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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전담인력 없는 학교도서관에 희망을

등록 2020-11-27 04:59수정 2020-11-27 08:37

도서관. 게티이미지뱅크
도서관. 게티이미지뱅크

[책&생각] 백원근의 출판풍향계

서울시 한복판에는 서울의 대표도서관인 서울도서관이 있다. 대다수 대학에도 캠퍼스 중심에는 중앙도서관이 있다. 그렇지만 초‧중‧고 학교도서관은 학교도서관진흥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장실과 교무실이 가장 좋은 위치에 있고, 이어서 교실, 마지막으로 도서관 또는 도서실 순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학교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학생들이 그 이유로 제시한 것도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30.5%)와 ‘도서관이 교실에서 너무 멀어서’(20.6%)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학교도서관의 위치도 좋지 않고, 눈높이에 맞는 최신 도서도 부족하고, 아이들을 반겨주며 책의 세계로 안내하는 선생님도 없다. 이런 학교는 학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을 3대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곳이다. 요즘 코로나19 상황에서 책 소독기조차 갖추지 못한 학교도서관도 많다.

학교도서관 시설의 공간보다 더 큰 문제는 장서와 전담인력이다.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학교 운영 기본경비의 3%를 학교도서관 자료구입비로 반드시 편성하도록 하고, 자료구입비 중 5%는 고전과 인문학 관련 도서를 구입하도록 한 것은 장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다. 그런데 인력 문제는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학교도서관 담당자의 58%가 일반교사이고, 사서교사 12%, 공무직 사서 30%의 비중이다. 수업과 행정, 담임 업무에 바쁜 교과 담당 교사가 도서관 운영까지 제대로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담인력이 없는 학교도서관은 주인 없는 집과 같아서 방치되기 쉽다. 학교도서관 업무를 전담하는 사서교사와 공무직 사서의 배치율은 전국적으로 41.7% 수준이다. 서울이나 경기 지역의 경우 90% 이상의 학교에 전담인력이 있는 반면 충남, 전북, 전남, 경북, 제주 등은 10%대에 불과하다. 대전, 울산, 세종, 경남도 20%대로 낮다.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좋은 지역은 사정이 괜찮지만 전국적인 양극화 현상은 심각하다. 학교도서관은 교육 여건이 열악한 곳에 더욱 필요한데, 오히려 이런 곳일수록 학교도서관도 냉대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학교도서관진흥법은 학교도서관에 1명 이상의 사서교사나 사서를 배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과 그 법에 담긴 학교의 희망을 정부와 교육청이 지켜줘야 한다. 공무원 정원과 재원 확보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도서관을 만드는 첩경은 학교도서관을 위해 노력하는 사서교사가 있는 곳이다. 학교 급식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학교 교실의 연장이자 서재, 놀이터인 도서관에 신경을 쓸 차례다. 교육부는 제3차 학교도서관진흥 기본계획(2019~2023)에서 2030년까지 학교도서관의 절반에 사서교사를 충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건 학교도서관 활성화 의지가 없다는 고백과 다르지 않다. 학교가 양질의 교육 서비스와 독서의 장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 확충을 통한 학교도서관 혁신이 시급하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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