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가락 스크루’ 국방부 해명은 오락가락
천안함 우현(오른쪽) 스크루가 안쪽으로 휘었다가 끝부분은 다시 바깥으로 휜 ‘두 번 휨’ 현상은 ‘폭발’로는 가장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어서, 지속적인 논란거리다. 국방부가 지난 9월13일 최종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함께 내놓은 스크루 두 번 휨 현상에 대한 설명도 의혹을 풀기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결국 국방부가 발간한 최종보고서에서 스크루 손상 부분은 빠졌다.
국방부는 그간 스크루 휨 현상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천안함 함미가 침몰하면서 해저에 닿아 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지난 5월20일 발표 때는 스크루가 폭발 당시 급작스럽게 멈추면서 이른바 ‘회전 관성력’이 작용해 휘었다며 시뮬레이션을 공개했다. 회전하는 스크루가 갑자기 멈춰 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 당시 천안함이 시속 6.7노트(약 12.4㎞)의 정상 속도로 기동하고 있었는데도 당시 시뮬레이션은 최대 속도로 전진할 때를 가상하는 등 극단적인 값을 대입했다. 이에 대해 언론 3단체 검증위는 스크루는 시뮬레이션에 나타난 것과는 반대방향으로 휘는 등 시뮬레이션이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방부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지난 9월 13일 발표에서 이른바 ‘축 관성력’에 의한 변형을 추가했다. 폭발의 힘으로 변속을 담당하는 우현 기어박스가 뒤로 10cm 정도 밀렸고, 기어박스와 맞물려 있는 스크루의 축도 함께 밀려나면서 이 충격으로 스크루가 안쪽으로 휘어졌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스크루 휨 시뮬레이션을 다시 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9월13일 공개한 스크루 휨 시뮬레이션도 5월20일 발표 때보다 좀더 휘기는 했지만, ‘두 번 휨’ 현상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노인식 교수는 이날 “한번 꺾인 것까지는 나왔는데, 2중으로 꺾인 것은 재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축 관성력’이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군함 전문가는 “스크루가 배를 앞으로 밀어주는 엄청난 힘이 있는데, 이런 힘을 잡아주지 않으면 스크루 축이 선체를 뚫고 지나간다”며 “이 때문에 기어박스와 축 사이에는 스크루가 전진하거나 후진할 때 선체를 간섭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베어링 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기어박스에 강한 충격이 전달됐어도 베어링 장치에 의해 크게 감속될 것이란 얘기다.
이 스러스트 베어링이 파손이나 손상됐는지 여부에 대해 국방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스러스트 베어링은 강도 자체는 상당히 센 것을 사용한다”면서 “파손 여부를 확인하려면 케이지를 뜯어야 되는데, 그럴 수 없었다. 파손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을 담당한 노인식 교수도 “감속기 손상과 스러스트 베어링이 파손됐는지는 직접 보지 않아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폭발은 좌현 쪽에서 발생했는데, 실제 스크루의 휨 현상은 국방부 주장 폭발 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현 쪽에서 일어났다는 점도 의문거리다. 합조단은 오른쪽 프로펠러는 휘었지만, 자신들이 주장하는 폭발지점에서 가까운 왼쪽 프로펠러가 멀쩡한 데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을 못했다.
합조단은 프로펠러에 난 다른 손상들에 대해서도 여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스크루 변형은 어뢰 폭발의 결과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이 좌초나 충돌과 관련 있다는 의혹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모르쇠’ 자세에서 벗어나 이런 의혹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합조단은 프로펠러에 난 다른 손상들에 대해서도 여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스크루 변형은 어뢰 폭발의 결과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이 좌초나 충돌과 관련 있다는 의혹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모르쇠’ 자세에서 벗어나 이런 의혹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이슈천안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