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칸 공식누리집 갈무리
코로나19를 뚫고 세계 최대 영화축제의 성대한 막이 올랐다. 팬데믹으로 인해 2년2개월 만에 열리는 제74회 칸국제영화제가 6일(현지시각)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11일 동안의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영화제를 열지 못한 채 공식 초청작 발표로 대신했던 칸영화제는, 올해엔 정부 규제에 따라 매년 5월에 열었던 일정을 두달가량 미뤄야 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한국 영화계는, 올해는 경쟁 부문 진출작 없이 한재림 감독의 재난영화 <비상선언>과 홍상수 감독의 신작 <당신 얼굴 앞에서>를 각각 비경쟁 부문과 칸 프리미어 부문에 출품했다. 한국 영화계 인사로는 배우 송강호가 심사위원으로, 배우 이병헌이 폐막식 시상자로 참여한다. 봉 감독은 7일 오전 ‘랑데부 아베크…’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계 인사를 초청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이 행사에는 배우 조디 포스터, 맷 데이먼 등도 참여한다.
배우 송강호가 제74회 칸 국제 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각) 마르티네즈 호텔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개막작은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로 선정됐다. 뮤지컬 영화인 <아네트>는 <퐁네프의 연인들>로 잘 알려진 카락스 감독이 <홀리 모터스>(2012) 이후 9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첫 영어 연출작이다. 부부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애덤 드라이버)와 오페라 가수 앤(마리옹 코티야르)에게 특별한 운명을 가진 딸 아네트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는 경쟁 부문에는 <아네트> 외에도 배우 숀 펜이 감독·주연을 맡은 <플래그 데이>, 폴 버호벤 감독의 <베네데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이란의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영웅> 등 24편의 작품이 올라 있다.
특히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들의 경쟁 부문 경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들의 방>(2001)의 난니 모레티 감독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트레 피아니>로 돌아왔고, <엉클 분미>(2010)의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은 <메모리아>로 다시 칸을 찾았다. <디판>(2015)의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파리, 13구>로 축제에 참가했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가 5일(현지시각) 저녁, 마르티네즈 호텔에서 열린 개막 전야제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에도 공식 초청작에 이름을 올렸던 웨스 앤더슨 감독은 <프렌치 디스패치>로 다시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오언 윌슨, 엘리자베스 모스 외에 티모테 샬라메, 프랜시스 맥도먼드, 틸다 스윈턴, 시어셔 로넌, 빌 머리, 레아 세두, 에이드리언 브로디, 베니치오 델 토로, 크리스토프 발츠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2013년 한국 영화 <올드보이>를 리메이크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파이크 리 감독이다. 송강호는 1994년 신상옥 감독, 2009년 이창동 감독, 2014년 배우 전도연, 2017년 박찬욱 감독에 이어 한국 영화인으로는 다섯번째이자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칸영화제는 송강호와 함께 배우 타하르 라힘, 멜라니 로랑, 매기 질런홀, 감독 마티 디오프, 예시카 하우스너,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가수 밀렌 파르메르 등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미국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가 제74회 국제 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각) 마르티네즈 호텔 발코니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영화로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당신 얼굴 앞에서>가 올해 신설된 칸 프리미어 부문에서, 한재림 감독의 재난영화 <비상선언>이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된다. 송강호와 함께 <비상선언>에 출연한 이병헌이 폐막식 무대에 올라 시상할 예정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재학생인 윤대원 감독의 졸업작품 <매미>는 학생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칸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동안 서울 등 세계 5개 도시에 칸필름마켓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진 상황을 고려해 도쿄(일본), 베이징(중국), 멜버른(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시티(멕시코) 등 주요 도시에 영화제 출품작 거래시장인 ‘칸 인 더 시티’를 연 것이다.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리는 필름마켓에선 경쟁 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비경쟁 부문 등 칸 주요 섹션 상영작 중 약 30편이 상영된다.
영화 <비상선언>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쇼박스 제공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의 박태훈 대표가 아시아 업체 중 유일하게 필름마켓 연사로 초청받아 오는 12일 ‘한국을 사로잡은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주제로 전략을 발표한다. 박 대표는 “케이-콘텐츠와 함께 케이-콘텐츠 플랫폼 역시 저력이 있음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