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생각] 백원근의 출판풍향계
“책은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도서관 운영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랑가나단의 ‘도서관학 5법칙’ 중 제1법칙이다. 이용자를 위한 자료 서비스가 도서관의 원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땅에서는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만드는 핵심인 장서와 전문 사서의 태부족이라는 근본 문제의 해결을 미룬 채 포장만 바꾼 정책들이 발표되곤 한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지난 1월에 발표한 ‘제3차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2019~2023)도 그렇다.
2017년 한해 1042개 공공도서관에서 증가한 장서는 약 774만권이었다. 이용자에게 기증받은 책까지 포함해 한 도서관당 약 7천권 정도다. 연간 8만종의 책이 출판되지만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신간은 수천종에 불과하다. 이처럼 신간이 부족한 도서관은 이용자 감소와 직면한다.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를 보면 국민의 도서관 이용률이 2010년 20.5%에서 2018년 12.8%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자료는 공공도서관 연간 누적 이용자가 2013년 2억8701만명에서 2017년 2억7206만명으로 5.2% 줄었다고 밝혔다. 책이 기본이어야 할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도서관 진흥 종합계획(2019~2023) 수립을 위한 연구’의 이용자 조사 결과, 대학도서관 서비스에서 중요도와 만족도의 격차가 가장 큰 항목이 ‘최신 자료 제공’이었다.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 역시 ‘자료 부족 및 관리’ 문제였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전국 공공도서관의 사서 충원 비율은 법정 기준의 18.2%에 그친다. 공공도서관의 40%(406개관)가 최소한의 사서 배치 기준인 3명 미만이고, 현직 사서의 68%는 비정규직이다. 대학도서관 직원 수도 2013년 대비 2017년 9% 감소했다. 초중고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수는 평균 0.1명도 안 된다.
‘제3차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은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공공도서관 행정의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도서관 정책 담당 부서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지표에 도서관 정책을 포함하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정책적 ‘희망’이 아니라 부처 간 협의 기반의 ‘실행 계획’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또한 5년 단위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관종별 도서관 이용 실태와 국민의 수요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뒷받침되지 않아 도서관의 미래를 위한 ‘기회 발견’ 노력이 부족했다. 실행력의 관건인 중장기 예산안 없이 ‘당위’만 열거된 것도 물음표를 키운다. “우리 삶을 바꾸는 도서관”이라는 정책 비전이 멋지면서도 공허한 이유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범부처 차원의 ‘대통령 소속’ 위원회임에도 대통령이 세 차례 바뀌는 동안 대통령 참석 보고회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 또한 허약한 도서관 정책의 위상을 보여준다. 이 위원회가 독립 행정기관으로서 확고한 위상을 갖고 책과 사람을 중심에 둔 도서관 혁신의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지난해 12월 열린 제6기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신기남 위원장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했다. 출처 위원회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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