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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해 책이 몇 권 팔렸는지도 모르는 나라

등록 2017-06-01 19:29수정 2017-06-01 19:40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우리 출판산업의 과제 가운데 하나는 책과 관련된 각종 통계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난해 국내에서 모두 몇 부의 소설책이 판매되었는지, 판매된 도서나 구매자의 특성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책의 기본 정보와 다양한 열쇳말을 달아 등록해 둔 시스템도 없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열쇳말을 두드려 자신이 원하는 종류의 책을 찾기도 어렵다.

책의 기초적인 표준 정보와 다양한 열쇳말 등을 출판사가 직접 입력해서 유통과 판매(구매) 네트워크에서 활용하고 그 통계를 모아 제공하는 ‘출판통계정보시스템’이 있다면 그런 문제가 해결된다. 다양한 책 정보와 통계를 일원화해 관리함으로써 산업 현장과 사회적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고, 독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책 생태계 관계자 모두에게 도움을 준다. 특히 표준화된 출판 정보(메타데이터)를 발행자인 출판사가 한번만 입력하면 유통 거래처마다 도서 정보를 입력하는 수고와 비용도 절감된다. 책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유통, 판매, 정보 이용에서 공유 자원을 만드는 셈이다.

오랜 출판계 요구를 반영하여,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제4차 출판문화산업 진흥 기본계획’ 첫머리에 출판통계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명시했다. 정부가 ‘한국출판유통정보센터’를 설립해서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니 출판계 숙원 중 하나가 풀어질지 기대감이 크다.

이 시스템 구축과 연관성이 높은 것이 현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진 중인 ‘개방형 전자책 유통 협업 시스템 구축’이다. 전자책 정보의 표준 부재로 인한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전자책 이용자 편의를 높여 유통?판매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말 발주하여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이 사업은 “국립중앙도서관과 전자책 유통사의 전자책 메타데이터 표준화 적용”이 그 목적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종이책과 전자책, 오디오북 등 모든 책을 포함하여 데이터를 구축하도록 한 사전 연구용역 보고서의 제안과 달리 전자책만을 대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나아가 시스템 구축을 출판계가 아닌 국립중앙도서관 맞춤형으로 진행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립중앙도서관이 국제표준도서번호, 출판예정도서목록, 납본 등 출판사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별도 시스템(서지정보 유통지원 시스템)과의 협업에만 방점을 찍어, 실질적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메타데이터를 관리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우려된다. 출판통계정보시스템 구축의 바탕인 상업적 목적의 메타데이터 관리는 어느 나라에서나 비즈니스를 하는 출판산업계가 담당한다. 책 생산 정보의 주체가 출판사이고, 유통·판매 정보의 주체는 서점이기 때문이다.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이 나설 이유가 전혀 없다. 일원화된 출판정보 관리와 통계시스템 구축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도서 정보 관리의 주체가 출판산업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틀을 짜야 한다. 비록 늦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서는 안 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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