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 있는 서점 삼일문고는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한 중요한 장소다. 지난 6월 구미시시립도서관과 함께 ‘구미가 사랑한 작가’ 첫 번째 행사로 ‘우리 지역 출신 작가 박도를 만나는 북토크'를 열었다. 출처 삼일문고 인스타그램
경북 구미에는 매력적인 서점 삼일문고가 있다. 읽을 만한 단행본을 두루 갖춘 구미시 유일의 중형 서점이다. 수준 있는 강연회 등 문화 프로그램도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판매하는 책의 목록은 서울의 웬만한 대형 서점보다 낫다. 나름의 안목으로 선별된 좋은 책을 시민들이 만날 수 있는 것은 서점 주인의 책에 대한 애정과 안목 덕분이다.
삼일문고 김기중 대표는 ‘책의 힘’을 체감한 세대다. 그는 “인구 42만명의 도시에 제대로 된 중형 서점이 하나도 없는 것에 대한 지식인의 책임감으로” 2년 전 덜컥 은행 빚을 내어 서점 문을 열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슬아슬하다. “책 전시장(서점)이 다 사라지면 되겠습니까? 시민의 독서권은 누가 지켜줍니까? 도서정가제만 제대로 해도 숨통이 좀 트이겠습니다.” ‘독서의 달’인 이달 17일 도서정가제 개정 방향에 관한 국회 토론회 객석에서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노웅래, 우상호, 신동근, 소병훈 의원과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이 자리에서 ‘사실상의 완전 도서정가제’로 개정하자는 주제발표가 있었다. 15% 직간접 할인과 추가 할인을 인정하는 현행 정가제가 인터넷서점 등 할인업체들의 배만 불린다는 이유에서다. 정가제 법리와 어긋나는 할인율 게임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소비자단체 토론자는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도서정가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으로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비슷한 책들이 모두 같은 가격이라 암묵적 담합 혐의까지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할인 판매의 결과는 무엇일까. 할인율과 자본력 싸움 속에서 극소수 출판사와 인터넷서점만 남는 황폐화된 도서시장이다. 그것이 소비자단체가 대변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일인가. 수많은 출판사가 정가 책정 단계에서 벌이는 치열한 경쟁으로 정가를 좀처럼 올리지 못하는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구미시민에게 삼일문고는 없어도 되는가? 소비자단체는 구미시민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바란다. 삼일문고가 그들이 말하는 ‘소비자 후생 감소’를 초래한 곳인가를.
책에 관한 소비자 주권은 도서정가제가 확립될 때 보다 강화될 수 있다. 정가제가 없거나 불완전한 상황에 비해 다수의 저자와 출판사, 다양한 서점의 존립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국회 토론회에서는 ‘동일한 도서의 전국 균일가 판매 제도의 필요성’을 저자(79.7%), 출판사(72.6%), 서점(97.2%), 도서관(67.0%), 도서 구매자(58.7%) 등 모든 집단의 과반이 찬성했다는 조사 결과(3082명 응답)도 발표되었다. 특히 소비자의 찬성 비율은 반대(20.5%)보다 3배나 높았다. 그러한 ‘전국 균일가 판매 제도’가 바로 도서정가제다.
할인율만 놓고 논의하는 소비자 주권론은 공허하다. 더구나 책은 소비재 상품이 아니다. 책은 소비재와 달리 부가세가 없어서 소비자 부담을 원천적으로 줄였고 도서관에서 무료로 실컷 볼 수도 있다. 책과 관련된 소비자의 진짜 권리인 ‘시민의 독서권’ 차원에서 정가제 강화가 강력하게 추진되길 바란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