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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졸업생들에게 하는 조언, 행복과 친절

등록 2017-02-16 18:51수정 2017-02-16 19:00

정혜윤의 세벽세시 책읽기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커트 보니것 지음, 김용욱 옮김/문학동네(2017)

이제 곧 졸업할 대학생, 취업만 생각하면 사는 맛과 입맛을 동시에 잃을 대학생이 책을 읽을 정신이 있을까? 그래도 굳이 추천한다면 커트 보니것의 졸업식 연설문 모음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의 첫번째 장점, 두껍지 않다는 것이다. 두번째 장점, 커트 보니것은 예술가의 본분은 ‘사람들 기분을 전보다 좋게 해주는 것’이라고 믿었는데 이 책은 그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세번째 장점, 그는 졸업생을 미숙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이 작은 행성은 여러분이 태어나기 전보다 훨씬 정상적인 곳’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네번째 장점, 커트 보니것이 같은 말을 하고 또 한 덕분에 상당한 수준의 건망증을 앓고 있지 않는 한 할 수 없이 내용을 기억하게 된다. 심지어, 나까지도 정확하게는 아니어도 비슷하게 외울 수 있다

1. 삶에 더 많은 사람을 데려오세요. 따뜻함과 소속감,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빼면 나머지는 다 거품입니다.

2. 지루함은 삶의 일부예요. 그걸 견디지 못하면 어린애예요.

3. 만약 예수가 자비의 메시지를 담은 산상수훈을 전하지 않았다면 인간이 되느니 차라리 방울뱀이 되었을 거예요. 젠장, 세상의 규칙은 딱 하나, ‘친절하라’.

4. 하늘에 계시는 알렉스 삼촌이 무엇보다 개탄한 것은 사람들이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어요. 삼촌은 행복할 때마다 그 순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노력했어요. 한여름의 사과나무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마실 때면 그는 외쳤어요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여러분도 남은 생애 내내 평화를 느낄 때나 일이 순조로울 때마다 외치세요!

5. 마크 트웨인은 삶의 끝자락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스스로 물었어요. “이웃의 좋은 평가”.

6. 아버지, 우리는 왜 태어났죠? 서로 삶을 잘 헤쳐나가도록 도와주기 위해 태어난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이 순간과 장소를 바람직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잘 해냅시다.

7. 어떻게 내가 이 일을 해냈지? 우리는 어떻게 이걸 해냈지? 그래 해낸 거야.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야!’

8. 저는 여러분을 깊이 동정합니다. 졸업식과 동시에 아주 힘들 테니까요. 여러분은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가 될 것입니다. 창세기를 보니까 신은 아담과 이브에게 지구 전체 땅덩어리를 주지는 않았어요. 이 행성의 작은 부분을 안전하게 잘 맡아주세요.

요새 같으면 졸업생 중 누군가 질문할 수도 있다. “커트 할아버지, 취업은요?” 그는 작은 일이라도 인간적 가치를 잃게 하지 않는 한 고군분투하길 바랐지만 동시에 어마어마한 모험도 꿈꿨다. 문제 많은 행성에 순응하느니 아직 존재한 적 없는 새로운 인간이 되는 것이다. “우리 행성이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을 창조하세요.”

나도 덧붙이고 싶다. 실망과 환멸, 좌절, 피로는 어차피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들에 결정적으로 발목을 붙잡히지 않기를.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기기를. 따뜻하고 현명한 친구를 만나길.

정혜윤 (시비에스)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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