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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0분 독서’로 함께 만드는 책의 해

등록 2018-01-25 19:24수정 2018-01-25 20:24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세상의 진화와는 반대쪽으로 가는 독서의 퇴화가 뚜렷하다. 이제는 국민의 절반 정도만이 책을 읽는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 결과, 한 해에 한 권이라도 읽은 만 13세 이상의 독서인구 비율은 54.9%로 떨어졌다. 책을 멀리하는 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렛대인 지식과 상상력을 어떻게 쌓아갈지 우려된다.

낮은 독서율은 여러 사회환경 요인에 뿌리를 둔 ‘마음의 여유’와 연관이 깊다. 우리는 청소년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고 자살률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최고 수준이다. 한 마디로 ‘책이 눈에 안 들어오는’ 사회에 살고 있다. 독서 선진국들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독서율이 높아진다지만 한국은 정반대다. 실컷 놀아야 할 초등학생 때 가장 많은 책을 읽고, 책 읽을 시간이 가장 많아야 할 노년기에는 거의 읽지 않거나 읽지 못한다.

10여년 전 독서문화진흥법까지 만들었지만, 그저 상징뿐이다. 독서 관련 예산과 행정체계, 독서교육, 생애주기별 독서 프로그램, 독자 확대 연구는 열악하기만 하다. 국가와 대다수 지자체의 무관심으로 공공도서관은 ‘국민의 서재’ 역할을 못하고 있다. 시청률에 영혼을 내준 방송에서는 책 프로그램의 씨가 말랐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독후감 쓰기’ 말고는 권하는 게 거의 없다. 진짜 경쟁력이 독서에서 나온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다수 기업들은 직원들의 독서환경에 무신경하다.

읽든 읽지 않든 모두 개인의 선택이다. 그렇지만 ‘읽지 않을 자유’가 ‘읽을 권리’보다 더 존중받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책과 함께할 때 나는 내 마음의 주인이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그저 한 마리의 소시민, 무지렁이 밥벌레로 살겠다는 말과 같다.” 정민 교수의 <오직 독서뿐>에 나오는 일갈이다. 책을 읽을 때 비로소 우리가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는 소비 객체가 아니라 진정한 자기 마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성찰이다.

2018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책의 해’이다. 이번에야말로 관 주도의 행사 몇 개 하고 대충 끝내서는 안 된다.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국민의 ‘독서권’ 보장을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 무엇보다 저마다의 삶터에서 책에 공명하고 책 읽기를 소중한 권리로 생활화하여, 개인과 조직이 읽기를 당연하게 여기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가정뿐 아니라 유치원, 학교, 회사와 직장, 관공서, 경찰과 군대, 병원 등 사람이 모여 사는 모든 곳 어디서나 하루에 딱 10분씩 일과 시간 중 자율적으로 책을 읽거나 읽어주는 시간을 정해서 함께 읽는 국민운동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10분 독서는 책과 관련된 관심을 확산시키고 개인과 조직의 독서습관을 만드는 가장 경제적인 투자다.

‘책의 해’는 책 생태계에 켜진 빨간불들을 녹색불로 바꿀 ‘골든타임’이다. 방방곡곡 책 읽는 소리로 생각의 힘이, 희망이 커지는 나라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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