
[남지은 기자] 왓챠로 가면서 제작비도 많아지고 환경도 좋아졌어요. 우선 세트장이 생겼어요. 시즌1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5일간 5편을 촬영했고, 시즌2와 시즌3은 부산에서 촬영했는데, 시즌4와 시즌5는 서울과 파주만 오갔다고 해요. 세트장이 없어서 장소 빌리느라 고생했는데, 시즌4에서는 고정 세트장도 생기고, 없던 조명도 빛나고 있어요. 한마디로 ‘때깔’이 좋아진 것인데, 걱정되는 건 이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모르겠다는 거죠. <막돼먹은 영애씨> 초반 시즌이 <좋좋소> 같았거든요. 배우들은 휴대폰도 본인들 것을 사용할 정도로 사실감을 살렸는데, 인기가 치솟고, 제작비가 많아지면서 간접광고(피피엘)고 늘고 예전의 느낌은 사라지더라고요. <좋좋소>는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정덕현 평론가] 왓챠에서 제작하며 본래 갖고 있던 소박함(?)을 잃지 않아야 끝까지 괜찮은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저도 갖고 있어요. 한 주에 2회씩 공개하는 것도 효과적인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 건 몰아봐야 더 재미있는데, 시즌을 한꺼번에 오픈하면 화제성이나 여러모로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남지은 기자]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모든 배우들을 소환해 각오를 들어보며 끝내죠. 정승네트워크, 백인터내셔널 오늘은 사이좋게 나와주세요~
[<좋좋소> 배우들] <좋좋소>가 <프렌즈> 처럼 시청자와 함께 늙어가는 작품이 되면 좋겠어요.
시즌4 배우들. 왼쪽부터 이과장(활동명), 김경민, 남현우, 강성훈, 진아진, 김태영
<그래서 볼까말까>
[정덕현 평론가] 상상하면 뭐든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의 시대를 맞아서인지, 그런 인위적인 느낌의 작품들이 다소 물리는 시청자라면
적극 추천.
[남지은 기자] 말해 뭐해.
일단 한번 보면 중단할 수 없다.
강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