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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5월 30일 잠깐독서

등록 2009-05-29 18:59수정 2009-05-29 19:27

〈그래도 언니는 간다〉
〈그래도 언니는 간다〉





‘된장녀’의 시대 유감

그래도 언니는 간다

“지난 1년, 나를 움직인 동력은 거의가 분노였다.”

20대 에세이스트 김현진씨. 지난 1년, 치열하게 살았다. 5월 말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김씨의 ‘거리 인생’은 기륭전자와 강남성모병원 농성장을 거쳐 차가운 용산의 길바닥으로 이어졌다. 그곳에서 김씨는 울고, 굶고, 화내고, 버티고, 소리질렀다. 무엇이 삐딱발랄한 88만원 세대의 아이콘을 독기에 찬 ‘거리의 에세이스트’로 바꿔놓았는가. <그래도 언니는 간다>는 술 사주는 착한 언니를 꿈꾸던 ‘가난뱅이 된장녀’가 대통령을 스토킹하는 ‘전문 시위꾼’으로 단련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집이다.

5부로 묶인 70여편의 글 모두에 분노와 독기만 가득 찬 건 아니다. 세계미인대회에 참가하면서 국가적 지원을 호소하는 미스코리아의 인터뷰를 보고 “어차피 나갈 세금, 미남들의 ‘디올 옴므 수트’에 기부하고픈 게 솔직한 내 마음”이라 일갈하거나(‘미남대회를 허하라!’), 아내와 자식보다 신을 더 사랑한 목사 딸로 태어나 글품 파는 20대가 되기까지의 비애를 담담하게 풀어낸 대목(‘누가 글 쓰는 길로 인도했냐고 묻는다면’)에선 비틀고 뒤집는 특유의 유머가 빛을 발한다. 그러나 수다와 타령조의 넋두리를 오가던 글쓴이의 목소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박한 격문투가 된다. 마주치는 현실이 긴박해지는 탓이다. 1년에 걸친 거리생활을 통해 글쓴이가 얻은 깨달음은 이렇다. “다만 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는 것, 시시때때로 우리를 갉아먹을 허무감과 맞설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 /개마고원·1만1000원.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39개국 돌며 쓴 스무살 성장여행기

〈눈 오는 아프리카〉
〈눈 오는 아프리카〉
눈 오는 아프리카

세밀화의 대가인 야마 고을주 화백이 급사하자, 그의 그림 값이 폭등한다. 그러나 유족이 비싸게 내다 판 초기 대표작인 <야마 자화상>이 위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유족은 길바닥에 나앉게 되고, 아들 유석은 진품을 찾기 위해 유럽으로 떠난다.

<싸이코가 뜬다>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권리씨의 세 번째 장편소설인 <눈 오는 아프리카> 역시 주인공들은 개성이 강하고 줄거리는 재기발랄하다. 유석의 여행길에는 일본인 친구 쇼타가 함께하는데, 쇼타는 6년 전 소식이 끊긴 형을 찾는 중이다.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을 거쳐 에티오피아, 케냐, 인도까지 이어지는 여행 끝에 한 뼘씩 성장한 두 청년은 각자 찾고 싶은 것을 손에 넣게 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덤으로 찾게 된다. 화가를 꿈꾸지만 창의력은 그다지 없어 보이는 유석은 자신만의 예술관도 정립하게 된다. “아이들이 비닐봉지를 쓰고 돌아다니면 귀여운 장난이고 젊은이가 그러면 치기로 불리지만, 늙은이가 그런 짓을 하면 변태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장난과 치기와 변태성은 모두 다 훌륭한 예술적 요소이다. 선입견에 대한 저항이 없었더라면 예술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알고 보면 모든 예술가들은 어린아이가 되려고 예술을 하는 것이다.”

작가는 실제로 352일 동안 39개국을 여행하면서 이 소설을 썼다. “여행을 위한 노동인지 노동을 위한 여행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는 작가의 고통 덕분에 소설은 성장소설이면서 동시에 생생한 ‘여행소설’이 됐다. /씨네21북스·1만2000원.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군림하는 선생…섬기는 교사

〈교사를 위한 변명〉
〈교사를 위한 변명〉
교사를 위한 변명

전교조 창립 20돌(5월28일)에 맞춰 출간된 <교사를 위한 변명>이 변명하고자 하는 대상은, 제목이 강조하듯, ‘선생’이 아닌 ‘교사’다. 해직교사 출신인 지은이는 전교조를 “교실이라는 소왕국에서 군림하던 ‘선생’들을, 교실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작은 ‘텃밭’을 일구는 ‘교사’로 바꾸어놓은 모태”로 규정한다. 그는 이 ‘교사로의 변신’을 교육운동에 투신했던 이들의 육성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전교조 결성식 날인 1989년 5월28일. 교사 도종환은 학교까지 쫓아오는 형사를 피해 서울과는 반대 방향으로 버스로 한참을 간 뒤, 다시 열차로 바꿔타고서야 결성식장인 서울로 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교사를…>은 또 1986년 5월10일 교육민주화선언 뒤 젊은 교사 이수호(전 민주노총 위원장, 당시 38살)를 지키기 위한 고3 학생들의 농성, 전교조 결성과 함께 몰아닥친 1,500명의 해직 생활, 그 이후 1994년 복직 등 ‘참교육을 위한 교사와 학생들의 열정과 헌신’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지만 고호석 전 전교조 부산지부장은 1999년 합법화까지 전교조의 역사를 ‘국민의 지지를 만들어 간 10년’으로, 그 뒤 기간을 ‘국민으로부터 멀어져 간 10년’으로 구분한다. 고호석 전 지부장은 “합법화 이후 확연히 다른 작풍과 행동양식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프게 고백한다. 하지만 일제고사가 강제조항이 아님을 학생들에게 알려줬다는 이유로 10여명의 교사가 해직되는 현 정부하의 교육 현실은 또다시 ‘살아 있는 교사’들의 아픔을 요구하는 듯하다. 윤지형 지음/우리교육·1만30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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