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된 천안함 함수를 평택으로 옮기기 위해 4월24일 바지선에 싣고 있다. 그 다음날 합조단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비접촉식 외부폭발’이라고 발표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천안함 사태’ 최초의 종합분석서…진상규명 둘러싼 전문가 글·좌담
합조단 설명에 제기된 의혹 검토…정치·외교·안보 파장과 해법 모색
합조단 설명에 제기된 의혹 검토…정치·외교·안보 파장과 해법 모색
〈천안함을 묻는다- 의문과 쟁점〉
강태호 엮음/창비·1만6000원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의 일본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애써온 일본 보수세력의 오랜 소망이 천안함 침몰 뒤 마침내 이루어졌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가해자로서의 일본보다는 원폭 피해자로서의 일본 부각에 더 열심인 듯한 일본 보수우익에게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실 고백은 가해자 이미지 지우기와 일본 재무장을 위한 절호의 재료였다. 그렇게 해서 일본열도는 한동안 반북 캠페인으로 들끓었고, 일제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최대 피해자들 중 하나인 북한은 졸지에 가해자가 됐다. 새로운 얘기가 더 나올 게 없는 김현희의 방일에 그토록 집착한 일본 보수세력 노림수는 인도주의 고취가 아니라 꺼져가던 반북 캠페인 불씨 되살리기가 아니었을까. 지난 3일 나카이 히로시 일본 공안위원장이 국회 답변에서, 방일한 김현희의 격에 맞지 않는 도쿄 헬리콥터 호화유람이 “한국 쪽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발언한 것은 실로 흥미롭다. 나카이 위원장의 답변이 비난여론을 의식한 임기응변의 면피용 헛소리일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순 없겠지만, ‘반북’이란 점에서 천안함 침몰을 북의 소행이라 규정한 이후의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사이에 주고받기 식의 의기투합이 있었을 가능성을 나카이 발언은 강하게 암시한다. 천안함 사태는 ‘국치 100년’을 앞둔 한일 간의 미묘한 민족감정 앙금마저 반북 구호 아래 녹여버릴 만큼 그 파장이 강력했다. 5월24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어떤 나라도 천안함 사태가 북한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며 북한 선박에 대한 남한 해상교통로 봉쇄, 남북 교역·교류 중단, 적극적인 대북 억제, 천안함사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을 선언했다. 이후 중국의 반발까지 부른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대대적으로 실시되고 북·미, 남·북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마련된 남북간 경제공동체 형성의 토대가 이로 말미암아 허물어지고 ‘북한 경제의 중국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통일은 정말 물건너간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2009년 9월께부터 본격화한 북중의 동북경제권이 남·북과 북·미 관계 단절을 부른 천안함 사태 이후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지금 한반도에선 휴전선을 경계로 마치 세포분열 때 염색체가 분리돼 양극으로 이동하듯이 민족의 원심분리가 진행되고 있다. 김연철 교수에 따르면, 천안함 사태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북중의 동북경제권 형성은 중국의 정략적 대북 일방지원이라는 기존관념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절실한 쌍방 필요에 의해 구축되고 있는 강력한 경제융합이다. 남북을 해양과 대륙 양극단으로 쏠리게 만드는 한반도의 이런 양극분해와 한·미·일 동맹체제 강화라는 뉴라이트적 사태 전개를 일본 우익은 아마 반길 것이다. 그런데 천안함 침몰이 과연 북한 소행일까? 신냉전의 도래를 우려할 만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를 바꾸고 있는 남북 양극분해뿐만 아니라 반대의견을 불온시하고 금압하는 남쪽 내부의 준공안적 통치체제를 촉발하고 있는 천안함 사태의 진실은 무엇인가? 만일 북한 소행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나?
<천안함을 묻는다>는 바로 그런 의문에 도전한다. 아마도 천안함 사태에 관한 종합적인 분석서로는 첫 책이 될 <천안함을 묻는다>는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발표되거나 알려진 주요 사실들을 점검하고 설득력 있는 의문들을 제기해온 각계 전문가들 14명의 글과 좌담을 실었다. 사건이 일어난 지 넉 달이 훨씬 더 지났고, 그동안 남북관계를 비롯해 나라 안팎에서 그 사건 때문에 경천동지할 일들이 벌어졌는데도 우리는 아직 사건 초기단계에서부터 품어온 그런 의문들을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 다국적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합조단 발표도, 그것을 토대로 한 대통령 담화도 그런 의문을 해소해주지 못했다. 천안함 공격의 주체도, 사과도, 재발방지 약속도 얻어내지 못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은 오히려 정부의 북한 소행 주장의 근거를 한층 더 의심스럽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천안함 사태가 북한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는 대통령 담화와 이후 정책의 토대가 된 합조단 발표 내용의 허와 실을 따지고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하여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가 아니라 ‘북한의 소행이라는 이제까지의 주장들은 근거가 없거나 박약하다’는 쪽으로 나아간다. 전문적 소양을 갖춘 이들의 논리적 분석을 통해 산만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 숱한 주장들을 비중 있는 것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이다. 사실보도의 육하원칙을 천안함 사태에 적용하면 우리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천안함을 침몰시켰는지 모른다. 오직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무엇’, 곧 천안함이 침몰당했고 46명의 아까운 젊음이 희생당했다는 사실뿐이다.
“무기력하고 무리한 외교를 감추기 위한 무력시위로 보일 뿐”이라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되고 있는 지금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외부폭발 때문인지, 그 경우에도 어뢰인지 기뢰인지, 좌초 때문인지 침수절단이나 피로파괴 때문인지조차 아직 모른다.
또 설사 엔진 급정거로 함정 스크루가 휠 수 있다는 합조단 주장을 어느 정도 수긍한다 하더라도 천안함 스크루가 엔진 급정지로 그렇게 흠집이 나고 심하게 휘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무엇보다 관성에 의해 날개가 휘었다면 지금 모양과는 반대방향으로 휘어야 한다. 합조단이 과학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라며 내놓은 ‘1번’ 매직 글씨의 어뢰 추진체가 북한제이고 또 그날 천안함을 침몰시킨 바로 그 문제의 어뢰 잔해인지를 둘러싼 과학자들 간의 알루미늄 흡착물과 매직 잉크 공방은 계속 진행중이며 외부 전문가들 이의제기에 대한 합조단의 설명이 오히려 더욱 의문을 키운 면도 있다. 증거 왜곡이나 날조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른바 버블제트와 물기둥, 충격파 등을 둘러싼 공방에서도 합조단의 입지는 공고하지 못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왜 그렇게 나오겠는가.
이런 의혹과 사건의 실체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책은 거기에만 매달리진 않는다. 부실한 근거를 토대로 서둘러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바람에 자기 덫에 갇힌 외교와 남북관계 및 국방개혁 좌절 등 천안함 사태가 야기한 정치·외교·안보상의 파장을 다루고 어떻게 그 덫을 빠져나와야 할지 그 출구와 해법도 모색한다. 필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태 이전부터 이미 길을 잘못 들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사건의 진상규명과 함께 평화체제 수립 쪽으로 남북관계의 틀을 새로 짜고 외교안보정책의 방향도 거기에 맞춰 전환하라고 촉구한다. 더 늦기 전에 빨리.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무엇을 묻고 있나 정보 왜곡·은폐 왜?…해외조사단은 누구? 이 책은 엮은이 강태호 기자 외에 권혁철 <한겨레> 기자,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김연철 인제대 교수, 김종대 군사전문지 <디앤디 포커스> 편집장, 박선원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연구실장,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이사,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현곤 세교연구소 상임기획위원, 최문순 국회의원, 황준호 <프레시안> 기자 등이 필자 또는 좌담자로 참여했다. 당국의 천안함 사태 조사는 이들이 보기에 출발부터 잘못됐다. 당국은 정보와 조직을 독점한 채 목표 범위 밖의 것들은 철저히 배제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은 선택적으로 왜곡 과장함으로써 결국 총체적인 불신을 자초했다. 사건 발생 직후 참여연대는 사건 전후 일지와 교신 및 항적 기록 등 4개 분야 16개 항목의 관련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국방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기뢰 매설에 관한 간략한 설명자료 외에는 모두 군사기밀이라며 비공개 처리했다. 그 뒤 12개 분야 정보공개를 다시 청구했으나 언론에 이미 공개된 4가지 외엔 모두 비공개라는 통보를 받았다. 군은 이처럼 진상규명에 필요한 기초정보들을 거의 독점한 채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계속했다. 열상감시장치 동영상은 아예 없다고 하다가 전역자 등의 제보와 비판이 잇따르자 그때마다 말을 바꾸고 동영상을 추가 공개했다. 천안함 생존자들은 한 차례 기자회견에 등장한 뒤 몇 주씩 집체교육을 받게 하는 등 극도의 통제를 받았다. 최문순 의원이 6월24일 공개한 자료 덕에 생존자들이 물기둥도 화염도 보지 못했고, 백령도 초병이 봤다는 건 물기둥이 아니라 섬광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유엔에는 그 초병이 100m 높이의 물기둥을 목격했다는 엉터리 진술이 이미 제출된 뒤였다. 미국 정부에 보낸 조사보고서는 400쪽짜리였으나 자국민과 국회에 보낸 건 3~4쪽짜리 발표문이었다. 그리고 어뢰피격설에 의문을 제기한 박선원·신상철씨, 김용옥 교수 등과 이정희 국회의원까지 명예훼손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당했고 인터넷에서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 중에도 공안검사 수사대상이 된 이가 적지 않았다. 유엔에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전달한 참여연대는 총리 등 정부 여당 관계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힐난당하고 보수단체 회원들의 폭력적인 항의에 시달렸으며, 검찰 공안1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했다.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47명 중 민간인은 25명이었으나 순수 민간인은 8명이었고 나머지는 군 또는 정부 관계기관 및 연구소 소속이었다. 방위산업체 인원을 빼면 민간인 수는 더 줄어든다. 그나마 이들 민간인에겐 어뢰피격을 전제하고 그 외의 모든 다른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한 채 항적기록이나 열영상장비나 해군지휘통제시스템 동영상 등의 기초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또 해외조사단도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조사단에서의 역할과 권한은 무엇인지 등도 전혀 밝히지 않았다. 김종대 편집장은 감사원 감사는 군의 대비태세 문제 및 무기력을 지적했으나, 그것도 어뢰피격, 북 잠수정 침투를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미리 맞춰 놓은 채 진행함으로써 오히려 객관성을 해쳤다고 지적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강태호 엮음/창비·1만6000원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의 일본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애써온 일본 보수세력의 오랜 소망이 천안함 침몰 뒤 마침내 이루어졌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가해자로서의 일본보다는 원폭 피해자로서의 일본 부각에 더 열심인 듯한 일본 보수우익에게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실 고백은 가해자 이미지 지우기와 일본 재무장을 위한 절호의 재료였다. 그렇게 해서 일본열도는 한동안 반북 캠페인으로 들끓었고, 일제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최대 피해자들 중 하나인 북한은 졸지에 가해자가 됐다. 새로운 얘기가 더 나올 게 없는 김현희의 방일에 그토록 집착한 일본 보수세력 노림수는 인도주의 고취가 아니라 꺼져가던 반북 캠페인 불씨 되살리기가 아니었을까. 지난 3일 나카이 히로시 일본 공안위원장이 국회 답변에서, 방일한 김현희의 격에 맞지 않는 도쿄 헬리콥터 호화유람이 “한국 쪽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발언한 것은 실로 흥미롭다. 나카이 위원장의 답변이 비난여론을 의식한 임기응변의 면피용 헛소리일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순 없겠지만, ‘반북’이란 점에서 천안함 침몰을 북의 소행이라 규정한 이후의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사이에 주고받기 식의 의기투합이 있었을 가능성을 나카이 발언은 강하게 암시한다. 천안함 사태는 ‘국치 100년’을 앞둔 한일 간의 미묘한 민족감정 앙금마저 반북 구호 아래 녹여버릴 만큼 그 파장이 강력했다. 5월24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어떤 나라도 천안함 사태가 북한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며 북한 선박에 대한 남한 해상교통로 봉쇄, 남북 교역·교류 중단, 적극적인 대북 억제, 천안함사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을 선언했다. 이후 중국의 반발까지 부른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대대적으로 실시되고 북·미, 남·북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마련된 남북간 경제공동체 형성의 토대가 이로 말미암아 허물어지고 ‘북한 경제의 중국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통일은 정말 물건너간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2009년 9월께부터 본격화한 북중의 동북경제권이 남·북과 북·미 관계 단절을 부른 천안함 사태 이후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지금 한반도에선 휴전선을 경계로 마치 세포분열 때 염색체가 분리돼 양극으로 이동하듯이 민족의 원심분리가 진행되고 있다. 김연철 교수에 따르면, 천안함 사태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북중의 동북경제권 형성은 중국의 정략적 대북 일방지원이라는 기존관념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절실한 쌍방 필요에 의해 구축되고 있는 강력한 경제융합이다. 남북을 해양과 대륙 양극단으로 쏠리게 만드는 한반도의 이런 양극분해와 한·미·일 동맹체제 강화라는 뉴라이트적 사태 전개를 일본 우익은 아마 반길 것이다. 그런데 천안함 침몰이 과연 북한 소행일까? 신냉전의 도래를 우려할 만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를 바꾸고 있는 남북 양극분해뿐만 아니라 반대의견을 불온시하고 금압하는 남쪽 내부의 준공안적 통치체제를 촉발하고 있는 천안함 사태의 진실은 무엇인가? 만일 북한 소행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나?
〈천안함을 묻는다- 의문과 쟁점〉
무엇을 묻고 있나 정보 왜곡·은폐 왜?…해외조사단은 누구? 이 책은 엮은이 강태호 기자 외에 권혁철 <한겨레> 기자,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김연철 인제대 교수, 김종대 군사전문지 <디앤디 포커스> 편집장, 박선원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연구실장,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이사,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현곤 세교연구소 상임기획위원, 최문순 국회의원, 황준호 <프레시안> 기자 등이 필자 또는 좌담자로 참여했다. 당국의 천안함 사태 조사는 이들이 보기에 출발부터 잘못됐다. 당국은 정보와 조직을 독점한 채 목표 범위 밖의 것들은 철저히 배제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은 선택적으로 왜곡 과장함으로써 결국 총체적인 불신을 자초했다. 사건 발생 직후 참여연대는 사건 전후 일지와 교신 및 항적 기록 등 4개 분야 16개 항목의 관련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국방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기뢰 매설에 관한 간략한 설명자료 외에는 모두 군사기밀이라며 비공개 처리했다. 그 뒤 12개 분야 정보공개를 다시 청구했으나 언론에 이미 공개된 4가지 외엔 모두 비공개라는 통보를 받았다. 군은 이처럼 진상규명에 필요한 기초정보들을 거의 독점한 채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계속했다. 열상감시장치 동영상은 아예 없다고 하다가 전역자 등의 제보와 비판이 잇따르자 그때마다 말을 바꾸고 동영상을 추가 공개했다. 천안함 생존자들은 한 차례 기자회견에 등장한 뒤 몇 주씩 집체교육을 받게 하는 등 극도의 통제를 받았다. 최문순 의원이 6월24일 공개한 자료 덕에 생존자들이 물기둥도 화염도 보지 못했고, 백령도 초병이 봤다는 건 물기둥이 아니라 섬광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유엔에는 그 초병이 100m 높이의 물기둥을 목격했다는 엉터리 진술이 이미 제출된 뒤였다. 미국 정부에 보낸 조사보고서는 400쪽짜리였으나 자국민과 국회에 보낸 건 3~4쪽짜리 발표문이었다. 그리고 어뢰피격설에 의문을 제기한 박선원·신상철씨, 김용옥 교수 등과 이정희 국회의원까지 명예훼손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당했고 인터넷에서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 중에도 공안검사 수사대상이 된 이가 적지 않았다. 유엔에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전달한 참여연대는 총리 등 정부 여당 관계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힐난당하고 보수단체 회원들의 폭력적인 항의에 시달렸으며, 검찰 공안1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했다.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47명 중 민간인은 25명이었으나 순수 민간인은 8명이었고 나머지는 군 또는 정부 관계기관 및 연구소 소속이었다. 방위산업체 인원을 빼면 민간인 수는 더 줄어든다. 그나마 이들 민간인에겐 어뢰피격을 전제하고 그 외의 모든 다른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한 채 항적기록이나 열영상장비나 해군지휘통제시스템 동영상 등의 기초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또 해외조사단도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조사단에서의 역할과 권한은 무엇인지 등도 전혀 밝히지 않았다. 김종대 편집장은 감사원 감사는 군의 대비태세 문제 및 무기력을 지적했으나, 그것도 어뢰피격, 북 잠수정 침투를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미리 맞춰 놓은 채 진행함으로써 오히려 객관성을 해쳤다고 지적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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