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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병사 위한 ‘마음의 양식’에 예산 좀 더 쓰세요

등록 2020-10-30 04:59수정 2020-10-30 09:11

[책&생각] 백원근의 출판풍향계

국군의 날로 시작하는 10월이 저물고 있다. 요즘 군대가 많이 바뀌었다. 올해의 급식 단가는 작년보다 6% 상승한 하루 8493원이다. 전복 삼계탕이 여러 번 나올 정도인데, 국방 예산이 50조원을 돌파한 덕분이다. 2021년 하루 급식 단가는 올해보다 3.5% 인상된 8790원이다. 이제 먹는 것은 기본이고, 스킨로션과 물비누까지 보급된다. 월 1만원의 병사 이발비도 지원된다. 국방부 표현처럼 ‘병사 체감형 복지 개선’이 실현되고 있다. 청춘의 자유를 유예 당한 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병사나 가족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렇듯 병사들의 몸을 챙기는 국방 예산은 크게 증가한 반면, 마음과 정신을 위한 예산은 보잘것없다. 국방부는 올해 진중문고 구입, 병영도서관(독서카페 포함) 도서 구입과 운영, 문화체육관광부 지원과 별도로 국방부 예산으로 처음 진행한 독서코칭 사업비 등으로 총 129억원을 책정했다. 병영의 책 관련 예산은 매년 증액 추세이지만 국방 예산 총액의 0.025%에 불과하다. 이를 올해 급식비와 비교하면 121분의 1 수준으로 하루 70원꼴이다.

내용을 톺아보아도 문제다. 부대마다 있는 병영도서관의 올해 기준 도서구입비는 부대당 104만원으로 69권 정도를 구입할 수 있다. 내년에는 10권이 늘어난 79권, 약 120만원 정도의 예산이다. 다달이 7000종 정도 나오는 신간 중에서 7권 정도를 구입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정부 사업과 민간을 통해 군부대에 도서를 기증받는다는 정책 방침은 여전하다.

올해 86종의 책 104만 권을 선정‧보급하는 진중문고 사업은 지난 40여년 간 큰 틀을 바꾸지 않은 채 특정 도서를 전군의 중대급에 보급한다. 대략 1종당 1만2천권 정도를 보급하는 셈이어서 어떤 도서 선정 제도보다 1종당 보급 물량이 많다. 하지만 특정 도서를 정훈 목적으로 보급하던 반세기에 가까운 낡은 전통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부대마다 장병들이 원하는 다양한 책을 구비하도록 전환하고, 소수 부대에서만 실시하는 독서코칭 사업을 전체 부대로 확대해야 한다.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병영도서관이다. 낙후한 시설, 부족한 장서, 전문인력 부재라는 핵심 문제들이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국방위 소속이던 도종환 의원이 장서 보유량 미달 부대가 90.3%이고 전문인력 확보율이 1.8%라며 전향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올해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문제 제기조차 없었다.

병영에서 일과 후 스마트폰 이용이 가능해지며 병사들의 도서관 이용과 독서량이 줄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지난해 육군이 전자도서관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병영도서관 활성화는 갈수록 찬밥 신세다. 부대 관리와 행정 효율을 위해 수요자 중심의 독서환경 마련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병역 의무가 청춘의 정체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도약기가 되도록, 국방부는 몸을 만드는 식비만 늘릴 게 아니라 마음과 정신을 만드는 책 구입, 독서환경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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