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10월28일은 ‘교정의 날’이었다. 교정 관련 종사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수용자(재소자)의 갱생 의지를 촉진하기 위해 15년 전 국가기념일로 제정한 날이다. 이는 민주화와 인권 의식이 성장하면서 수용자를 처벌한다는 관점보다, 사회 적응 능력을 길러서 건전한 시민으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에 무게를 두는 교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뜻한다.
국제연합(UN)이 정한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 제40조는 “모든 수용시설은 모든 범주의 수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오락적, 교육적인 도서를 충분히 구비하여 수용자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우리나라도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6조에서 “(교정시설의 장은) 수용자의 지식 함양 및 교양 습득에 필요한 도서를 비치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그 시행령에서 “수용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비치도서의 목록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합리적인 교도소도서관 운영이 국가의 책무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실제로 교도소도서관이 시행하는 프로그램이 교정교육의 효과를 높이고, 문자해독과 독서교육이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노르웨이의 교도소들은 일반 공공도서관과 다를 바 없는 시설과 수용자의 자유로운 이용으로 정평이 높은데, 유럽 전체의 재범률이 70% 이상인 데 비해 노르웨이는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교도소도서관에 대한 투자가 수용자의 교화와 갱생은 물론, 재범률 저하로 사회적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법의 본래 취지가 실현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법무부나 각 교도소 예산에는 교도소도서관 항목이 거의 없다. 50개 교도소도서관 중 42개에는 자료구입비가 전무하다. 장서는 대부분 기증에 의존하고 전문 사서는 전국 교도소에 단 한 명도 없다. 그나마 있는 책도 수용자들이 장서를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없고, 관리자에게 신청해서 받는 ‘폐가제’로 운영한다. 형이 확정된 수형자는 형사법규나 법률정보에 관심이 높지만, 장서의 대부분은 문학서 위주이고 법률 도서 비중은 0.1%에 그친다.
<교도소 도서관>은 미국 보스턴 교도소의 사서가 된 하버드대학 출신의 아비 스타인버그가 쓴 소설풍 에세이다. 다양한 삶의 이력을 지닌 수용자들과의 만남이 생생하다. 적어도 이런 글이 한국에서는 쓰여지기 어렵다.
‘교정’은 틀어지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용어로, 법률이나 의학뿐 아니라 출판 현장의 편집 업무에서도 필수적이다. 다른 부처도 아니고 법률을 관장하는 법무부는 법에 정해진 관할 도서관 운영을 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자체 예산 한 푼 없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세종도서 지원과 연간 20곳에 불과한 독서 프로그램 운영 지원, 민간 기증에 의존하는 것은 선진 교정 업무를 하겠다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교정 업무를 제대로 하기 위한 기반시설인 교도소도서관부터 혁신하길 바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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