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전라남도 의회는 2월25일 ‘전라남도 독서문화 진흥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의결했다. ‘전라남도교육청 학교도서관 운영 및 독서교육 진흥 조례안’도 함께 가결되었다. 독서문화진흥법, 학교도서관진흥법에 각각 규정된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진흥 시책 강구)를 구현하기 위한 뒤늦은 조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전라남도는 성인의 연간 독서율, 독서량, 독서시간, 공공도서관 이용률, 시민의 독서 프로그램 참여율 등이 전국 평균치에 한참 못 미쳤다. 16개 광역 지자체 가운데 5개 영역의 주요 독서지표가 모두 꼴찌를 기록했다. 전라남도가 조례 제정을 계기로 주민을 위한 독서환경 조성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국가법령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현재 광역 지자체에 독서진흥 조례라도 있는 곳은 서울, 부산, 광주, 경기도, 제주도가 전부이고, 여기에 전라남도가 더해진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2015 세계 책의 수도’였던 인천을 비롯한 나머지 10개 시도 및 세종특별자치시에는 해당 조례조차 없다. 특히 강원, 충북의 경우에는 광역뿐 아니라 기초 지자체에도 관련된 조례가 전혀 없는 취약 지역이다. 시·군·구 단위의 독서진흥 조례 제정 비율은 전국적으로 27.4% 수준이며 부산, 대구, 경기, 충남, 경북, 경남은 전국 평균치를 밑도는 지역들이다. 독서문화진흥법이 도서관법에서 분법화되어 시행된 지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법이 요구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독서진흥 책무 수행은 조례조차 없을 만큼 허약하다. 법은 그저 선언적인 독서진흥 권장 구실에 그친다.
이제 시민들이 ‘책 읽을 권리(독서권)’를 공공 영역에서 보장받고 향유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진흥을 위한 조례 제정, 전담 조직 설치, 사업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독서행정의 3요소’를 갖춘 사례는 지자체장의 관심이 특별한 경기도 군포시 등 선도적인 일부 지자체에 그친다.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의 근간이 지역의 독서 생태계 조성에 있음을 아는 ‘책 읽는 지자체장과 지역 의원님들’이 그만큼 드물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자발적 노력을 추동하는 평가-지원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와 함께 시민들은 쾌적한 지역 공공도서관의 설립과 운영, 영아와 보육자 대상의 북스타트 사업, 시민 참여 독서 프로그램 활성화 등에 지자체가 앞장서도록 유권자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귀한 세금을 책에 쓰라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책값을 아끼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게 ‘표’와 연결된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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