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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코딩보다 학교도서관 정상화부터

등록 2018-04-26 20:21수정 2018-04-26 20:32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연중학교 학생들이 엘지씨엔에스(LGCNS)가 중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코딩 지니어스’ 실습을 하고 있다. 엘지씨엔에스 제공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연중학교 학생들이 엘지씨엔에스(LGCNS)가 중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코딩 지니어스’ 실습을 하고 있다. 엘지씨엔에스 제공

[책과 생각]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올해 1학기부터 코딩(coding)이 정규 교과로 편성되었다. 컴퓨터 언어(코드)를 이용한 프로그래밍 교육을 초중고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올해 중1부터 시작해 내년에는 초등 5, 6학년과 중2로 순차 확대될 예정이다. 초등학생은 17시간,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34시간 수업을 한다. 학생들의 ‘논리력,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한 창의인재 양성 교육의 일환이라고 한다.

그러나 성인의 경우에도 상당한 교육기간이 필요한 코딩을 단시간에 배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래서 교육예산 낭비, 사교육 수요만 키우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중학교의 절반 이상이 교육 준비 부족을 이유로 수업 시작을 내년으로 미뤘고, 학원가에는 코딩 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며 북새통이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 소프트웨어 연구·선도학교 운영계획’에서 초중고 1641개교를 선정해 학교당 1천만원 이내의 운영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논리력,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의 첩경인 독서교육에 대한 재정투자도 병행해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2017 한국도서관연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초중고 학교도서관 1관당 평균 장서 증가는 1년간 151권에 그쳤다. 책을 거의 안 산다는 얘기다. 교육부의 ‘학교도서관 진흥 기본계획’(2014~2018)에서 학교 기본운영비의 3% 이상을 자료구입비로 반영하도록 교육청에 권고하고, 학교별 교과 수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기본 자료를 완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것도 역시 ‘뻥’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핵심인 학교도서관의 전문인력 확보 수준은 우울하다. 전국 1만1625개 학교도서관 가운데 사서교사가 배치된 곳은 899명으로 7.7%에 불과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계약직 사서를 늘리고 있지만,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서교사나 정규직 사서를 채용하지 않는 한 학교도서관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교과 연계 도서관 활동, 양서 추천, 재미난 독서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도서관을 적극적으로 만들려면 전문인력이 필수다. 올해 1월 말 국회에서 학교도서관의 전문인력 배치를 의무화한 학교도서관진흥법이 통과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서교사 대부분을 기간제로 채용한다면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래 세대는 직업을 만드는 창직(創職)의 시대를 살아야 한다. 지식과 상상력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인 독서에 친화적인 학교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코딩교육에 많은 돈을 쓰는 영국은 더 많은 돈을 독서교육에 투자한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이나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하려면 책과 독서를 바탕에 두지 않고는 사상누각이다. 학생들이 지식과 상상력으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육정책의 책무다. 책과 독서를 후순위에 놓고 그럴싸한 첨단으로 포장한 교육정책을 아무리 내세워봐야 모두 헛수고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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