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독서’이던 시절에는 독서를 개인의 기호나 취향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세상이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독서권(책 읽을 권리)이 생존권적인 기본권으로 부각될 정도로 여가 활동 이상의 함의를 갖게 되었다. 이제 ‘여가 독서’를 뛰어넘어 급변하는 현실에 적응하는 ‘생존 독서’, 삶의 질과 자존감을 높이는 ‘생애 독서’, 미래를 여는 ‘창의 독서’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국민의 연평균 독서율이 50%대로 떨어지고(2017년 사회조사), 월평균 독서율은 30%대까지 하락한(2018년 독자개발연구) 현실을 방치하기 어렵다.
대안은 무엇일까. 그 답은 독서 행위에서 얻는 유익함이나 즐거움 같은 ‘효용성의 수준’을 높이는 데서 찾아야 한다. 사람은 싫은 것은 피하고, 기분 좋은 경험은 반복해서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책과 관련된 부정적 체험을 쌓게 하는 데 열중해왔다. 이를테면 학교에서는 문학 읽기의 즐거움을 빼앗는 정답 찾기 시험과 독서 이력, 억지 독후감 쓰기만을 강요하며 아이들이 책을 싫어하도록 부채질했다. 그러면서 ‘요즘 아이들은 책을 싫어한다’고 단정했다.
이제 책 읽기는 시민의 삶의 가치와 활력을 높이는 수단이자 국가 경쟁력의 원천 중 하나다. 그래서 “국민 독서율이 1% 증가하면 총요소생산성(TFP)이 0.046%포인트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은 0.2% 올라간다”는 연구 분석이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제3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19~2023)>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 등을 근거로 독서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다.
이번 5개년 계획을 보면, 함께 읽기와 맞춤형 독서정책을 전면에 배치하는 정책 방향의 전환을 읽을 수 있다. 개인의 독서를 장려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독서’라는 접근법을 통해 모두가 참여하는 독서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독서 동아리와 독서 관련 사회적기업의 확산, 지자체 합동평가에서 독서 지표의 반영을 추진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다독가부터 비독자에 이르는 다층적인 시민의 독서 생활화 정도에 맞춤한 독서정책을 시도하고자 한 점도 주목된다. 인공지능 기반의 참여형 독서 플랫폼 운영, 계층별 독자 개발 조사, 독자 콜센터 운영 등이 눈에 띄는 계획들이다. 이런 일들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독서문화진흥법의 전부 개정과 독서진흥 전담기구 설립 추진 계획도 기대된다.
가정, 학교, 직장, 사회의 독서 환경이 곧 독자의 양과 질을 결정한다. 출판시장과 서점, 도서관은 그것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 중 하나다. 다양한 수요자를 위한 맞춤형 독서정책들이 촘촘하고 실효성 있게 추진되려면 과감한 중앙정부 행정조직(독서문화정책과) 신설과 독서복지예산의 대폭 증액 또한 필요하다. 각기 다른 여건에 처한 시민들이 책과 관련된 긍정적 체험을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 독서’를 강력히 뒷받침하는 맞춤형 정책들이 추진되길 바란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