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티탄>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프랑스 출신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 칸/AP 연합뉴스
제74회 칸국제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이 프랑스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영화 <티탄>에 돌아갔다.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건 역대 두 번째로, 1993년 제인 캠피언 감독의 첫 수상 이후 28년 만이다.
칸영화제는 17일(현지시각) 저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폐막식을 열어 수상 결과를 발표하고 시상했다.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은 프랑스 영화 <티탄>이 받았다. 프랑스 출신의 30대 뒤쿠르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 감독이 됐다. 첫 여성 수상자는 1993년 <피아노>로 영예를 안은 제인 캠피언 감독이다. <티탄>은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와중에 10년 전 실종된 아이와 아버지가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올해 칸 상영작 가운데 가장 거칠고 도발적이고 폭력적인 영화 중 하나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평가했다.
심사위원대상은 이란의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히어로>와 핀란드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컴파트먼트 넘버6>가 공동 수상했다. 감독상은 개막작 <아네트>를 연출한 레오 카락스 감독에게, 각본상은 <드라이브 마이 카>를 쓴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오에 다카마사 작가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상은 이스라엘 나다브 라피드 감독의 <아헤드의 무릎>과 타이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메모리아>가 함께 받았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노르웨이 배우 레나트 라인스베(오른쪽)와 시상자로 나선 배우 이병헌. 칸/AP 연합뉴스
여우주연상은 노르웨이 영화 <더 워스트 퍼슨 인 더 월드>에 출연한 레나트 라인스베에게, 남우주연상은 오스트레일리아 영화 <니트람>에 출연한 케일럽 랜드리 존스에게 돌아갔다.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배우 이병헌은 “여기 와서 너무 기쁘고 수상자 모두 축하드린다”라고 프랑스어로 인사한 뒤, 영어로 “내가 불어를 잘 못해서 죄송하다. 이 페스티벌은 나에게 아주 특별하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제를 열었고 송강호가 심사위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을 언급하며 자신과 닮았다는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 영화는 지난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는 커다란 성과를 일궜으나, 올해는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했다. 다만 홍상수 감독의 신작 <당신 얼굴 앞에서>가 올해 신설된 칸 프리미어 부문에서, 한재림 감독의 재난 영화 <비상선언>이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돼 호평받았다.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수상자들. 윤대원(왼쪽에서 두번째) 감독이 2등상을 받았다. 칸국제영화제 제공
앞서 윤대원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작품 <매미>가 지난 15일(현지시각) 열린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시상식에서 2등상을 받았다. 시네파운데이션은 본 경쟁 부문과는 별도로 영화 전공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섹션으로, 차세대 신예 감독들이 세계 무대로 나가는 등용문으로 일컬어진다. <매미>는 무더운 여름밤 서울 남산 소월길에서 성매매하는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담은 17분짜리 단편 영화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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