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김달님 작가와 창원 청소년 독서동아리 ‘어깨동무’ 회원들. 김달님 작가가 맨 앞줄에 앉아 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제공
조손 가정 출신의 작가와 학교 밖 청소년들이 만났다.
지난달 7일 저녁 7시, 경남 창원시 창원성산교회 안 카페에 10대 청소년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15~19살 청소년 9명으로 이뤄진 독서동아리 ‘어깨동무’는 2주에 한 번 금요일에 만나서 반나절 동안 독후활동을 하는 모임이다. 이들은 지난 2년간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 <완득이> <순이 삼촌> <학력파괴자들> 등 청소년 권장도서나 서로 읽고 싶은 책을 나눠 읽으며 책을 읽은 소감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고, 관련 연극, 영화를 관람한 뒤 이야기를 나눠왔다.
이날은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어떤책)의 저자인 김달님 작가(33)와 만나서 책을 읽은 감상을 나눴다. 김 작가는 2018년 에세이 <나의 두 사람>을 펴내고 책이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이듬해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까지 펴낸 신인 작가다. <나의 두 사람>이 자신을 키울 수 없었던 부모 대신 부모가 되어준 조부모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냈다면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는 갑자기 치매를 앓게 된 조부모에게 자신이 부모가 되어주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김 작가가 책의 주요 부분을 낭독한 뒤, 어깨동무 회원들이 미리 책을 읽고 작성해 온 독후감을 돌아가며 발표했다. 정서진(19) 회원은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읽은 책은 처음이었다”며 “최선을 다해 할머니, 할아버지를 돌보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최민수(18) 회원은 “저 역시 조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니 언젠가는 이분들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면서 “지난해부터 사람이 죽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는 터라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정확히 표현된 구절을 많이 만나서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성언(17) 회원은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할머니가 올해 집 근처로 이사 오시면서 처음에는 자주 뵐 수 있을 거 같아서 좋았지만, 막상 가까이 살게 되니 할머니를 챙기는 게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할머니를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초원(16) 회원은 “전에는 치매에 걸린 분들에 대해 별로 좋지 않게 봤는데, 이 책을 통해 치매 노인에 대한 시선을 바꾸게 되었다”며 “앞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소감을 나눈 뒤 작가와 청소년들은 서로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작가는 독서동아리 회원들에게 “제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을까요?” “제가 불행했을까요?” “부모님이 늙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저를 키워준 조부모님이 아프시고 나서 제 마음이 어땠을까요?” 등을 물었다. 회원들은 “작가님은 어떻게 책을 쓰기 시작하셨나요?” “현재 할머니 할아버지의 상태는 어떠한가요?” “김달님 작가님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알았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작가님의 과거는 어땠나요?”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등 기자회견을 방불케 하는 질문들을 활발하게 던졌다.
김달님 작가는 회원들의 눈을 맞추며 하나하나 정성껏 답을 했다. “밤하늘의 달처럼 세상을 비춰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할아버지의 바람으로 김달님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작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받은 뒤 작가가 꿈이 되었다고 한다. 서른이 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첫 책이 나온 순간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기쁨도 많았고 슬픔도 많았다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인 거 같다”고 말했다.
“이 책은, 어떤 생각 또는 질문과 맞닿아 있어요. 지금 우리는 단 한 번의 시간을 살고 있으며, 이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이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언젠가 늙는다는 것, 이것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며 살아가는 일이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도 연결되죠. 앞으로도 오늘처럼 사람들을 만나서 책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계속하게 될 거고, 누군가의 시각을 조금은 바꿀 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김달님 작가와 창원 청소년 독서동아리 ‘어깨동무’ 회원들. 김달님 작가가 맨 앞줄에 앉아 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제공
이날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김 작가는 “10대 청소년들이 나의 책을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했고 실은 공감을 못할까 봐 걱정과 긴장을 많이 하고 왔다”고 고백한 뒤 “30대가 되어보니 20대에 읽었던 책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여러분이 10대에 읽는 책들이 20대가 됐을 때 많은 영향을 줄 텐데 이렇게 주기적으로 좋은 책을 찾아서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영혼을 성장시키고 있는 여러분이 부럽다”고 말했다. 회원들도 뜨겁게 화답했다. “책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직접 작가에게 물어볼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정서진),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귀하고 소중히 쓰겠다”(이성언), “같은 책을 읽고도 해석과 소감이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좋았다”(김무성), “나와 같은 생각을 만날 수 있어서 신기한 경험이었다”(최민수) 등 소감이 이어졌다.
독서동아리 지도교사 오윤경(42)씨는 “학교 밖 아이들이다 보니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대신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그러다 보니 또래들보다 책에 더 몰입해서 읽는데 지금까지 논리적인 사회과학서를 읽을 때와 달리 오늘 이 자리는 가장 따뜻했던 독후 활동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끝>
글 김아리 자유기고가
ari9303@naver.com, 사진 책읽는사회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