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고양시 청소년들과 함께 ‘고양을 말하다’ 토크콘서트를 연 이재준 고양시장. 고양시 제공
최근 고양시가 관내 중학교 1학년생들이 지역서점에서 책을 1권씩 구입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시민 그룹이 제안한 ‘어린이·청소년 1인 1책 지역서점 바우처’ 시행 요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이재준 고양시장의 공약 실천 행보다. 전국 최초로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자유학년제에 들어간 학생들이 책으로 꿈을 키우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청소년 출판과 지역서점 활성화, 지역경제 살리기는 말할 것도 없다. 서점에서 학습참고서가 아닌 일반도서를 사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 흔한 상황에서, 지역사회가 선물하는 ‘내 책’을 신중하게 고르는 경험 자체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책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선거법의 벽에 부딪혔다. 책을 무상으로 배포하는 것은 기부 행위가 될 소지가 있다는 법해석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지자체 조례에서 자유학년제 학생들에게 고양시 지역화폐를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성남시의 경우 올해 2월 ‘성남시 도서관 운영 및 독서문화 진흥조례’를 개정해 ‘첫 출발 책드림 사업’ 조항을 신설했다. 만 19살이 되는 성남시민이 도서관에서 6권 이상의 도서를 대출하면 2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한다. 야당의 포퓰리즘 시비가 있었지만 시민의 지지 속에 잘 시행되고 있다. 또한 성남시는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살 청년들에게 분기별로 25만원 상당의 지역화폐 ‘성남 사랑 상품권’을 배부하는 청년배당을 2016년부터 시행 중인데, 청년들은 이를 필요한 책을 구입하는 데도 요긴하게 쓰고 있다.
유사 사례는 더 있다. 순천시는 2014년부터 도서관 이용자들이 지역서점에서 도서관 추천도서를 구입할 때 책값의 30%를 지원하는 ‘전 시민 좋은 책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상남도에서는 2015년부터 서민 자녀의 교육지원 사업으로 초중고 학생들에게 50만원 안팎의 ‘여민동락 교육복지카드’를 지급해 책을 구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무상급식 예산을 대체한 점, 학습참고서 구입 등에 주로 활용되는 한계가 있다.
고양시가 지향하는 모델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일본 하치노헤시에 있다. 2014년부터 지역 초등학생 전체에 매년 1인당 2천엔의 책 구입 쿠폰을 지급해 지역서점에서 쓰도록 했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에서 시민에게 책을 구입해 지원하는 가장 보편적인 사례는 영유아 대상의 ‘북스타트’이다. 그림책 2권을 지자체가 구입하여 보호자와 아이가 그림책으로 놀고 소통하도록 지원한다.
자유학년제는 청소년들이 시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신의 미래와 꿈을 그리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행되는 제도다. 고양시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 초중고 학생 모두에게 지역서점에서 ‘내 책’을 고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아이들의 미래와 지역문화, 지역경제, 책 생태계를 살리는 길이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