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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사태’ 문학사상 뒤늦은 사과 “저작권 조항 수정”

등록 2020-02-04 16:24수정 2020-02-05 02:43

대상 수상작 ‘저작권 3년 양도’ 조항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실망드린 분들께 심심한 사의…우수상은 요구 달지 않기로”
출판사 입장문 접한 작가들 개선의지 진정성 의구심 내비쳐

김금희 등 우수상 선정 작가들의 수상 거부로 시작해 윤이형의 절필 선언과 다수 작가의 청탁 거부로 확산한 ‘이상문학상 논란’에 대해 주관사인 ㈜문학사상이 뒤늦은 입장문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4일 ㈜문학사상은 ‘이상문학상 관련 물의에 대한 ㈜문학사상의 공식 입장’을 내어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 조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바꾸기로 했다”며 “대상 수상작을 수상 작가의 작품집 표제로 삼지 못하게 한 기존 규정 역시 손보아, 1년 뒤부터는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문학사상은 이날 입장문에서 “제44회 이상문학상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그간 모든 일련의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낀다”며 “이번 사태로 상처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최우선적으로 기존 이상문학상 수상자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계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숙의와 논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판권 1년 설정’과 관련해서는 “최소한의, 문학상 운영을 감안한 부득이한 조치”라며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도 작가와 독자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다 바람직하고 현명한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임지현 문학사상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저작권 양도는 물론 그 밖의 아무런 요구도 달지 않기로 했다. 오직 대상 수상작에 대해서만 출판권 1년 설정을 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애초 직원들의 실수라 해명한 부분에 대해 문학사상은 문건에서 “‘직원의 실수’라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며 “본사의 폐습과 운영진의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인정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인식 부족임을 통감한다”며 “통렬한 반성을 통해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독자와 작가가 원하는 문학사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입장을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과 관련해선 “최근 경영 악화로 본사 편집부 직원들이 대거 퇴직하며 일련의 상황에 대한 수습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문학상 사태는 지난달 말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내정되었던 김금희 작가가 계약서상의 저작권 양도 조항이 부당하다며 수상 거부 뜻을 밝히고 역시 우수상을 받게 된 최은영·이기호 작가도 마찬가지로 수상을 거부하면서 촉발되었다. 이에 지난해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가 자괴감을 토로하며 ‘작가 활동 영구 중단’을 선언하자 동료 작가들이 문학사상의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며 출판사 쪽의 사과와 상 운영 변경을 요구하는 등 사태가 확산해왔다. 2일엔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가 불공정 관행 규탄 성명서를 냈고 3일엔 한국작가회의가 성명을 내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양도 규정이 “작가들의 목숨과도 같은 저작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 행위이며 나아가 작가의 인격과 명예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조했다.

문학사상의 입장문 발표 이후 윤이형 작가는 트위터에서 “저에게, 다른 작가들에게 이게 얼마나 무거운 일이었는지 모르시는 것 같아요”라며 “잘못된 거 고치고 자기검열하고 반성하고 욕먹고 싸우고 다 작가들이 하고 아무도 제대로 안 한다”라고 밝혔다. 김금희 작가 또한 트위터를 통해 “이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존엄을 지켜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노력해나갔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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