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뢰 피격이면 승조원이 총알처럼 날아갔어야
“어뢰를 맞고도 승조원이 저렇게 멀쩡할 수 있나?”
2010년 5월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많은 시민들이 가졌던 의문이다. 이 상식적 의문에 대해 합조단은 “일반 시민의 상식과 전문가의 상식은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상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천안함을 침몰시킬 정도의 수중 폭발이 발생하면 승조원들이 ‘총알처럼 날아갈’ 정도의 큰 충격을 받아 심각한 외상을 입거나 죽게 된다고 지적했다. ‘총알처럼 날아갈’ 것이라는 표현을 쓴 전문가는 국제적인 수중 폭발 전문가이자 민·군 합동조사단 자문위원인 신영식(70) 카이스트 교수다.
신 교수는 “승조원들은 공중에 붕 떠 있지는 않고 의자에 앉아 있든 서 있든 선체에 달려 있는 (철로 된) 구조물에 접해 있다”며 “이 때문에 의자에 앉아 있다가 충격을 받으면 이 사람이 총알같이 날아간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합조단은 5월20일 조사결과 발표와 9월13일 최종보고서 발간 때까지 천안함 승조원들이 커다란 외상이 없는 데 대해 충격파가 선체에만 영향을 줄 뿐 공기를 통해서는 충격을 전파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선실 안에 공기가 있었기 때문에 승조원들이 ‘멀쩡’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교묘한 속임수다. 합조단 자문위원인 신 교수 말대로 승조원들이 그냥 선실의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신체의 일부분이 철로 된 구조물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라면 ‘공기중’이라는 가정이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만약 국방부가 주장하듯이 어뢰에 의한 피격이라면 승조원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충격파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신 교수는 “(천안함 침몰로) 죽은 사람(장병)들이 얼마만큼의 충격을 받았을지 계산은 안 했지만, 과거 경험으로 추측컨대 중력가속도 100G 정도의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그냥 벽이나 천장에 꽝 부딪히면, 찢어지고 부러지고 죽게 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G는 중력가속도의 단위로, 1G는 어떤 물체가 공중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정도의 가속도를 뜻한다. 따라서 100G는 사람이나 물체가 떨어질 때 받는 충격(1G)보다 100배 큰 힘이 승조원들한테 작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수중 폭발을 연구한 국내 한 민간연구소의 ㄱ 연구원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8G와 50G 이상의 하중을 받을 경우 각각 머리와 척추의 인체 보호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며 “이 수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실험한 기준값에 근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천안함 승조원들은 인체 보호 안정성을 훨씬 넘어서는 충격을 받았어야 하는 셈이다.
지난 6월24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천안함 사망자들의 사인에 대해 국방부가 제출한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자료를 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사체 검안 결과에 대해 ‘외상 또는 질식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희박하고 정황상 익사로 추정된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국방부는 “천안함 생존자 58명 중 중상자 8명이 요추, 늑골, 우쇄골, 경추 부위에 골절상을 입었고, 기타 인원들은 타박상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들은 신 교수 등 전문가들이 설명한 충격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김도성피디kds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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