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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딱지만 주고 사주진 않는 우수도서?

등록 2018-10-04 20:08수정 2018-10-04 21:04

[책과 생각]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지난 9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2018 우수 소프트웨어 교육도서 공모전’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50종의 도서를 선정해 인증 마크를 부여했다. 양질의 도서 발굴로 소프트웨어 교육 관련 지식 함양과 국민적 인식 확산을 위한다는 취지는 훌륭하지만 다른 우수 도서 제도처럼 도서 보급 지원책이 전혀 없는 것은 맹점이다.

물론 인증 마크를 붙이면 정부 기관의 선정에 따른 공신력이 생긴다. 하지만 책은 다른 상품들처럼 정부 선정이나 추천이라고 해서 독자 구매력이 크게 창출되지는 않는다. 없느니만 못한 정도는 아니지만, ‘없느니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제도다. 기왕에 좋은 취지의 사업을 하려면 선정과 보급이 균형을 맞추도록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매년 우수 과학도서 인증 사업도 하고 있다. 선정 도서의 구매를 병행하지만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2013년에 약 4억5000만 원의 예산으로 69종 3만7234부를 구입·보급하던 것이 2017년에는 2억원으로 91종 1만1576부를 구입·보급했다. 1종당 540부 수준에서 120부 정도로 대폭 줄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같은 기간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출한 전체 정부 예산 역시 2013년 868억원에서 2017년 903억원, 2018년 1195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니 생색내기용 사업이란 비판을 받는다.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우수 과학도서로 선정된 책은 모두 1469종이다. 비교적 오랜 기간 제도를 운영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렇지만 ‘우수 과학도서 인증제 운영 요령’에 의해 접수도서의 30% 이내로 선정하도록 한 점, 선정 도서는 재단의 비영리 목적 활용의 경우 저작권과 상관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방침, 인증 마크를 1종당 1천 장 이내의 실물 스티커로 교부하는 점은 창의적일지는 몰라도 과학적이지는 않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는 과학포털 사이언스올 누리집에 소개된 2017년 우수과학도서들. 사이언스올 누리집 갈무리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는 과학포털 사이언스올 누리집에 소개된 2017년 우수과학도서들. 사이언스올 누리집 갈무리

환경부에서 1993년부터 격년제로 시행하여 올해 14회를 맞은 우수 환경도서 공모전은 환경에 특화된 도서 선정 사업으로 주목할 만하다. 올해도 약 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호응이 낮지 않다. 그렇지만 환경부가 보도자료에서 밝힌 것처럼 “국민에게 친환경적인 삶의 지혜를 전달하고 출판업계의 환경도서 발간 장려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견강부회할 정도는 아니다.

우수 환경도서로 선정되면 선정증 수여, 독후감 대회 개최, 목록집 배포 등을 하지만 책 구입·배포는 없다. 이 역시 ‘없느니보다 아주 조금 나은’ 정도의 사업이다. 공모 분야 분류도 개선이 필요하다. 유아, 초등, 중고등에 이어 ‘성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되어 있고, ‘전연령층’ 부문도 사족이다. 미국의 월드워치연구소가 엮은 <지속가능한 교육을 꿈꾸다: 2017 지구환경보고서>가 전연령층 분야에 선정된 것은 이상하다.

정부와 산하 기관이 좋은 책의 선정과 보급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보다 규모 있는 예산과 사업 개선을 수반할 때 독서 기반 조성에 기여하는 제도로 발전할 것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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