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백원근의 출판풍향계
1월12일 온라인으로 중계된 ‘2020 청문상(청소년문학상) 프로젝트 결산 대잔치’를 마지막 공식 행사로 ‘2020 청소년 책의 해’가 막을 내렸다. 이 ‘청문상 프로젝트’의 특징은 청소년들이 직접 심사위원이 되어 문학상 수상작을 결정하는 데 있다. 2019년에 발간된 국내 청소년 장편소설 총 73종 중에서 전문가들이 추려낸 15종의 목록을 제시하고, 이 가운데 참여 그룹마다 4종을 선택하여 주최 쪽에서 보내준 책을 함께 읽고 참가 그룹별로 수상작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 행사에는 전국 27개 학교(도서관 1개 포함)에서 총 2788명이 동참했다. 참여 학교에서는 지도교사의 안내로 참여 청소년들이 4권의 책을 모두 읽고 토론하며, 작가와의 만남을 더해 저마다의 문학상 수상작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김선희의 <1의 들러리>, 조규미의 <가면 생활자>, 이희영의 <페인트>, 박건·윤태연의 <올리브 가지를 든 소녀> 등이 여러 곳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는데, 주최 쪽은 전체 등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선정 결과보다는 함께 읽는 과정과 능동적인 독서 체험에 방점을 찍는다. 참여 학생들이 체감한 책 읽기의 즐거움과 효능감이야말로 수상감이라 하겠다. 글쓰기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는 작가들에게도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방식의 청소년 책 읽기 실험이 뿌리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관련 단체 전문가들이 모인 ‘2020 청소년 책의 해 네트워크’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시행한 청소년 책의 해 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결실은 이것만이 아니다. 국내 최초의 청소년 독자 맞춤형 사이트인 ‘북틴넷’(bookteen.net)은 작년 1월에 문을 연 후 지속적인 책 추천 활동으로 불과 1년 만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교사, 작가, 편집자, 연구자 등 8명의 큐레이터가 캐릭터 이름으로 참여해 1년간 184개 주제로 880권의 책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청소년 큐레이터들이 소개한 책도 포함되었는데, 청소년이 원하는 주제의 책을 읽고 싶도록 소개하는 등 청소년을 대상화하지 않고 독서의 주체로 세운 점이 눈길을 끈다. 사이트에 소개된 책을 소개하는 101곳의 학교, 도서관, 서점 등이 기지로 등록했고, 사이트는 방문자가 벌써 1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책 정보 사이트의 초기 이용률로는 가히 기록적이다. 모두 118개국에서 방문하여, 향후에는 영어 사이트를 만드는 등 진화를 모색한다.
이외에도 청소년 책 영상 공모전(북톡북튭), 공익 캠페인(청소년 책 선물), 고려대 이순영 교수팀이 수행한 조사연구(책 읽는 청소년 독자 형성 실증연구 및 사례조사), 여섯 차례의 청소년 책 포럼, ‘책 읽는 소년원’ 시범사업, 청소년 독서 애니메이션 제작 등 청소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은 사업들이 코로나19의 역경을 뚫고 성공적으로 추진되었다. 부디 한 해 사업으로 끝내지 말고, 청소년과 책을 잇는 청소년 눈높이의 활동들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