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고민은 이제 그만! 매주 수요일 11시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평가단’이 최근 시작한 기대작을 파헤칩니다. 주말에 몰아볼 작품 수요일쯤에 결정해야겠죠?
김다미와 최우식. 영화 <마녀>에서 목숨 걸고 싸우던 두 사람이 풋풋한 향기로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지난 6일 시작한 <에스비에스>(SBS) 16부작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서다. 10년 전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 국연수(김다미)와 전교 꼴등 최웅(최우식)이 한 달간 함께 생활하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계기로 5년 연애하고, 5년 이별한 뒤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나은 작가는 2015년 <교육방송>(E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꼴찌가 1등처럼 살아보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나은 작가는 <에스비에스>를 통해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전달 방식을 많이 고민했다. 청춘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게 됐고, 너무 평범하고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몰입하게 되고 과거를 추억하게 됐다. 거기에서 <그 해 우리는>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괴로운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을 자연스럽게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드라마와 웹툰이 동시 제작됐다. 웹툰에서는 드라마 프리퀄 이야기로 고등학교 시절을 중심으로 다룬다. 6회까지 방영. 시청률은 3~4%. 연출 김윤진, 극본 이나은
[김효실 기자]의 대사평 “궁금했던 얘들아…잘 지냈니?”
로맨틱코미디를 잘 안 봐서 큰 기대 없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모티브가 된 다큐멘터리 ‘꼴찌가 일등처럼 살아보기’를 봤기 때문일까. 도윤이와 규민이가 귀여워서 이모 미소 지으며 집중했었다. 드라마는 남남을 남녀로, 성별을 바꿔 연애물로 만들었지만, 근황이 궁금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친근함이 들었다.
다른 청춘 멜로물보다 엠제트(MZ)세대 ‘갬성’을 잘 녹였다. 두 주인공의 내레이션에서도 드러난다. 둘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속마음을 독백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건네듯 얘기한다. 두 주인공이 다큐멘터리로 일상을 보여주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 자체가, 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요즘 세대와 어울린다. 영상이 매개된 삶, 영상이 매개된 연애라는 것 자체가 세태를 잘 반영했다.
20대의 연애가 여름과 잘 어울리고, 그래서 내내 풋풋하고 싱그럽다. ‘다른 사람한텐 차가워도 나한테만큼은 따뜻한 사람’은 보통 남주였는데 여기선 여주다. 최웅이 취했을 때 업어서 집에 바래다주는 것도 국연수, 점심같이 안 먹었다고 삐친 최웅을 꽃잎 뿌려주며 달래주는 것도 국연수. 그런 소소한 장면들도 귀엽다. 20대에만 할 수 있는 ‘지랄 맞은 연애’도 너무나 사실적이다. 한없이 사랑하다가 할 말 못할 말 다 퍼붓고 바닥을 보여주고서야 끝나는 연애. 청춘 때 연애는 다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이쯤에서 부작용 주의보. 국연수와 최웅의 이별 이유가 드러날수록 나의 그때도 자연스럽게 소환된다. 지난주 <연모>를 평가하며 모처럼 살아나던 연애 세포가 <그 해 우리는>을 보고 다시 죽었다. “맞아 연애는 저렇게 격렬한 거였어. 내게 지금 저런 에너지가 있나? 없다!”
이 드라마의 프리퀄 웹툰을 내가 좋아하는 한경찰 웹툰 작가가 작업했다. <스프릿 핑거스> <썸머 브리즈>를 안 본 이들에게 강추! 이 웹툰들을 드라마와 함께 보면 풋풋한 시절이 떠올라 더 연애하고 싶어지게 만들지도 모른다. 청춘 로코로서의 재미는 보장한다.
[정덕현 평론가]의 문장평 “다큐 장치에 설렘 증폭…MZ세대 심리 제대로 반영”
청춘 멜로는 미숙함이 순수함으로 다가올 때 주는 설렘이 강력한 극성이다. 그걸 잘 끄집어냈다. ‘다큐멘터리 촬영’이 20대 연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이 흥미롭다. 10년 전 고교 시절 다큐멘터리 영상과 10년 뒤 리마인드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소환되는 과거와 현재의 병치가 효과적인 장치로 활용된다. <그 해 우리는>이 포착하려는 것이 ‘일상 속 드라마틱한 순간’이라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10년 전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짝이 된 국연수와 최웅의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보는 이들은 그 영상으로 두 사람의 남다른 케미를 발견하고 빠져든다. 학창시절 국연수가 실수로 최웅의 그림을 망쳤고, 미안함에 망친 부분을 화이트로 지웠는데, 최웅은 그림을 버리지 않고 10년 동안 간직하고 있었다. 10년 뒤 버린 줄 알았던 그 그림을 국연수가 최웅 작업실에서 직접 보게 됐을 때, 그 당시에는 미안한 일 정도였던 마음은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그 해 우리는>은 ‘다큐멘터리’를 가져와 청춘 멜로의 애틋함도 더 깊게 활용한다. 이 드라마에는 ‘관찰자’ 시선이 들어간다. 10년 전 영상 속에 국연수, 최웅과 함께 들어가 있던 김지웅(김성철)이 그들을 관찰하며 다큐멘터리로 담는 관찰자가 된다. 김지웅이 국연수를 오래도록 관찰만 해왔던 인물이고, 국연수와 최웅이 티격태격하지만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채는 인물이라는 점은, 그 짝사랑의 관찰 시점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청춘 멜로를 더 애틋하게 만든다.
<그 해 우리는>의 남녀 관계는 요즘 세대들이 그러하듯이 빈부와 지위 같은 위계가 장벽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전교 1등으로 뭐든 잘했던 국연수가 워커홀릭으로 피곤한 삶을 살아가고, 베짱이처럼 그림만 그리며 전교 꼴등이었던 최웅이 유명한 아티스트가 되어 있는 설정만 봐도 그렇다. 비즈니스를 위해 국연수가 최웅을 찾아와 도움을 청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함없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장벽은 어쩌다 인연이 되어 사귀었지만 갑작스럽게 헤어지면서 소통되지 못한 오해에 가깝다. 그때 발견하지 못했던 걸 다시 발견하는 과정을 담는 <그 해 우리는>이 훨씬 일상적인 현실 연애의 느낌을 주는 이유다.
자잘한 일상을 담고 있어 이를 실감 나게 하는 힘 뺀 연기가 중요하다. 최우식과 김다미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현실감이 느껴진다. 최우식은 마치 관찰카메라 예능 프로그램 속에 들어온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남지은 기자]의 깨달음평 “일상을 기록하자…배우들 혹시 관찰카메라?”
친구들끼리 같은 장소에서 일정 기간마다 사진을 찍어 변화한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걸 본 적이 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 사진이 떠올랐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청춘의 시절을 기록하는 것, 그래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새로운 동네, 새로운 친구…. 난 왜 중요한 순간을 영상으로 남길 생각은 하지 못했던 걸까. 이 드라마가 주는 소중한 깨달음이다.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그러고 나면, 가장 먼저 최우식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였나, 그가 제대로 빛나는 작품이다. 순수함, 어리바리함으로 대표되던 이전 작품들처럼 착한 이미지는 여전한데, 남자다움, 날카로움, 순간순간 변하는 찰나의 느낌 등, 뭔지 모를 자신만의 배우 색깔이 생겼다고 할까. 3회 자판기 앞에서 술에 취해 국연수를 바라보던 표정 연기는 최웅인지, 최우식인지.
김다미와 최우식은 교복만 입었을 뿐인데 10대처럼 보이고, 교복을 벗으면 극중 29살처럼 보인다. 이것도 연기로 가능한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최우식과 김다미가 영화 <마녀>에서 서로 죽이려고 했던 그들이란 게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로맨틱코미디의 뻔한 공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우연히 알게 되어 티격티격하다 사랑에 빠지고 종영!이 아니라, 5년 사귀고 5년 헤어진 뒤 다시 만난 커플이, 왜 헤어지게 됐는지 알아가는(아마도) 과정이라는 게 마음에 든다. 보통 이런 드라마에서 여자 아이돌은 제멋대로인 방해꾼으로 등장하는데, 엔제이(노정의)는 지금까지는 나름 현명하고 진심인 여자인 것도 꽤 괜찮다.
물론, 우연히 다시 만나고, 국연수가 찾던 아티스트가 하필 최웅이고, 이 둘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피디가 하필 둘의 친구이고, 톱아이돌은 하필 최웅을 좋아하고…. 우연에 우연이 계속 겹치는 건 <그 해 우리는>도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최웅이 성공해서 좋은 집 작업실에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니, 이건 아무리 작위적이더라도 용서가 되더라. <기생충>에서 기우가 성공한 것 같았다. 아빠는 지하실에서 올라왔니?
<그래서 볼까 말까>
김효실/ 간만에 볼만한 청춘 로코로 인정.
계속 볼
정덕현/ 다큐 촬영으로 소환되는 과거와 현재의 강한 설렘.
볼
남지은/ 복잡한 드라마들 사이에서 풋풋한 향기 아 부럽네.
볼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