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우리가 가진 솔루션과 우리에게 필요한 돌파구
빌 게이츠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김영사·1만7800원
<빌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적 거부인 빌 게이츠가 15년 가까이 기후·에너지·테크 등 기후변화와 관련한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만나 학습하고 고민한 결과를 담았다. 그가 내린 결론은 지구온난화는 ‘욕조에 서서히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후퇴 없이 진행되지만 ‘(기술) 혁신을 일으켜’ ‘빠르게 대처한다’면 기후 변화가 초래할 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그럼에도 염세에 빠지지 말자는 메시지다.
어떤 이에게는 심심한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으나, 백미는 책 제목처럼 ‘재앙을 피하는 법’에 대한 서술이다. 그의 논리 전개를 좇다 보면 자연스레 다음 세 가지 조합의 동시 충족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탄소 중립’과 ‘탈원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 충족’. 지구적 차원에서 저개발 국가의 성장을 뒷받침해줄 에너지 생산량 증대는 불가피하며(에너지공급 축소는 불공평하다·게이츠의 의견) 이를 만족하면서 탄소 순배출(배출량에서 흡수량을 차감한 탄소량)을 0에 수렴(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설정된,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하도록 하려면 탄소 배출 없는 첨단 원자력을 쓸 수밖에 없다(게이츠의 제안)는 결론에 이른다.
기승전 ‘원자력’ 아니냐고 하기엔 그의 논증이 무척 촘촘하다. 그는 탄소 감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대안들-태양열·풍력·수력·배터리·연료전지 등-의 가능성과 한계를 탄소 감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뜻하는 ‘그린 프리미엄’이란 잣대로 검토한다. 프리미엄은 보조금과 같은 정부 정책과 기술 혁신에 따라 감소하기 마련인데, 이를 고려할 때 원자력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가령 자연 에너지원은 인간이 어쩔 수 없는 간헐성에다 지역적 제약으로 보조적 대안으로만 삼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물론 그는 이런 주장을 강변하지 않는다. 외려 몸을 낮춘다. ‘탄소 중립에 언제 이를지는 (현 예측 시스템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무엇인지에 대해 솔직하게 의논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짚는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편견 없는 진지한 논의와 데이터와 연구에 기반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탈원전과 탄소 중립을 당위론으로만 접근하는 이들이 귀담아야 할 지적이다. 탄소 중립이 구호로 이뤄질 수는 없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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